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동원해 정적 제거 청탁 의혹 받고 있는 권민호 거제시장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5 11:02
  • 호수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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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먹구름 또다시 거제시청 덮쳤다

 

경남 거제시에 또다시 비리 먹구름이 뒤덮이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진원지는 거제시청이다. 시사저널은 지난 2015년 3월 거제시 관급공사와 관련해 권민호 거제시장과 현대산업개발의 커넥션 및 불법 특혜 의혹에 대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시사저널 1326호 ‘현대산업개발-거제시장 ‘수상한 거래’ 기사 참조) 2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이와 관련해 지역 내에서 제보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최근 기자는 지역 출신 인사들로부터 또 다른 내용의 제보를 접했다. 권 시장의 정적(政敵) 제거 사주 의혹이었다.

 

 

조폭 출신 장씨, “권 시장으로부터 사주” 폭로

 

이번 사건의 중심인물은 조폭 출신 장아무개씨다. 그는 권민호 거제시장이, 이권사업 보장을 전제로, 권 시장 자신의 민주당 입당을 반대하는 세력에 기획적으로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고 이를 빌미로 정치권에서 그들을 매장시키라는 사주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후보로 당선된 뒤, 2014년 선거에선 새누리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그는 올해 4월 대선에서 당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지지하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이후 민주당에 입당할 뜻을 밝히자 지역 내 민주당 소속 정치인 및 지지 세력들이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권 시장이 자신의 지지세력과 동반 입당할 경우, 거제시 지역 민주당이 권 시장의 사당(私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최근 권민호 거제시장이 조폭 출신 장아무개씨에게 자신의 정적 제거를 사주했다는 폭로가 불거지면서 거제시가 발칵 뒤집어졌다. © 사진=연합뉴스·뉴스1

 

장씨는 현재 검찰에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된 상태다. 검찰은 최근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권 시장은 아직까지는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장씨의 폭로 등으로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향후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사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장씨의 자필 자술서를 입수했다. 이 자술서에 따르면, 장씨가 사건에 개입하게 된 계기는 유람선 사업자 김아무개씨를 만나면서다. 그는 장씨에게 관광지 개발이 본격화한 지심도 유람선 허가를 거제시청으로부터 받아주면, 사업 관련 지분 20%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장씨의 매형이 김아무개 전 거제시의원인데, 김 전 시의원은 권 시장의 측근으로 통하기 때문에 사업자 김씨가 장씨를 통해 부탁한 것이다. 장씨는 김씨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5월22일 권 시장을 만났다. 물론 둘 간의 만남은 김 전 의원을 통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장씨는 권 시장에게 유람선 사업 허가를 요청했다. 이때 권 시장으로부터 정적 제거 사주를 받았다는 것이 장씨의 주장이다. 여기서 정적은 김아무개 전 경남도의원(민주당 소속)과 변아무개 민주당 거제당협위원장, 한아무개 거제시의회 부의장(노동당 소속) 등 3명이었다. 이들은 실제 거제 지역 내에서 권 시장과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들로 확인됐다.

 

권 시장이 민주당 입당 의지를 밝혔을 당시, 이를 가로막은 주축이 바로 김 전 도의원과 변 위원장이었다. 한 부의장은 거제시의회에서 활동하면서 권 시장과 대척점에 서왔다.

 

장씨는 이후 평소 친분이 깊던 한 부의장의 소개로 올해 6월 김 전 도의원과 변 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는 이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한편, 100만원에서 1000만원 상당의 현금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황은 시사저널이 입수한 4시간30분 분량의 5개 녹취파일에 나타나 있다. 다음은 장씨와 김 전 도의원이 6월7일 오후 7시 거제시 옥포2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만나 나눈 대화 녹취의 일부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장씨의 자필 자술서에는 사건의 자세한 경위가 담겨 있다.

 

장씨 주장 뒷받침하는 5개 녹취파일 입수

 

: ○○(김 전 도의원)아, 니 내일 용돈 해라 이거.

: 형님, 됐습니다. 됐습니다.

: 좀 넣어라. 넣으라고 하면. 이 정도는 된다. 용돈 해라. 맛있는 거 사 먹어라. 맛있는 거. 각시도 맛있는 거 사주고.

: 알겠습니다. 형님.

