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으면 약, 나쁘면 독 ‘음식 궁합’
  • 노진섭 기자·김예린 인턴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10.02 13:16
  • 호수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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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과 계절에 맞는 음식은 보약

 

경상도에는 과메기(말린 청어나 꽁치)를 초고추장에 찍어 마늘이나 쪽파와 곁들여 생미역이나 김에 싸 먹는 식문화가 있다. 전라도에는 삭힌 홍어를 삶은 돼지고기, 김치와 함께 먹는 삼합 요리가 유명하다. 대표적인 ‘음식 궁합’ 사례다.

 

음식 궁합이란 각각은 평범하지만 한데 뭉쳐 먹으면 맛·영양소가 좋아지는 음식을 말한다. 음식의 시너지 효과다. 특정 영양소가 파괴되는 등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음식 궁합도 있다. 음식 궁합이라는 말은 고대 인도의 아유르베다 요법(고대 인도의 힌두교 경전에 의해 전승된 전통 의학)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 궁합의 원리가 1900년대 초 정립된 후 현재까지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들이 파생했다. 음식 궁합과 맥을 같이하는, “병은 입으로 들어간다”는 옛말이 있다. 궁합이 좋은 음식을 먹으면 약이 되지만, 궁합이 나쁜 음식은 독이 된다는 의미다.

 

음식 궁합은 음식끼리의 조화뿐만 아니라 음식과 사람 사이의 상호 관계도 포함한다. 한의학에서는 사람 체질에 따라 궁합이 맞는 음식을 구분한다. 또 특정 약과 함께 먹으면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는 식품도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성분에 따라 궁합이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 예컨대 빵과 우유는 단짝처럼 흔히 먹는 음식 조합이다. 빵과 우유 모두에 단백질이 있어서 단백질을 손쉽게 섭취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 섭취 면에서는 빵과 우유가 썩 좋은 궁합이라고 보기 어렵다. 빵에는 생각보다 많은 지방이 들어 있다. 빵을 만들 때 마가린, 버터, 식용유를 많이 첨가하기 때문이다. 우유에는 포화지방까지 있어 빵과 함께 먹으면 한 번에 너무 많은 지방을 섭취할 우려가 있다. 이런 경우 저지방 우유를 선택하고, 빵도 섬유소가 많은 빵이나 옥수수빵을 고르는 게 이롭다. 손숙미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음식 궁합이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한 음식에 다양한 영양분이 있어서 어떤 영양분을 중심으로 보느냐에 따라 음식 궁합이 달라진다”며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식 궁합이란 그 음식의 대표적인 영양소를 기준으로 삼는 게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 견과류·요거트

 

견과류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2년 선정한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다. 견과류에는 단백질이 많고 오메가3지방산, 폴리페놀, 칼슘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견과류에 함유된 지방은 대부분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03년 호두와 아몬드 제품에 ‘심장병 예방을 돕는다’는 문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그러나 견과류에는 섬유소도 많아 소화가 잘 안 되는 단점이 있다. 견과류 소화에는 발효된 유산균이 들어 있는 요거트가 좋다. 다만 요거트에는 포화지방이 있어 많이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저지방 요거트를 선택하면 견과류와 더 좋은 궁합을 이룰 수 있다.

 

 

• 고구마·김치

 

서로 소화를 돕는 음식으로는 고구마와 김치를 빼놓을 수 없다. 고구마는 섬유소가 많아 소화하기 힘든데, 발효식품인 김치의 유산균이 만들어내는 여러 물질이 섬유소를 발효시켜 소화에 도움을 준다. 김치에는 소금(나트륨)이 많은 게 문제인데, 고구마에 있는 칼륨이 김치의 나트륨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도 나트륨이 걱정이라면, 고구마를 먹을 때 김치보다 우유를 선택하면 된다. 우유 역시 김치처럼 소화를 도우면서 나트륨은 없는 식품이다.

 

 

• 닭·인삼

 

각 음식에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 주는 음식 궁합이 있다. 닭과 인삼이 대표적이다. 닭에는 섬유소가 부족한데, 인삼이 이를 보충해 준다. 인삼에는 각종 유익한 성분도 있다. 그러나 닭과 인삼으로 만든 삼계탕은 고지방 식품이다. 닭가슴살과 달리 닭껍질에는 지방이 많기 때문이다. 또 국물에는 소금이 많이 녹아 있어 삼계탕을 국물까지 마시면 나트륨을 과하게 섭취할 수 있다.

