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차세대 리더-정치①] 안희정 ‘독주’ 이재명 ‘약진’ 안철수·심상정 ‘추격’
  • 김지영·박혁진·유지만·구민주 기자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3 11:35
  • 호수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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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위] 정치 리더 25명 중 민주당 11명, 한국당 4명

 

오늘은 내일의 거울이다. 그래서 미래학(未來學)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미래학을 단순히 희망적 몽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현재학(現在學)의 연장선상으로 본다. 현재를 반성하지 않으면 진전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듯,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집단은 현재의 만족을 오래 누리기 어렵다.

 

시사저널은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조사를 통해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제시하고 있다. 1989년 창간부터 올해까지 28년째 계속해 오고 있는 최장기 연중기획이다.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 등장한 인물들의 부침(浮沈)은 지금 현재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들의 변천사를 대변해 준다.

 

그리고 지난 2008년, 스무 살 성인에 접어든 시사저널은 오늘에 이은 내일의 준비를 위해 ‘차세대 리더’라는 새로운 연중기획을 추가했다.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미래 버전, 즉 ‘누가 한국을 움직일 것인가’란 전망인 셈이다. 어느덧 이 기획도 올해로 10회째를 맞게 됐다.​ 

 

 1  ​안희정(54) ​충남도지사​​​

 

© 시사저널 고성준

안희정 충남지사의 고공행진은 계속됐다. 안 지사는 차세대 리더 정치 분야 조사에서 1위를 수성했다. 처음 1위에 오른 2013년부터 5년째다. 지목률도 지난해 33.6%에서 44.7%로 11.1%포인트나 상승했다. 그는 2008년 공동 10위를 필두로 2009년 공동 6위, 2010년 3위를 차지했다. 2011년과 2012년엔 공동 4위와 3위에 오르더니 급기야 2013년 최정상에 등극했다.

안 지사는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함께했다”고 말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는 ‘노무현의 적자이자 장자’다. 199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함께 일하며 정치인 꿈을 키웠다.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대선캠프 정무팀장으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4년 5월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하자 “저를 무겁게 처벌해 승리자도 법과 정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증명하게 해 달라”고 한 법정 최후진술은 유명하다. 안 지사와 노 전 대통령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탈권위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인문학 지식이 두터워 토론을 즐기는 취향도 유사하다. 특히 시민권, 자치분권 등에 대한 애착이 강한 점도 공통분모다.

 

‘골수 운동권’ 출신임에도 사고(思考)가 온건하고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고의 유연성은 ‘대연정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연정 발언’을 했다가 지지층으로부터 “적폐세력과 손을 잡자는 것이냐”는 비난에 맞닥뜨려야 했다. 하지만 안 지사는 “선거용 발언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성립돼야만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대화가 가능하려면 상대의 주장을 받아들여줘야 한다. 각자의 주장을 받아들일 때만 대화가 가능하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난 앞으로도 국민들에게 많은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정치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결연함마저 풍긴다. 대선 출마를 위한 예열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음에도 민주당 최종 경선에서 득표율 21.5%로 2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이 차세대 리더 1위로 꼽은 것도 안 지사의 차기 대선 경쟁력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안 지사의 대연정이나 선의(善意)의 발언은 보수 성향 유권자에게도 그에 대한 호감을 갖게 했다. 안 지사의 확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가 다음 대선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 지사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 충남지사 3선에 도전하지 않는 대신 서울이나 충남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보궐선거에 당선돼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의회 민주주의자로서의 경험과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과연 안 지사는 처음으로 국회의원 출사표를 던질까.​ 

 

 

 2  ​이재명(54)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은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223명의 지목을 받아 2위에 올랐다. 이 시장이 광역단체장이 아닌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이면서도 2위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한 것은 지난 대선 때 인지도를 대폭 끌어올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2016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촛불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며 ‘이재명 신드롬’이란 말까지 낳기도 했다. 한때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였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 지지율이 오르기도 했다. 이 시장의 강점은 선명함이다. 그의 말에는 거침이 없다. 정책 또한 파격에 가깝다. 이 시장은 민주당 경선에서도 기본소득제나 국토보유세 등 당내 다른 주자들과 비교해서도 파격적 정책을 내세우며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당내 경선에서 2위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득표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이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로 나설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게 정치권 전망이다. 그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성남시장에서 경기지사로 한 단계 위상을 높일 경우 2022년 치러질 가능성이 큰 대선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3  ​안철수(56)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전문가 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안 대표는 지난해 정치 분야 차세대 리더 순위에서 25.9%의 지목률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순위가 3위로 떨어진 것도 모자라, 지목률은 무려 14.9%포인트나 떨어진 11%를 기록했다. 안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대선 기간 중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을 앞지르는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유세와 TV토론을 통해 정국 수습을 위한 적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2위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뒤지는 표를 받았다. 안 대표는 8월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좀처럼 본인과 당 모두의 지지율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보수정당 통합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만을 내세우며 이렇다 할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다음 대선도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 대표는 뒤늦게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으나,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4  ​심상정(59) 정의당 국회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소수 정당 출신으로는 드물게 대중 정치인으로 안착했다. 어느덧 3선 중진 의원이 된 심 의원은 이번 조사에서도 가장 눈에 띄게 순위가 상승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심 의원의 이름은 10위 안에서 찾을 수 없었다. 그랬던 그가 올해는 10%의 지목률로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3위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격차가 불과 1%포인트밖에 나지 않았다. 심 의원의 약진은 역시나 지난 대선 정국에서 보여준 진보정당 대선주자로서의 선명한 이미지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선거에서 얻는 득표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치인이다. 그는 20~30대 젊은 층에서 ‘심블리’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로 인해 그의 유세 현장은 축제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그가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속이 뻥 뚫릴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말솜씨 때문이다. 심 의원은 지난 대선 토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꼼짝 못하게 하는 언변을 발휘하며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심 의원은 이제 정치를 넘어 예능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그는 최근 tvN 예능 다큐멘터리 《행복난민》에 출연해 덴마크에 다녀왔다.