장씨는 당시 김 전 도의원에게 건넨 액수가 10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후 유흥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향응을 제공했다고도 했다. 이 자리에는 유람선 사업자 김씨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의 녹취파일에는 변 위원장에게도 현금이 전달된 정황이 담겨 있다. 다음은 6월27일 오후 6시43분 거제시 한 일식집에서의 대화내용이다.

 

: 아니, 대리비 가지고 가라.

: 아아, 형님 됐습니다. 대리비 있습니다. 형님.

: 너 나 경계하는 게 있제. 나 만나면, 처음 만나도 옷을 잘 사준다. 스타일이 특이하다. 이거 뭐 100만원. 니 용돈 해라.

: 아니, 형님.

: 봐라, 100만원. 니 맛있는 거 사먹어라. ○○(한 부의장)는 많이 준다. 용돈이다. 

: 아, 형님….

장씨는 6월21일 오후 7시14분 옥포2동 식당에서 한 부의장에게도 1000만원을 제공했다고 했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녹취 내용이다.

 

: 니가 형님한테 돈 부탁도 하고 당겨 달라고 하고. 3개월 당기면 되겠제?

: 형님이 총알을 지원해 주시는데, 제가 뭐 총알이 있으면 총알 받고 싸우면 되는 거 아닙니까.

: 맞다. 모자르면 더 이야기해라.

 

이 녹취록에 등장한 3명은 모두 장씨로부터 향응을 받은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나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도의원은 그 자리에서 바로, 변 위원장은 며칠 뒤 계좌로 현금을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한 부의장은 금품수수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미 장씨를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거나, 고소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9월11일 장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그렇다면 장씨가 체포를 무릅쓰고 폭로를 한 배경에 의문이 생긴다. 자술서에 따르면, 갈등이 시작된 것은 유람선 업자를 자처한 김씨가 사실은 투자자 모집 브로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장씨가 알게 되면서다. 사실상 유람선 사업 허가를 받더라도 약속한 지분 20%를 넘겨받을 수 없는 셈이었다. 이를 두고 김씨와 벌인 갈등이 권 시장에게까지 번졌고, 결국 자신이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을 처지에 놓이면서 폭로를 결심했다고 장씨는 주장했다.

 

정적 제거 사주 의혹을 폭로한 장아무개씨가 8월30일 오전 거제시청 앞에서 권민호 시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경남도민일보 제공

 

권 시장 “장씨 주장 허무맹랑” 주장

 

그러나 정작 장씨의 녹취에는 사건의 핵심인 권민호 시장과의 대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권 시장도 이 점을 근거로 장씨의 주장이 허무맹랑한 허위사실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또 그와의 만남은 한 차례뿐이었고, 유람선 사업 허가 청탁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장씨의 거듭된 만남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누구와도 유람선 사업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장씨도 권 시장과의 자리가 한 번에 그친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장씨는 이후 권 시장 대신 자신의 매형인 김 전 시의원을 상대로 권 시장 측과 유람선 사업 허가를 논의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시장이 조폭과 만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권 시장의 말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6월7일 오후 3시55분 장씨와 김 전 시의원의 대화 녹취에는 이런 장씨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관광공사에서, 항만과에서 계속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허가를 낼 수 있는가를 쫓아다니는 거라. 시장 이야기는. 그다음에 개인이 했을 때는 X 같은 사람 다 달려든다. 이놈 저놈. 

: 왜 안 그러겠노.

: 그래서 관광공사가 허가를 내고 여기 지주 지분으로 참여하는 거로. 제발 너보고(너에게 하는) 이야기가 입만 다물고 있으면, 약속된 사항인데 하겠다 이거라. 시장 이야기는. 너하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장씨의 신병은 9월13일부로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인계된 상태다. 검찰이 알선수재 혐의로 장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데 따른 것이다. 현재 검찰수사의 초점은 장씨가 사업자 김씨로부터 받은 자금이 실제로 정치인들에게 흘러갔는지를 밝히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 장씨의 주장대로 김 전 도의원과 변 위원장, 한 부의장 등에게 현금이 전달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거제 지역 정치권은 상당한 충격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태풍의 핵’에 서 있는 권 시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가 권 시장의 정적 제거 사주 의혹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분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권 시장은 검찰이 조사를 요구할 경우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수사가 진행될 경우 자신의 결백이 명명백백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장씨는 권 시장과의 대화 녹취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법정에서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거제시가 또 한 번 발칵 뒤집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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