 

© 일러스트 박혜연

 

• 멸치·풋고추

 

마른반찬인 멸치풋고추볶음도 서로 필요한 영양을 보충해 주는 음식이다. 풋고추는 말린 고추나 고춧가루보다 비타민 함량이 많고 멸치의 감칠맛과 잘 어울린다. 또 풋고추에는 섬유질, 철분, 비타민A와 C가 풍부하다. 따라서 멸치풋고추볶음은 두 식품의 영양을 극대화하고 서로 부족한 성분을 보완한다. 그러나 멸치와 시금치는 맞지 않는다. 시금치의 특정 성분(수산)은 멸치의 칼슘과 결합해 수산칼슘으로 변하는데, 이는 몸에서 결석을 만든다.

 

 

• 달걀·채소

 

음식이 결합해 영양분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채소 샐러드에 달걀 3개를 더하면 채소의 비타민E 흡수량이 4〜7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퍼듀대학 연구팀은 ‘영양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항산화 비타민 또는 회춘 비타민으로 알려진 비타민E는 견과류와 씨앗류에 풍부하다. 다양한 색깔의 채소로 만든 샐러드에 달걀을 추가하면 간단히 비타민E를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건강한 젊은 남성 16명에게 각각 달걀이 없는 채소 샐러드, 달걀 1.5개(75g)를 추가한 채소 샐러드, 달걀 3개(150g)를 넣은 채소 샐러드를 제공했다. 연구팀은 비타민E가 어느 정도 몸에 흡수되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 채소 샐러드에 달걀 3개를 추가했을 때 비타민E의 체내 흡수율이 4〜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난해 채소 샐러드에 달걀 3개를 추가하면 라이코펜·제아잔틴·루테인·베타카로틴·알파카로틴 등 몸에 이로운 물질의 흡수율이 3〜8배 높아진다는 사실도 확인한 바 있다. 달걀에는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 외에 반드시 음식을 통해 보충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B군, 비타민E가 들어 있다. 연구팀은 “채소를 달걀 같은 비타민E가 함유된 식품과 함께 섭취했을 때 비타민E의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며 “이는 궁합이 맞는 식품을 함께 먹으면 영양학적 가치가 개선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 일러스트 박혜연

© 일러스트 박혜연


 

• 오리고기·부추

 

환절기에는 오리고기를 먹는 사람이 많다. 칼륨·인 등 무기질 함량이 풍부해 환절기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오리고기는 필수지방산인 리놀산과 아라키돈산이 많이 함유돼 있어 혈액 내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주며 동맥경화·고혈압·당뇨병 등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오리고기 특유의 냄새가 문제다. 부추는 오리 특유의 냄새를 잡고 영양을 보강해 주는 찰떡궁합 재료다. 부추를 간장·물엿·식초 등에 버무려 훈제오리에 곁들이면 좋다.

 

 

• 고기·냉면

 

고기를 먹은 후 주로 냉면을 먹는다. 고기에는 지방이 많고, 냉면에는 섬유소가 있다. 섬유소는 우리 몸이 지방을 흡수하는 것을 방해하므로 고기와 냉면은 궁합이 좋다. 그러나 고기를 배불리 먹은 후 냉면을 먹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열량 때문이다. 냉면 한 그릇에는 500kcal 이상의 높은 열량이 있다. 따라서 지방 흡수를 방해하는 섬유소를 섭취하려면 냉면보다 깻잎이 좋다. 깻잎에는 섬유소가 많고 칼로리는 낮다.

 

© 일러스트 박혜연


• 막걸리·파전

 

막걸리와 파전도 궁합이 좋은 음식이다. 파전은 채소가 많이 들어가는 식품이다. 채소의 무기질, 섬유소, 비타민 등이 막걸리에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준다. 막걸리는 곡주이고 발효주이므로 칼로리가 높다. 파전도 기름기가 많고 고칼로리 음식이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막걸리에는 도토리묵이나 두부김치 등이 더 적합하다. 

 

© 일러스트 박혜연

© 일러스트 박혜연


 

이처럼 맛·향·영양분을 북돋아 주는 음식 궁합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도 있다. 같이 먹으면 오히려 몸에 부담을 주는 ‘나쁜’ 음식 궁합에는 대부분 술이 등장한다.

 

 

• 치킨·맥주

 

음식 궁합이 맞지 않는 예로는 흔히 ‘치맥’이라고 부르는 치킨과 맥주가 대표적이다. 치킨이나 삼겹살 등 지방이 있는 음식을 먹을 때 칼칼한 음식이 당기므로 술을 찾는다. 그러나 지방이 많은 음식과 술은 좋지 않은 궁합이다. 치킨은 많은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치킨을 먹으면서 맥주를 마시면 간에서 알코올이 지방으로 바뀌고 치킨의 지방과 합쳐지면서 지방간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술을 마시면 간은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지방이 그 분해를 방해한다. 분해가 안 된 알코올은 간을 계속 자극한다. 특히 치킨에 있는 퓨린이라는 성분은 우리 몸에서 요산을 증가시킨다. 요산은 관절 등에 쌓이면 통풍을 일으킨다. 맥주는 퓨린의 생성을 촉진한다. 따라서 통풍이 있는 사람은 술과 고기를 피해야 한다.

