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시장의 고민 “창원경상대병원 약국을 어찌할꼬”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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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시민단체 논란 거세지자 법률 자문 토대로 개설 허가 여부 결정

 

“법률 자문을 거쳐 약국 개설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9월26일 대한약사회 면담에서 꼬일대로 꼬인 창원경상대병원 약국 개설과 관련해 곤혹스런 표정으로 이같이 밝혔다.  전임 박완수 시장이 시민들의 의료 편익을 위해 꺼내 든 창원경상대병원 내 약국 개설 약속 카드가 오히려 안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시민단체와 약사회는 연일 의약분업의 원칙을 내세워 국립대병원 부지내 약국 개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경남도 행정심판위원회가 창원시의 약국 개설 등록 불가 처분을 뒤집자, 안 시장은 전임 시장의 창원경상대병원 부지 내 약국 개설 허용 문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원내 약국' 논란을 빚고 있는 창원경상대병원 남천프라자. ⓒ 이상욱 기자


창원시 협약서에 약국 조성 약속…스스로 논란 자초

 

2008년 9월10일 창원시는 종합전문요양기관(제3차 의료기관) 설립사업자를 공개 모집했다. 서울 중앙대병원, 인제대 백병원, 대전 을지병원, 진주 경상대학교병원, 창원 한마음병원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공모에 응한 병원은 진주 경상대학교병원 한 곳 뿐이었다. 결국 2009년 4월13일 창원시와 창원 경상대병원은 종합전문요양기관 설립협약을 체결했다. 

 

창원시는 공모안과 협약서에 총 병원 면적의 10%이내 지원시설용지(약국, 장례식장, 음식점 등) 조성을 약속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창원시는 공모와 협약을 준비하며 10명의 선정위원회에 단 한 명의 약사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09년 4월 13일 창원시와 경상대병원이 체결한 종합전문요양기관 설립협약서 제25조. ⓒ 창원시약사회 제공

창원시는 전임 시장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5월23일 ‘​약국 개설등록 장소가 창원경상대병원과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약국 개설등록 불가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지난 4월 창원경상대병원 소유의 편의시설(남천프라자)에 약국을 개설하려던 A 약사는 이에 불복, 경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약국 개설 반려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8월30일 A 약사의 청구를 받아들여 ‘약국 개설 등록 불가 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한 재결서를 창원시에 보냈다. 편의시설(남천프라자)에 개설하려는 약국이 창원경상대병원 시설 안 또는 구내가 아니고 기능적·공간적으로 독립돼 있다는 게 재결 근거다. 

 

이미 한차례 결정을 미룬 안상수 창원시장은 10월13일 약국 개설 허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와 관련, 창원시 관계자는 “병원 측의 부지 일부 분할·변경 행위와 남천프라자 지하 2층에서부터 병원까지 연결되는 지하통로 등이 경남도 행정심판위원회 결정 기속 범위에 포함되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13일을 넘기더라도 이 법률자문을 토대로 개설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시가 경남도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창원경상대병원 남천프라자 약국 개설을 규탄하는 약사회 회원의 1인 시위. ⓒ 이상욱 기자

 

 

약사회 “약사법 위반” vs 병원 “도시계획에 따른 별개 건물”

 

약사회는 경남도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창원경상대병원 측이 ‘약사법’을 위반했다며 맞서고 있다. 경남도청 앞에서 연일 1인시위를 이어가면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우선 약사회는 편의시설(남천프라자)이 여전히 창원경상대병원 시설 안 또는 구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창원경상대병원이 해당 건물의 명칭을 ‘남천프라자’로 정했지만 사업 초기부터 ‘창원경상대학교병원 편의시설동’으로 표현해 의료기관 부속시설로 밝혔다고 주장했다. 

 

또 약사회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변경해 약국 개설을 시도해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남천프라자’ 건물 앞 4차선 도로를 창원경상대병원이 창원시에 기부채납하고 ‘남천프라자’를 창원경상대병원과 공간적으로 독립시켜도 병원 부지 일부를 분할·변경한 것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도로는 앞 야산에 막혀 장례식장까지만 통행할 수 있고 실제로 병원 이용자들만 이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대법원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이 부지 일부를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에서 제외해 필지를 분할하고 수익용 건물을 신축, 약국 개설을 시도한 행위를 '약사법 위반'이라며 불허한 적 있다. 


이와 함께 약사회는 창원경상대병원이 병원과 ‘남천프라자’ 사이에 직접 왕래할 수 있는 지하 통로를 설치한 점을 들어 약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하통로는 경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서 결정한 병원과 남천프라자의 ‘공간적·기능적 분리’를 정면으로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약사회 주장대로라면 ‘남천프라자’에 약국을 입점하는 것은 법에 저촉이 된다. 류길수 창원시약사회장은 “이번 창원경상대병원 약국 개설은 의약분업의 뿌리를 흔드는 행위이며 원내 약국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창원경상대병원 지하 통로. ⓒ 창원시약사회 제공

 

  

병원측 약국 개설 방침에 시민단체 약사회 반대 성명 잇따라


반면 창원경상대병원 측은 남천프라자가 창원시 도시계획시설결정에 따라 병원과 관계없는 근린생활시설로서 전혀 별개의 장소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창원경상대병원 관계자는 “의료부지와 상업부지는 창원시 도시계획에 의해 이미 분할됐다”며 “남천프라자는 병원 앞의 근린생활시설이기 때문에 ‘원내약국’이라는 약사회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하 통로는 병원이 기부채납한 도로 앞 병원 정문까지만 연결돼 있을 뿐 남천프라자에는 이르지 않는다. 앞으로도 남천프라자와 연결할 계획조차 없다”며 “병원과 남천프라자는 지방도로에 의해 공간적으로 분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창원경상대학교병원 부지 내 약국 개설이 논란을 빚자 약대생들과 시민단체가 약국 개설 저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상대학교 약학대학 학생들이 포함된 영남지부 8개 약학대학 학생 500명은 최근 성명을 통해 “창원경상대병원 부지 내 약국개설 허용 행정심판 결과에 우려를 표한다”며 “이는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와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 변경 또는 개수하는 경우에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는 약사법 제20조 5항 2호와 3호를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마산YMCA와 창원YMCA는 10일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의약 분업 근간을 훼손하는 창원경상대병원 부지 내 약국 개설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행정심판위원회가 환자 불편을 이유로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편의주의적인 결정으로 도민의 건강권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건강권 보장을 확대하는 시점에 의약 분업의 근간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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