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시사저널이 주로 여당을 비판해 온 까닭은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5 13:46
  • 호수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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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은 지난해 12월말에 제작한 1419호에서 세상을 뒤바꾼 특종을 터뜨렸습니다. “박연차가 반기문에 23만 달러 줬다”는 제목의 기사가 그것입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다른 매체들도 잇달아 시사저널 기사를 뒷받침하는 후속보도를 내보냈고, 대선 정국은 급속히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결국 출마선언을 한 지 한 달여 만인 올해 2월1일 전격적으로 후보 사퇴선언을 하고 대선 레이스에서 내려왔습니다. 반기문씨는 지지율에 약간의 등락은 있었지만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강(兩强)체제를 구축한 유력 후보였습니다. 더욱이 보수우파 진영의 사실상 유일 후보였던 탓에 그가 끝까지 하차하지 않은 채 대선을 치렀으면 결과가 어찌 됐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난해 11월 둘째 주에 제작한 1413호의 커버스토리 JP 인터뷰도 마찬가지로 세상을 바꾼 시사저널의 특종입니다. 김종필 전 총리는 “박근혜, 부모 단점만 물려받았다”는 제목의 이 단독 인터뷰에서 세상 사람들이 몰랐던 고(故) 육영수 여사의 에피소드를 밝혔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육 여사의 ‘진짜 성격’이 어떻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 세간의 일대 화제가 됐습니다. 저부터도 충격을 받았을 정도였으니까요.

 

© 시사저널 자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집권 후 처음으로 궁지에 몰아넣은 기사도 시사저널의 특종입니다. 시사저널은 2014년 3월21일에 마감한 1275호 커버스토리로 정윤회씨가 박지만 EG 회장을 한 달 이상 미행하도록 지시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기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정씨를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이 기사에 이어 그해 4월4일에 마감한 1277호에서 시사저널은 정윤회씨 부부가 승마협회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정유라 선수가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을 앞두고 여러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들 특종은 당시 철옹성을 방불케 하던 박근혜 정권을 정조준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격노해 시사저널에 본때를 보여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지난해 세월호 2주기 특집기사의 일환으로 실린 ‘어버이연합 탈북자 알바 동원’ 기사도 시사저널이 첫 보도했습니다. 시사저널은 이어 지난해 4월22일에 마감한 1384호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보수 집회 열어달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폭로했습니다. 세월호 2주기 즈음해서 나온 일련의 이들 보도는 세월호 이슈를 다시 공론의 장(場)으로 끌어올려,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강해졌습니다.

 

MB 임기말에 터져나온 내곡동 사저(私邸) 추진 기사도 시사저널의 특종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제18대 대선을 1년2개월 앞둔 시점인 2011년 10월에 터진 이 기사로 인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급속히 레임덕에 빠졌습니다.

 

세상을 바꾼 여러 건의 시사저널 특종을 언급한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이번 호가 창간 28주년 기념호라서 그렇습니다. 저희가 자랑하기 위해 이런 사례를 든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9년간 우파정권이 집권했기 때문에 시사저널의 특종은 우파를 비판하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시사저널은 좀 곤란하겠네?” 저는 구성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가 ‘시사저널이 어떤 매체냐’고 묻거든 ‘시사저널은 누가 권력을 잡든 주로 여당을 비판하는 매체’라고 답해라.”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후 지금까지 28년간 독자만을 생각하면서 권력에 맞서왔습니다. 언론이 죽으면 국민은 개돼지가 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권력을 감시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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