전술핵폭탄 50개 구입에 최소 1조원… “차라리 독자 핵무장이 낫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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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문가들, 전술핵 재배치와 구입에 모두 회의적

 

전술핵 재배치가 또 수면 위로 떠올랐다. 9월4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입을 통해서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송 장관은 ‘검토할 사안’이란 취지로 답변했다. 

 

북핵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전술핵 재배치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은 1993년에 대북 억제의 방법 중 하나로 전술핵 도입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보수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우리나라에 전술핵을 약 950개까지 배치한 적이 있다. 하지만 1991년 12월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모두 철수됐다. 

 

8월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전술핵 배치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국가안보위기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장관, “전술핵 재배치는 검토할 사안”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려면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캐서린 딜 선임연구원은 9월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전술핵 재배치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그것이 계산착오나 의도치 않은 갈등을 불러올  여지가 크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정부 국가안보회의에서 핵 전문가로 활동한 존 울프스탈 하버드대 교수는 “(전술핵과 같은) 전략자산은 안심을 주는 게 전부”라며 “안심이란 감정은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양동이와 같다”고 비유했다. 

 

이와 관련, 핵무기를 아예 구입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8월9일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국제 핵무기 구입’을 핵무장 방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9월5일 시사저널에 “아이디어 차원에서 전술핵을 사자는 얘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술핵 도입, 불가능하다면 사버리자?

 

미국 군축 및 핵확산 방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이 보유한 전술핵 무기는 B61 폭탄 약 500개다. 미국은 이 가운데 400개를 개량해 신형 폭탄 ‘B61-12’을 양산하려고 준비 중이다. 일명 ‘스마트 핵폭탄’으로 불리는 B61-12는 레이더와 GPS를 장착해 터널 속 목표물도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위력은 TNT 5만 톤에 달한다. B61-12는 우리나라에 배치 가능한 전술핵 가운데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미국 비영리단체 참여과학자연맹(UCS) 소속의 리스베스 그론룬드 박사는 2013년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B61 400개를 (B61-12로) 개량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약 80억 달러”라고 분석했다. 폭탄 한 개당 2000만 달러(226억원)가 필요한 셈이다. 핵확산 반대 비영리단체 플라우셰어스 펀드(Ploughshares Fund)는 “B61 업그레이드 비용이 같은 무게의 금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술핵폭탄 개량비용, 개당 226억원

 

현재 미국은 B61을 터키에 50개 배치해 놓았다. 이를 모두 B61-12로 개량하려면 1조 1300억원(개당 226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B61-12를 50개 들여오려 한다면, 그 이상의 금액을 줘야 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미국이 기존의 B61을 새로 만들어 파는 것은 더 비효율적이다. 그론룬드 박사는 “B61 개량비용이 제작비용보다 더 쌀 수 있다”고 했다. 

 

B61-12를 산다고 바로 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운송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공군의 크리스토퍼 보그단 중장은 지난해 3월 하원에 보낸 청문회 답변서를 통해 “B61-12를 탑재한 F-35A 전투기의 연이은 비행시험을 모두 마쳤다”고 보고했다. F-35A는 우리 공군이 2021년까지 40대를 도입하기로 한 최신예 스텔스기다. 대당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200억원 넘게 떨어진 9460만 달러(1070억원)다.

 

미국 전략폭격기 B-1B(위)와 스텔스 전투기 F-35(아래). © 사진=연합뉴스

 

전투기도 따로 필요… “차라리 독자 핵무장이 더 효율적”

 

국내 전문가들은 굳이 거액을 주고 전술핵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공군이 갖고 있는 F-15 전투기로도 B61-12를 옮기는 것은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전술핵을 사오느니 우리가 스스로 만드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독자 핵무장을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1조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전술핵 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독자 핵무장이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아예 “전술핵을 살 수 있을 가능성은 제로(0)”라고 못박았다. 그는 “NPT(핵확산금지조약)는 핵무기의 이동 또는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설령 우리나라가 NPT를 탈퇴해서 전술핵 구입을 시도하더라도 팔 나라가 없다”고 주장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전술핵을 사려는 시도 자체만으로 NPT 체제 하에서 굉장히 위험한 도전”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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