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동백섬 운촌항 개발사업에 '특혜 구린내'
  • 임창섭 기자 (sisa525@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1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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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회에 제출된 개발 찬성 의견서 ‘관권개입 정황’

수백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부산 동백섬 운촌항 개발 사업에 주민의견 수렴 절차가 엉터리로 진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강한 특혜의혹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사업의 수혜자가 사실상 특정기업에 국한된 가운데 당초 부산시와 관할 해운대구가 계획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해양수산부에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백섬은 문화재보호구역인데다 천혜의 자연을 갖추고 있음에도 생활하수가 흘러들어 해양을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심한 악취로 주민들과 관광객들로부터 정화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곳이다. 이런데도 부산시나 해운대구가 해양수산부의 마리나 개발과 관련해 주민들과 어촌계 어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하고 단 한줄의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강진수 비상대책위원장이 동백섬 운촌항에 대해 상황 설명하고 있다. © 임창섭 기자



구의회 반대결의안 채택 과정서 민-민 갈등 유도 '정황'

 

더구나 최근 해운대구의회 일부 의원들이 운촌항 개발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려하자 주민 30여 명의 소위 ‘자발적(?) 개발 찬성 의견서’가 급조돼 해운대구의회 의장 앞으로 접수됐다. 특혜의혹을 민-민 갈등으로 몰아가려는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 대목이다. 

 

이 의견서 작성 과정에는 공무원이 개입된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회의에 참석한 공무원이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서명을 유도한 흔적 또한 역력해 의견서 자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주민은 시사저널과 통화와 문자에서 “모임에 가보니 부산시 공무원이 나와 있었으며, 이 공무원으로부터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공무원 참가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참석한 주민들은 "해당 공무원에게 동백섬 하수오염에 따른 악취 문제에 대해 시 차원의 대책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더니, 오염 대책을 주민들과 함께 세우겠다고 약속해 찬성 서명을 했다"고 증언했다. 더구나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와 관련, 이미 민간사업자가 정해져 있다는 전제하에 사업을 설명했기 때문에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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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2일 열린 부산 해운대구의회 본회의 장면. 운촌항 개발을 반대하는 의견이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의결 부쳐져 부결되는 촌극을 빚었다. © 임창섭 기자
 

 

의견서에 주민 주장 담기지 않아 “작성자 누구인가 의문”

 

이 참석자의 주장이 맞다면 사업자를 위한 일방적인 시 관계자 설명만 듣고 서명을 한 셈이다. 본지가 입수한 의견서 내용에는 이같은 하수오염 등 주민의견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견서의 또다른 문제점은 특정 동 주민자치위원장 명의의 공식적인 의견서임에도 서명한 주민 30여 명 가운데 3분의 1이 동백섬과 지리적으로 직접 접하고 있지 않은 해운대 타지역 주민들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한사람의 필체로 짐작되는 여러명의 서명지가 발견되는 등 의견서가 누군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만들어진 흔적 또한 역력하다.

 

이에 대해 다른 주민자치위원들도 자치위원회 공식 회의를 거치지 않은 문건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한 자치위원은 "자치위원회 공식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일부 집행부의 의견일 뿐"이라며 지난 20일 열린 월례회의에서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부산시- 해운대구, 지역 주민 의견 철저히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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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자발적인 주민의견이 아닌 관권이 개입된 의견서가 나돌아 주민들간 갈등을 부채질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동백섬을 내다보고 사는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수천여 명의 주민들은 특정기업과 해수부, 부산시, 해운대구가 한통속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연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실제 피해에 직면해 있는 어민들이나 주민들의 의견은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해수부나 부산시 해운대구의 행보를 보면 이같은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환경영향평가에 가장 밀접한 이해 당사자인 어촌계 의견이 전혀 개진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를 반증한다.  

해운대동백섬 개발을 둘러싸고 마치 주민간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춰진 해운대구 한 특정 동(洞) 주민자치위원장 명의의 의견서. 공무원이 자발적(?) 주민들 모임에 참석해 사업을 설명한 뒤 정작 주민들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내용으로 작성된 문건이 구의회에 제출된 것으로 밝혀져 관건개입 시비를 낳고 있다. © 임창섭 기자​

 

주민대책위, '관권 개입 의혹' 경찰에 수사 의뢰

 

더한 해프닝을 연출한 곳은 해운대구의회다. 지난 10월12일에 6명의 해운대 구의원은 본 사업과 관련한 구의회 차원의 반대결의안 채택을 위해 안건을 상정했다.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은 유점자·김삼수·서창우·이명원·정성철·심윤정 등 민주당 및 바른정당 소속 구의원 6명이었다.

 

이날 해프닝은 결의안을 원초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음에도 의결에 부쳐졌다는 점이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사업내용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니 결의안 채택을 연기하자는 발언이 전부였다.

 

따라서 결의안 채택 연기 여부를 놓고 이뤄져야 할 표결이 결의안 채택 자체에 대한 투표로 변질돼 출석의원 16명 가운데 6명 찬성, 10명의 반대로 부결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은 본지가 입수한 서명지를 첨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만약 수사를 통해 이 주민의견서가 특정기업이나 관권 사주로 작성된 문건이라는 점이 드러날 경우 일파만파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곳 사업의 수혜자로 꼽히는 특정기업은 현재도 해양레저 사업을 앞세워 사실상 식음료 영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 지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어민들 “해상봉쇄하겠다”​실력행사 천명

 

해운대 광안리 일대 7개 어촌계는 만약 이 특정기업을 주도로 한 운촌항 컨소시엄 사업을 강행할 경우 어선을 동원한 해상봉쇄까지 천명해 놓은 상태다. 

 

어민들과 주민들은 해녀들 작업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오염된 운촌항이 방파제에 의해 가둬지면 오염심화는 물론 인근 해양을 2차 오염시켜 궁극적으로 동백섬 일대 생태계를 파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진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사업을 계획할 때부터 특혜의혹과 함께 해양오염에 대한 우려가 극심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주민들이나 어민들에게 대책 설명회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할 수 있는 지 황당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운대 동백섬 운촌 마리나 개발사업은 14만1121㎡ 부지(해상 8만6466㎡ 포함)에 레저 선박 계류장과 클럽하우스 등을 조성하고 태풍 해일로부터 선박을 보호하는 방파제(길이 255m)를 건설하는데 국비 280억 원과 민간자본 557억 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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