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콩고 코발트 사업 이어갔다면…”
  • 강천구 영진회계법인 부회장·前 한국광물자원공사 본부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11.1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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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의 자원이야기] 2차 전지 핵심 원료인 코발트 매장량 절반 콩고에…정권 교체 후 사업 철수 아쉬움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지역 분쟁은 베트남전쟁이나 한국전쟁이 아니라 아프리카 콩고내전이다. 1998년부터 2003년 벌어진 내전기간 동안 인종청소, 고문, 학살, 질병 등으로 4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로 인해 2500만 명의 난민도 발생했다.

 

콩고내전은 1965년부터 30여 년 간 독재정권을 유지해 온 모부투 정권과 이에 대항하는 로랑 카빌라 반정부세력의 정권 쟁탈전에서 시작됐다. 카빌라는 1997년 5월 내전에서 승리한 후 나라 이름을 자이르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으로 바꾸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결국 2003년 내전이 끝나고 유엔의 중재로 총성이 멎었다.

 

이명박 정부 첫 해였던 2008년 시저 크리스토프 구웨이 담보 주한 콩고대사는 국내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인프라스트럭처(사회적 생산기반) 건설과 자원개발을 연계하는 투자에 나서 콩고의 광물자원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담보 대사는 “한국기업을 위해 대규모 산업단지조성, 용지 무상 제공, 세제혜택 등을 모두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 바로 자원과 기술, 자본을 서로 바꾸는 사업을 통해 한국과 콩고 두 나라가 ‘윈윈’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코발트-니켈 마그넷 ⓒ 사진=DPA연합

 

콩고 정부 제안 받아 2008년부터 자원 확보 나서

 

당시 콩고는 열악했던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위해 공항 및 10여개 신도시건설과 고속도로, 철도 도입 계획을 세웠고, 이를 자원개발과 연계해 개발하기를 희망했다. 콩고엔 50여 종류의 광물이 매장돼 있는 자원의 보고(寶庫)다. 이 중 구리, 코발트, 아연, 납, 카드늄, 주석, 텅스텐, 우라늄, 금 등 일부 광물만 개발되고 있다. 특히 구리는 전 세계 매장량의 10%를 차지하고 있고 코발트의 경우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인 50%를 가지고 있다. 캐나다 광업전문 주간지 ‘The Northern Miner’에 따르면, 세계 3대 코발트 프로젝트(1위 Mutanda, 2위 Tenke Fungurume, 3위 Mashamba East)가 모두 콩고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금도 세계 기업들의 눈이 콩고에 쏠리는 이유다. 

 

2008년 한국 정부는 콩고 정부의 이런 제의에 응했다. 2009년 3월4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한국-콩고 간 수자원, 광물 동반진출 협약 체결 및 합작법인 설립식’이 있었다. 협약의 핵심은 한국 수자원공사가 콩고에 댐을 지어 주고, 상하수도 시설건설, 재개발, 운영관리에 대한 기술 노하우를 제공하는 대신 구리, 코발트, 우라늄 등 광산 개발권을 받는 것이었다. 행사에는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관계자, 올리버 카미타투 콩고 기획부장관, 아프리카 최대광산회사인 GFIA의 조지A 포레스토 회장 등이 참석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은 2009년부터 이들 광물자원이 앞으로 다가올 전기차 시대의 핵심 광물로 여기고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5월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콩고 킨샤샤에 민간 투자 지원센터를 개설 했다. 그 해 7월엔 구리, 코발트 광물이 많이 매장돼 있는 루붐바시에 지소를 추가로 설치했다. 그리고 2011년 5월에 콩고 사무소를 정식으로 개소하고 본격적인 자원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광물자원공사는 사업 부진을 이유로 삼아 2015년 완전 철수하고 말았다. 정권교체 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사업을 축소하던 방침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코발트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 배터리의 핵심원료다. 한 번 충전하면 수백 ㎞를 달릴 수 있는 고용량 2차 전지 배터리에 필수적이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세 가지를 섞어 만든 삼원계 배터리가 대표적인 고용량 배터리다. 이 코발트의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지는 배터리 가격상승은 코발트 가격 급등 때문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코발트 현물가격은 지난달 톤당 6만2000달러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공급이 모자라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세계 코발트 매장량은 약 700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절반인 340만 톤이 콩고에 묻혀있다. 생산량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6만 톤 이상이다.

 

2010년 8월27일 볼리비아 대통령이 LG 2차전지 연구소 방문하고 있다. ⓒ 사진=EPA연합

 

콩고 코발트 광산 대다수 중국서 장악

 

그런데 콩고의 코발트 광산 대다수를 중국 저장화유코발트와 자회사 콩고 둥팡광업 등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 9월8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2차 전지 배터리 업계 대표들이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한국의 2차 전지 배터리 생산업체를 대표하는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은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자원에 대한 수급 대책을 호소했다. 만약 우리가 2년 만 더 이 사업을 끌고 왔다면 지금 우리 기업들은 원료 확보를 위해 뛰어다닐 시간에 더 훌륭한 기술 개발에 에너지를 쏟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자원개발 속성을 잘 아는 광물자원공사의 콩고사업 철수는 두고두고 많은 아쉬움이 남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한다. 아직도 화석원료가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차지할 것이라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최소한의 에너지와 광물자원 확보는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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