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지원, 유한양행은 후했고 셀트리온은 박했다
  • 이상구 시사저널e. 기자 (lsk239@sisajournal-e.com)
  • 승인 2017.10.16 13:17
  • 호수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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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매출 1000억원 이상 상장 제약사와 바이오기업 17개사 대상, 임직원 자녀 등록금 지원 실태 조사

 

상위권 제약사들이 임직원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유한양행이 약학 등 관련 대학원도 지원하는 반면, 셀트리온은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지 않는 등 업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사저널e가 2017년 상반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상장 제약사와 바이오기업 1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 업체들이 임직원 자녀들의 대학까지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제약사들은 다양한 복지후생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의료비 단체보험지원을 비롯해 경조사 지원, 건강검진 실시, 사택 기숙사 운영, 휴가제도, 퇴직연금제도, 자녀 학자금 지원, 포상제도, 임직원 쇼핑몰 운영, 동호회 지원, 자기계발 지원 등을 제공한다. 다른 업종에 비해서도 제약업계가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시점이 빠르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약사들의 복지 지원을 계량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계량화하는 지표를 찾기 어려운 탓이다. 보수적인 제약업계 특성상 이를 공개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대웅제약과 휴온스, 동화약품은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유한양행 신사옥(왼쪽)·인천 연수구(송도)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 © 시사저널 이종현·최준필

 

대부분 대학까지 임직원 자녀 등록금 지원

 

이에 따라 자녀 학자금 지원은 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지원 정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업계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부터 수업료나 등록금을 내는 상황에서 대학 등록금 지원은 직원 복지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로 평가받고 있다. A제약사 관계자는 “공장을 제외하고 제약사에 다니며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는 직원이 현실적으로 많지는 않다”면서도 “직원 학자금 지원은 회사들이 직원 복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우해 주느냐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체별로는 올 상반기 7019억7200만원을 기록하며 매출 1위를 차지한 유한양행이 임직원 자녀 학자금 지원에 있어서도 정상에 올랐다. 유한양행은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등록금도 전액 지원해 준다. 과거 인원수에 제한이 있었지만, 현재는 이 같은 제한도 없다. 제약과 관련 있는 대학원, 의학과 치의학, 약대도 전액 지원해 주고 있다. 녹십자도 임직원 자녀들의 중·고등학교와 대학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인원 제한이 없다. 종근당은 대학 입학금과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지만, 3명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다. 최근 핵가족화 시대를 감안하면 사실상 전액 지원으로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계열사인 경보제약도 종근당과 혜택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경보제약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이 964억9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80억7500만원이다.

 


 

인원제한·학점제한 등 세부사항선 차이

 

셀트리온은 고등학교는 전액 지원하지만, 대학은 지원하지 않는다. 매출 상위권 제약사들 중 유일하게 대학 학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한미약품은 임직원의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약간 특이하다. 유치원은 입학축하금 5만원, 초·중등학교는 입학축하금 10만원, 고등학교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대학의 경우 입학축하금 500만원 및 3학기에서 8학기까지 매 학기 장학금 200만원씩을 지원한다. 등록금 전액이 아니라 일정금액을 지원하는 형태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인 동아에스티와 에스티팜은 학자금 지원도 유사하다. 두 회사 모두 대학 등록금을 지원한다. 인원 제한은 2명이다.

 

JW중외제약의 경우, 고등학교는 자녀당 총 3년 6학기 수업료를 지원한다. 대학도 총 4년 8학기 등록금을 지원하는데, 인원 제한은 없다. 한독의 학자금 제도는 지난 1978년 시작됐다. 직원을 대상으로 자녀 2명까지 고교·대학에 해당하는 전 학년 입학금·수업료·육성회비(학생회비) 전액을 지급한다. 대학 과정은 8학기, 전문대학은 4학기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간호학 과정은 6학기, 의대·치대·약대는 12학기까지 등록금을 지급한다. 회사 업무 관련 학과를 우대하는 것은 유한양행과 유사하다. 보령제약 역시 직원 자녀 대학 학자금을 지원하며, 2명까지가 대상이다. 동국제약은 대학의 경우, 학점별 차등지급이 특징이다. A학점(평점 4.0 이상)은 100%, B학점(평점 4.0 미만)은 70% 지원한다. 고등학교는 학비 전액이며, 중학교는 입학축하금 20만원, 초등학교 입학축하금은 10만원이다.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제약사들 중 인원제한은 있었지만, 학점으로 지원 금액을 제한하는 회사는 동국제약이 유일했다.

 

대원제약은 중견제약사 중 직원 복지가 탄탄한 회사로 꼽힌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도 교육보조금을 지원하며, 대학은 학자금 전액을 지원한다. 인원제한과 학점제한이 없다. 특히 세 번째 자녀의 경우, 출산 시 300만원 양육비를 지급하고 매달 30만원 교육보조금을 지원한다. 급여 수준 역시 중견제약사 평균을 상회한다. 대원제약의 대졸 초임 급여는 연봉 4300만원이다. 상여금은 200%다. 국내 중견기업 수준보다 높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대원제약의 직원 복지 재원은 사내 근로복지기금이다. 회사가 지난해까지 출연한 금액이 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진제약은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두 자녀에게 학자금이 지원된다고 밝혔다. 대학의 경우, 입학금과 등록금이 동시에 두 자녀에게 지원되진 않고 한 번에 한 명씩 신청할 수 있다. 즉 자녀 2명이 동시에 대학에 다닐 경우에는 1명이 군대를 가거나 휴학을 해야 한다.

 

이 밖에 영진약품은 직원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경우, 수업료 지원을 내년부터 대폭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한 학기당 200만원이지만, 내년부터는 한 학기에 35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1년에 700만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영진약품은 올 상반기 945억2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2000억원 매출에 근접해 있다. 삼천당제약도 직원 자녀 학자금을 대학까지 지원해 주는 업체다. 인원제한은 2명이지만, 중견제약사들 중 복지 수준이 높은 편으로 꼽히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통상 매출도 중요하지만 회사 역사가 오래될수록 직원들 복지 수준이 높아지는 경향이 일부 파악된다”면서 “제약업계의 전반적 복지 지원은 다른 업종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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