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매출 270조, 삼성그룹 이끌 2인자 누가 될까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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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부회장 돌연 용퇴로 ‘경영 공백’ 커져…윤부근․이상훈 사장 등 ‘포스트 권오현’ 하마평

 

한해 매출만 270조원대인 삼성그룹이 ‘경영 공백’의 ‘늪’에 빠졌다. 그 동안 ‘삼성호’를 이끌던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3년째 자리를 비우고 있다. 이후 사실상 그룹의 총수 역할을 하던 이재용 부회장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올 초 구속됐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도 사실상 와해됐다. 미래전략실을 이끌던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은 1심 판결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된 상태다. 재계에서는 리더십 공백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13일 용퇴 의사를 밝혔다. 권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올해 초부터 사실상 그룹을 이끌어 왔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열린 각종 대기업 규제 관련 간담회에도 권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대표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수감 이후 ‘총수대행’ 역할을 맡아온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13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 시사저널 최준필

 

견조한 실적 흐름 주도한 권오현 부회장 사퇴 왜?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최근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왔다. 총수는 구속됐지만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2조원과 1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3.4%에 달하고 있다. 덕분에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최근 1년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전까지는 스마트폰 사업 부문이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을 주도했다. 이번에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성공이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3분기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권 부회장은 그 동안 이 반도체 부문을 총괄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퇴에 대한 내부의 ‘충격파’ 역시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조만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당장 공석이 된 DS(부품) 부문은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이 자리를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전문가인 김기남 사장은 1981년 삼성에 입사해 반도체연구소 D램 팀장, 차세대 메모리와 이미지센서 개발 담당 임원, D램 개발실장, 반도체 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2014년 6월부터 반도체 총괄 사장직을 수행해오고 있다. 

 

권 부회장이 대표를 겸직해온 삼성디스플레이 수장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사내이사인 이동훈 OLED사업부 사업부장 부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부사장은 1959년생으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시절부터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영업과 전략마케팅 등을 두루 거쳤기 때문에 권 부회장을 이을 ‘젊은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재계의 관심은 권 부회장을 대신해 과도기 삼성그룹을 이끌 인사가 누가 될지에 쏠려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의 퇴진을 계기로 전면적인 세대교체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피인 50대 엔지니어들을 경영 일선에 배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 시사저널 박정훈

 

재계 일각에서는 전면적인 세대교체 가능성도 거론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권 부회장처럼 중량감 있고 안정적인 인사가 과도기 삼성에는 더 맞기 때문이다. ‘포스트 권오현’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사가 윤부근 CE 부문장(사장)이다. 윤 사장은 등기이사이면서 권 부회장 다음가는 연장자다. 최근 혼란한 그룹 상황을 조기에 안정화시키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할 가장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윤 사장은 울릉도 출신으로, 1978년 삼성전자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후 컬러TV 개발을 시작으로 제조팀장, 개발팀장 등을 거친 후, 2013년부터 CE(소비자가전) 부문 사장을 맡고 있다. 전통적으로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CEO)는 엔지니어가 맡아왔다는 점도 그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다. 

 

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이 사장은 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경북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1982년 삼성전자 경리과에 입사했다. 2012년부터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실장과 CFO를 맡고 있다. 구조조정본부와 미래전략실을 거쳐 그룹 사정에 밝은데다,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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