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식물 보호와 육성 시급하다
  • 김형운 탐사보도전문기자 (sisa211@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7 10:54
  • 호수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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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겨레 자생식물(2)] 자생식물 개발 및 보전 노력 미흡해 250여 종 멸종 위기…특단 대책 마련해야

 

[편집자 주]

우리 금수강산에서 조상과 숨결을 같이해 온 겨레 자생식물이 최근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미 다가온 종자 및 식물유전자 전쟁에 대비해 겨레 자생식물을 보전하고, 농산물 개방과 물질특허 등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취재하고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 보호 및 육성의 당위성,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외국의 밀반출 실태, 외국의 자생식물 보호 사례 등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제대로 보전하고 키워나가는 대안과 방향 제시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유전자원의 보고(寶庫)로 일컬어지는 겨레 자생식물. 우리나라 기후풍토에 잘 적응하며 오랫동안 겨레와 함께 살아온 식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봄과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뚜렷한 사계절을 가지고 있다. 이 독특한 환경조건으로 인해 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한 나라 중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귀중한 식물들의 품종을 다수 간직하고 있다.

 

 

뚜렷한 사계 금수강산으로 식물 다양성 풍부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목본과 초본을 모두 합쳐 약 4500여 종에 이른다. 나무인 목본이 1300여 종으로 분류되고, 나머지 3200여 종이 풀인 초본으로 구성돼 있다. 달맞이꽃과 같이 외국에서 오래전 반입돼 자생하고 있는 귀화식물 300여 종도 포함돼 있다. 구상나무와 미선나무의 경우 한라산과 소백산, 태백산, 지리산, 덕유산 등에 자생하며 우리나라에만 있고, 지구에서 단 한 속(屬), 과(科)밖에 없어 보존 가치가 높다. 이들 2종의 고유식물을 포함한 특산식물 역시 1000여 종에 이른다.

 

자생식물의 종류가 목본과 초본을 포함해 4500여 종에 달하고 있지만, 이들을 품종으로 분류하면 난 종류만 해도 400여 가지에 달하는 등 모두 2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에는 북한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 나무와 풀을 합쳐 600여 가지에 달한다. 좁은 국토면적에 비해 식물의 다양성이 풍부한 이들 자생식물의 자원화와 육종 등 활용대책이 앞으로 큰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무분별한 개발과 안일한 보전 노력으로 인해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들이 250여 종에 달하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강구되지 않을 경우 자생식물들의 개체와 종류가 급속도로 줄어들 위기에 처한 것이 우리 자생식물의 현주소다.

 

멸종 위기 식물인 한라솜다리, 깽깽이풀, 둥근잎꿩의비름, 가시연꽃(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시사저널 김형운

지역과 식물별 자생지 조사는 그동안 식물학계를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정부 차원의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생식물의 중요성에 대한 당국의 인식과 육성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최근 희귀식물과 멸종 위기 식물에 대한 학계와 정부기관의 보존 활동이 진행되고 있으나, 개발 속도에 비하면 더딘 감이 없지 않다. 자생식물에 대해 보호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면 수천 년을 겨레와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곁에 있던 식물들이 차츰 하나둘씩 사라져갈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환경부는 1994년 특정 자생식물을 지정하는 한편, 학술적으로 보호가치가 있는 식물을 자연환경보전법에 의거해 지정·고시했다. 산림청 임업연구원도 1996년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희귀 및 멸종 위기 식물 72과, 116속, 191종, 23변종, 3아종 등 217종과 후보종을 선정·발표했다. 보전 순위별로는 광릉요강꽃(1위)과 금자란(2위), 나도풍란(3위) 등 멸종 위기에 있는 자생식물을 선정해 중장기 보전 계획을 수립하는 등 환경부와 산림청이 보전사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자생식물의 중요성과 멸종 위기 식물의 보전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자생지 훼손과 멸종 위기 식물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식물학계의 진단이다.

 

 

“겨레 자생식물 보호가 결국 국가 경쟁력”

 

멸종 위기 식물이 나오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식물을 남획하고 간벌을 하지 않아 낙엽이 쌓여 자생식물이 자랄 환경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복주머니꽃을 비롯해 해오라비난초 등 희귀난과 식물들이 탐욕스러운 인간들의 남획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천마와 산작약, 삼지구엽초 등 생약재와 백양꽃, 솔나리, 깽깽이풀, 애기앉은부채 같은 관상가치가 높은 식물도 불법 채집 등으로 점차 개체수가 줄어들며 멸종 위기로 치닫고 있다.

 

식물자원 관리에 있어, 특히 희귀 및 멸종 위기 식물의 경우 자연환경이 나날이 훼손돼 가고 있어 그 현황 파악과 보전대책이 매우 시급한 시점이다. 지난 37년여 동안 자생식물을 수집해 동양 최대 사립 식물원인 용인 한택식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택주 원장은 멸종 위기 식물을 전국에서 찾아내 자신의 식물원에서 육종하며 개체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그는 “자생식물의 멸종 위기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행정 당국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과감한 투자로 뛰어난 유전자원을 지닌 우리 자생식물을 살려나가기 위한 각계의 공동 노력과 국립식물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멸종 위기 식물의 대부분이 우리 특산식물인 점을 감안해 주관적인 보전관리가 아닌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자생식물의 멸종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생물종 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내외의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계획과 정부의 과감한 예산지원을 통한 식물자원의 효율적인 자원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안영희 중앙대 교수(조경학)는 “겨레와 생사고락을 함께하면서 수천 년을 살아온 우리 자생식물의 다양성은 세계 식물학계에서도 오래전부터 관심의 대상이 됐다”며 “이제라도 당국의 과감한 지원을 통해 자생식물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보전 육성해야 식물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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