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메르켈로부터 태어났다”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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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의 약진 까닭

 

9월24일(현지시간) 열린 독일 하원 선거에서 집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은 1위를 확정했다. 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25일 발표한 공식 선거 결과에 따르면 299개 선거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민·기사 연합이 3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메르켈 총리는 총리 4연임을 사실상 확정하며 장기 집권을 계속 하게 됐다.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은 초반 바람을 일으켰지만 결국 20.5%를 얻어 집권에 실패했다. 오히려 이번 총선의 주목은 제3당 몫이었다. 무슬림과 난민에 거센 반감을 드러낸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2.6%를 기록하며 세 번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AfD와 같은 극우 정당이 독일 연방의회에 진출하는 건 처음 벌어진 정치적 사건이다. 

 

메르켈 4선이 성공할 수 있는지를 중심에 두고 보면 이번 총선은 무미건조한 선거였다. 하지만 독일의 관심은 반(反) 이슬람·반(反) 이민을 주장했던 AfD가 얼마나 많은 의석을 획득하느냐 여부였다. 

 

그동안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이 더러 출현한 적이 있었다. 독일국가민주당(NPD) 등이 대표적인데 독일 사회에 정치적인 존재감을 뽐내기도 했지만 이들이 연방의회에 진출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총선 결과가 극우 진영에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AfD의 총리 예비후보로 지목된 알렉산더 가울란트(왼쪽)와 앨리스 바이델. © 사진=DPA연합

 

총리예비후보자가 된 보수파 정치인과 성소수자

 

AfD는 원래 그리스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유럽연합(EU)과 반대 입장을 취한 경제학자들이 중심이 돼 2013년 결성됐다. 역사가 짧은 신생정당이다. 경제적 반EU의 주장은 곧 사회적으로 번지는데 반 이민과 반 이슬람을 전면에 내세우게 됐다. 당 내부의 권력 투쟁에서 사회적으로 온건했던 경제학자들이 밀리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AfD 지지자들은 메르켈 정부가 받아들인 난민들의 대량 유입, 이슬람의 확대, EU의 회원국 통제 등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처럼 저학력․ 저소득층이 아니라 오히려 고등 교육을 받은 중산층이 AfD 지지자들 속에 대거 포함된 게 특징이다. 

 

이런 특이점을 가진 이유는 왜 일까. 일단 메르켈 총리의 중도 노선에 합류한 데 불만을 가진 기독민주동맹(CDU)의 정치인 일부가 AfD에 합류했다. 그러면서 AfD는 보수지지층의 대안이 됐다. 대표적인 CDU 이탈파가 알렉산더 가울란트(76)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AfD의 총리 예비 후보였다. 

 

흥미로운 건 또 한 명의 AfD 총리 예비 후보의 존재다. 앨리스 바이델은 38세의 여성이다. 그는 당내 권력 투쟁 끝에 가울란트라는 중진과 나란히 총리 예비 후보의 자리를 따냈다. 바이델이 당내에서 존재감을 알린 포인트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점을 어필해서다. 바이델은 동거인인 여성과 동거인의 의붓자식 2명을 함께 키우고 있다. AfD같은 극우 정당은 보통 동성애를 용납하지 않는 편인데, 오히려 AfD는 바이델을 중용하며 사회적 자유주의 정당을 연출했다. 여기에 바이델의 동거인은 최근 시리아 난민 여성을 불법으로 고용해 집안일을 돌보게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AfD의 주요 정치인치고는 상당히 자유주의적인 포지션을 취한 셈이다. 이런 이미지들은 고등 교육을 받은 중산층과 AfD 사이에 놓인 진입 장벽을 낮췄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월24일(현지시간) 총선 승리 후 베를린의 기독민주당(CDU) 당사에서 당직자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메르켈 정부는 AfD라는 이질적인 집단을 상대해야 한다. © 사진=연합뉴스

 

적어도 반(反)메르켈에서는 응집력 강한 AfD

 

AfD는 지난해 9월 메르켈의 지역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州) 의회 선거에서 CDU를 제치고 제2당이 되는 등 보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곳은 동독 지역이다. AfD는 동독에서 어느 정도 세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바이델은 서독 지역에서 태어나 경제학을 전공한 뒤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이후에도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이직해 근무했다. 마치 트럼프 행정부의 월가 출신 같은 존재고 그런 그녀의 이력은 AfD가 생각보다 인텔리한 조직이란 인상을 줬다. 

 

독일 내에서는 AfD의 약진을 두고 오랜 메르켈 체제가 가져온 부산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12년에 걸친 메르켈 총리의 통치는 결국 양대 정당이 손잡은 대연정에 의해 연장됐다. 하지만 보수 정당과의 대연정으로 독일 민의가 분열하고 이는 국민의 불만 정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AfD의 프라우크 페트리 당 대표는 “우리는 메르켈로부터 태어났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와 보수파 정치인부터 동성애자까지, 다양한 진영이 모여 만든 AfD지만 이들은 적어도 ‘반 메르켈’이라는 입장에서는 강한 응집력을 가지고 있다. AfD 의원이 대량으로 의회에 들어오는 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 지가 차기 메르켈 정부의 과제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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