 

 

 5  ​남경필(53) 경기도지사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정치에 입문한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시련의 계절이 왔다. 남 지사는 1998년 부친인 남평우 의원의 별세로 치러진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그의 나이 33세였다. 사업가 집안의 아들로 자란 그는 연세대 졸업 후 아버지가 사주로 있던 경인일보에서 잠시 기자로 일했다. 그러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예일대에서 MBA 학위를 받고 돌아왔다. 부친의 후광으로 금배지를 단 그를 언론에서는 ‘오렌지 정치인’이라 칭했다. 하지만 보수정당 소속으로는 드물게 혁신적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돼 결국 경기지사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는 지난 1년 정치적 그리고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남 지사는 지난해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 지자체장 중 가장 먼저 탈당했다. 이후 바른정당 창당에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현재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왔다. 일부 ‘자강파’ 의원들이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을 반대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남 지사는 아들이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되면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6  ​유시민(59) 작가

 

사회 분야 차세대 리더 1위로 별도 소개

 

 

 7  ​원희룡(54)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와 더불어 ‘차세대 리더’ 조사의 단골손님이다. 지난해 5위에 올랐던 원 지사는 올해는 두 계단 하락한 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위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2위로 급등하면서 순위가 밀렸고, 9.4%였던 지목률은 올해 3.6%로 떨어졌다.


과거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원 지사는 남경필 경기지사, 정병국 의원(現 바른정당)과 함께 당내 대표적인 개혁 성향 인사였다. 16대부터 18대까지 내리 3선을 달성한 터라 당내에서도 상당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남 지사, 정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원 지사는 현재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최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선 도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당내에서도 원 지사 외에 인물을 찾기 어렵다. 다만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합당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8  ​임종석(52) 청와대 비서실장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차세대 리더’ 조사의 뉴 페이스다. 올해 조사에서 처음으로 차세대 리더 순위표에 이름을 올렸다. 지목률 3.0%로 정치 분야 8위를 차지했다. 임 실장은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1988년 한양대 총학생회장에 선출된 후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맡으면서 학생운동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임수경 전 의원의 방북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1989년 말에 체포돼 3년 반가량 실형을 살았다.


1999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단행된 대규모 사면복권 당시 복권된 임 실장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하고 서울 성동구에 출마해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당선되며 재선에 성공하고, 당시 열린우리당 대변인을 맡았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활약한 후 2015년까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서울 은평 을에 출마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삼고초려할 정도로 임 실장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대중적인 인기를 기반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차출론’까지 나오고 있다.​

 

 

 9  이정미(52) 정의당 대표

 


8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어 9위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순위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지목률은 임 실장에 고작 0.1%포인트 뒤진 2.9%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지난 7월11일 열린 정의당 동시당직선거에서 7172표(56.05%)를 득표, 5624표(43.95%)를 얻은 박원석 전 의원을 꺾고 정의당의 새로운 대표에 선출됐다. 정의당 안팎에서 “진보정치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정의당 소속 민족자주(NL) 계열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이념적 공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당 바깥에서 이 대표를 향해 ‘공산주의자’라 공격하면서 종북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논란이 생기자 직접 나서 “북한은 보편적인 민주주의와 인권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국가라는 것이 자신의 판단이며, 정의당의 판단”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회 입성 후에는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차별금지법과 동반자(시민결합) 제도 입안 등을 주장하고 있다.​

 

 

 10  ​표창원(52)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0위에는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자리했다. 8위인 임종석 실장, 9위 이정미 대표와 함께 동갑내기 3명이 8위부터 10위를 차지했다. 지목률은 2.5%다. 표 의원 역시 이정미 대표와 마찬가지로 20대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표 의원은 경찰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범죄분석가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방송에 자주 나오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그러던 중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개인 블로그 및 트위터를 통해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는 과정에서 돌연 ‘경찰대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찰대학 교수직을 사퇴했다. 2015년 12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경기도 용인 정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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