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무 하나로 자자손손 부를 누리게 한 ‘파아이렁’
  • 서영수 감독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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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감독의 Tea Road(1)] 보이차의 고향 징마이(景邁) 차산을 가다

 

비가 내렸다. 밤새도록 퍼붓던 비는 새벽에도 멈추지 않았다. 징홍(景洪)의 아침을 구성진 빗소리로 맞이했다. 윈난성(雲南省) 성도(省都) 쿤밍(昆明)에서 780km 서남 방향에 있는 징홍은 중국에서 유일한 타이(傣)족 자치주, 시솽반나(西雙版納) 주도(州都)로 교통요충지다. 보이차(普洱茶) 고향 윈난성에서도 품질 좋은 차나무가 살고 있는 알짜배기 차산은 징홍을 중심으로 산개돼있다. 일반 승용차로는 갈 수없는 험로가 많아 사륜구동 SUV가 필수다. 가까우면 3시간 멀면 이틀 넘게 가야하는 첩첩산중에 천년 이상 묵은 차나무가 보물처럼 숨어있다.

 

중국 CCTV 제작진이 준비해둔 사륜구동 SUV를 타고 오전 9시 징홍을 출발했다. 차산에서 촬영 중인 CCTV 다큐멘터리 제작팀에 합류하러 가는 길을 궂은비가 속절없이 따라왔다. 수 천 년 전부터 변하지 않고 오늘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중국 전통문화 베스트 5’를 중국정부가 선정하자 중국 CCTV는 다큐멘터리 특집을 기획했다. ‘베스트 5’로 인정받은 보이차를 테마로 ‘티엔츠푸얼(天賜普洱, 하늘이 내려준 선물 보이차)’을 제작하는 CCTV PD 류춘위(劉春雨)와 1년 여에 걸친 일정 조율 끝에 첫 출연하는 날 하염없이 내리는 비는 야속하지만 반갑기도 했다.

 

파아이렁사 © 사진=서영수 제공

영화와 TV를 연출하며 카메오 출연은 재미삼아 해봤지만 한국인으로서 유일하게 중국CCTV로부터 초대받아 중국 현지에서 보이차 전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상황은 기대보다 긴장이 앞섰다. 이틀 전 오후 6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 KE885편은 4시간 35분 만에 쿤밍 창수이(長水)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국내선 항공편이 마감돼 쿤밍공항호텔에서 1박하고 다음 날 오후 징홍 까사(嘎洒)공항에 도착했다. 중국 CCTV 제작진이 예약해준 호텔에서 하룻밤 지새우고 드디어 촬영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었지만 드세게 내리는 비로 촬영이 늦춰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징홍을 벗어난 차는 보이차 산업 중심기지로 부각돼 성장일로에 있는 멍하이((勐海)현을 거쳐 라후(拉祜)족 자치지역인 란창현(瀾滄縣) 후이민향(惠民鄕)에 속한 징마이(景邁) 차산입구까지 3시간 만에 도착했다.

 

비구름 가득한 차산(왼쪽)과 보이차를 만드는 윈난산 대엽종 어린 찻잎의 튼실한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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