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업계에 퍼지는 ‘착한 창업’ 열풍
  • 이석 기자·김성희 창업칼럼니스트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10.3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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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협회 자정안 발표 반응 크게 엇갈려…‘착한 창업’ 표방 브랜드 주목

 

국내 프랜차이즈업계를 대변하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최근 자정안을 발표해 주목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10월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점사업자 단체 구성 확대와 10년 갱신요구기간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자정안을 발표했다. 

 

협회는 우선 가맹점 100곳 이상인 모든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와 협의해 1년 이내에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하고 상생협약을 체결토록 했다. 아울러 브랜드의 품질이나 서비스 동일성 유지에 필요한 물품만 필수물품으로 지정토록 하고, 협회 내에 ‘필수물품 지정 중재위원회’를 신설해 분쟁이 발생하면 중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협회는 향후 가맹점에 대한 필수물품 공급가격, 필수물품 선정 기준 등도 정보공개서에 추가로 기재한다는 방침이다. 

 

최영홍 프랜차이즈혁신위원장이 10월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자정 실천안을 발표하고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분쟁시 협회가 중재 역할 

 

협회는 또 가맹점사업자의 ‘10년 가맹계약 요구기간’을 폐지해 가맹점사업자가 가맹계약기간에 상관없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가맹점사업주에 대해 보복행위를 하는 가맹본부가 없도록 불공정거래 예방센터를 통해 상시 감시와 신고를 받고 직접 현장방문 등을 통해 조사 및 확인하는 체제도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향후 프랜차이즈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자정 노력을 계속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가맹점주협의회를 구성해 거래조건 협의권을 보장해 준 점과 필수품목에 대한 리베이트 비율 등 정보공개 강화, 가맹점주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무기한으로 인정해 준 점 등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으로 “일부는 미진한 점이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협회의 혁신안 중 대정부 관련한 내용들이 공정위의 불만을 우려해 사라졌고, 강제성도 없다는 점에서 자정안의 실효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인철 광주대학교 물류유통경영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산업은 국내 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제도적 규제와 지원 모두 절실하다”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책임으로만 돌린 자정안보다 정부가 어떠한 지원과 규제가 어울릴지에 대해 먼저 심도있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교육시스템이라고도 불리는 만큼 정부가 가맹점주의 교육에 대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월27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주최한 자정안 실천 발표회에 참석해 의견을 말하고 있다.

 

 

“협회 자정안보다 정부 차원 고민이 우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와 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 등 관련 단체도 27일 성명서를 내고 “부당한 필수물품 강요금지 문제나 가맹점주단체 구성·협상권 등 강화,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10년 제한 삭제 등 그 동안 만면한 문제들을 인정하고 개선해야 된다는 공감대 이외에 실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없다”며 “결국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협회의 자정안 발표 이전부터 이미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착한 창업’을 진행하는 브랜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같은 트렌드를 계속 확대해나갈 경우 법이 아니라 업계 자율적으로 얼마든지 규제가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실제로 이탈리안 하우스 콘셉트의 돈가스전문점 부엉이돈까스는 지난 7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사업이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이익의 공유방식을 미리 협동조합정관‧가맹계약서에 ‘이익공유 계약항목’으로 명시해 이익을 서로 나누는 프랜차이즈 육성사업이다. 부엉이돈까스가 준비하고 있는 사업은 CK(Central Kitchen) 공장 설립으로 발생되는 소스의 제조 원가 절감에 따른 수익을 가맹점과 나누는 것과 매년 말 당기 순이익의 10%를 다음 년도 각 가맹점들의 마케팅 비용과 물류지원 예산으로 편성해 지원한다는 2가지다. 


돈까스 전문점 부엉이돈까스는 최근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에 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일각서는 “착한 창업 문화 더욱 확대해야”

 

수제초밥으로 유명한 스시노백쉐프도 최근 가맹점주 및 가맹본사 직원과의 소통, 예비창업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공정창업 플레이스 더매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창업 전 적성과 진단을 받아 창업 실패율을 최소화할 수 있고, 본사 직원과 슈퍼바이저 등의 성향과 적성도 파악해 가맹점주와 가장 최적의 합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스시노백쉐프 관계자는 “가맹점주의 리스크를 최소화함으로써 가맹점의 성장을 돕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남지역에 기반을 둔 7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도 최근 갑질 근절 등을 앞세운 ‘착한 창업’을 표방하고 나섰다. 착한 창업을 위해 개별 홈페이지 개설, 예비창업자들과 소통을 바탕으로 건전한 프랜차이즈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7개 브랜드는 돈오락쪽갈비, 하나돈까스, 불막열삼, 닭발공장, 불끈낙지, 삐삐라이더스, G글G글오돌구이 등이다. 

 

이들 브랜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갑질, 폭리, 일탈 등을 배제하고 창업비용과 물류비용 등을 최대한 가맹점의 입장에서 수익구조를 만들어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신영호 (사)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부산울산경남지회장은 “예비창업자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브랜드를 통해 착한 창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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