 

 

• 삼겹살·소주

 

회식 대표 메뉴인 삼겹살과 소주의 궁합은 더 나쁘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중에서 가장 소화가 안 되는 게 지방이다. 삼겹살은 소화가 잘 안 되는 지방이 워낙 많다. 더구나 삼겹살에는 포화지방이 많아서 혈청 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이라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그런데다 지방은 체내에서 소주의 대사를 방해한다. 또 삼겹살은 직접 구워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벤조피렌이라는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벤조피렌에 많이 노출될수록 대장에 용종이 잘 생기고 그만큼 대장암 위험성도 커진다.

 

 

• 술·에너지 드링크

 

술과 에너지 드링크는 당장 건강을 위협하는 음식 조합이다. 술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농도가 높아지면서 중추신경이 영향을 받아 심장맥박이 빨라진다. 카페인도 같은 작용을 한다. 따라서 술과 에너지 드링크를 같이 먹으면 심장은 더 빨리 뛴다. 심장이 안 좋은 사람이 술을 에너지 드링크와 섞어 마시면 심장이 마비될 수 있다. 술을 마신 후에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정도는 괜찮다.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먹고, 시간도 어느 정도 지났기 때문이다.

 

 

• 토마토·설탕

 

토마토와 설탕은 영양분을 상쇄하는 대표적인 음식 조합이다. 토마토는 무기질, 칼슘, 칼륨이 풍부하며 비타민B1이 많은 채소다. 비타민B는 쌀눈, 효모, 콩 등에 풍부하므로 일반적인 한식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 이것이 심하게 결핍되면 각기병에 걸린다. 토마토는 당분이 적어서 흔히 설탕을 뿌려 먹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몸은 설탕을 대사하기 위해 토마토의 비타민B를 사용한다. 한마디로 비타민 손실을 보는 셈이다. 귀중한 영양소를 잘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 먹지 않는 게 좋다. 차라리 소금을 약간 뿌리는 게 토마토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짠맛은 오히려 단맛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토마토 자체의 단맛을 최대한 끌어올려준다. 토마토는 우유와 잘 맞는다. 


사람의 체질과 음식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따뜻한 체질인 사람에게는 다소 차가운 음식이 좋으며, 찬 체질이라면 약간 따뜻한 음식이 이롭다. 예컨대 오래전부터 돼지고기를 먹을 때 마늘, 고추장, 풋고추, 파무침, 깻잎 등을 함께 먹어왔다. 돼지고기의 찬 성질을 중화하기 위해 따뜻한 성질의 채소를 이용한 식문화다. 생선회를 겨자, 생강초절임, 마늘편 등과 함께 먹는 것도 같은 이유다. 찬 성질의 회만 먹으면 사람에 따라 복통, 설사 등 소화 장애가 생기는데, 다른 것들과 같이 먹으면 그런 소화 장애가 덜하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이다. 김성준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한의학과 겸임교수는 “음식에도 뜨겁거나 차갑거나 중간 성질이 있다. 몸이 차가운 사람은 조금 따뜻한 음식을, 더운 사람은 차가운 음식을 찾는 게 좋다”며 “진도 홍주가 붉은색인 이유는 술을 내릴 때 자초(지치)라는 약재를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술의 색을 붉게 하려는 게 아니라 찬 성질의 자초로 소주의 뜨거운 성질을 중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굳이 체질을 따지지 않더라도 계절에 따라 먹는 음식을 달리하면 더 건강한 계절을 날 수 있다. 예컨대 냉면은 여름보다 겨울에 진가를 발휘하는 음식이다. 김성준 겸임교수는 “본래 이북에서는 겨울에 먹던 음식이 냉면이다. 날이 추우면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팔이나 다리보다 심장 쪽으로 피를 보낸다. 신체 내부에 열기가 쌓이는데, 이를 풀어줄 음식으로 냉면이 제격이다. 여름에 더운 음식을 먹는 것도 같은 이치다. 피가 밖으로 쏠려 내장은 차가운 상태가 되므로 삼계탕이나 민어탕 등 더운 음식으로 보호할 필요가 생긴다. 덥다고 수박이나 아이스크림과 같은 찬 음식을 먹고 설사하는 것은 내부가 너무 차가워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일러스트 박혜연

 

도움말 주신 분=손숙미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박재우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소화기보양클리닉 교수,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태균 고려대 생명과학부 연구교수, 최낙언 시아스(식품업체) 연구소장, 김성준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한의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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