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보다 의욕이 앞서면 골병든다
  •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한의사·치매전문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5 17:16
  • 호수 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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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의 진료 톡톡] “무리하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야”

 

2년 전 환갑 즈음에 T회장은 치료를 받고 고질병이던 이명이 완쾌되었다. 원래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곤하고 성욕도 떨어지고 생활의 활력도 떨어져 보약을 원했으나 뇌세포 재활 치료를 받게 했다. 여러 가지 증상이 좋아지면서 오래된 이명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해 약 6개월간 약을 복용한 뒤 완치된 것이다. 이후 약 3~6개월마다 보강 차원에서 부정기적으로 한약을 복용해 왔다.

 

완치된 것으로 믿었는데, 요즘 들어 다시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몸을 혹사시켰기 때문이다. 큰 임야를 사고 중장비를 구입해 본인이 직접 땅을 개간하기 시작했다. 벌써 몇 달째 도로를 닦고 개간하고 비탈진 곳엔 전기톱을 들고 가서 직접 나무를 베기도 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고 중노동을 감행했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다른 인부를 부르지 않고 혼자 힘으로 억척스럽게 버텼다.

 

T회장은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의지와 부지런함으로 크게 성공했고 은퇴를 준비하면서 큰 땅을 구입했다. 도전정신이 강해 본인이 직접 개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환갑이 지난 나이에 본인이 느끼는 것보다 체력도 약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성장기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기본 체력도 약한 편이었다. 한약 치료로 체력이 많이 회복되었지만 이런 중노동을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일사병에 걸리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다. 하지만 T회장은 아직 본인의 한계를 인정하거나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부인의 걱정도 무시한 채 밀어붙이다 보니 이명이 재발한 것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명, 뇌나 청신경 골병드는 증상

 

한의학의 경전인 『황제내경』에 황제의 물음에 스승인 기백이 대답한 내용이 나온다. “옛날 사람들은 100세 이상 돼도 몸놀림이 좋았다는데 어찌 요즘 사람들은 반백인 쉰도 안 돼 늙고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기백이 대답하기를 “옛사람들은 신체의 생리를 거스르지 않고, 모든 행동을 조화롭게 하고, 음식을 절도 있게 먹고,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고, 무리하지 않음으로써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 데 능했으며, 사는 날까지 이런 방법으로 정성을 다했기에 100세 이상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술을 밥 대신 먹고, 망동된 행동을 일상으로 삼고, 문란한 성행위로 몸 안의 귀중한 물질이 고갈되고 체력이 소모되는 줄을 늦도록 알지 못하고, 바른 정신과 바른 마음과 바른 즐거움을 모르고, 절도 있게 살지 못하므로 반백도 못 되어 쇠약해지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기백의 말처럼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 순리대로 사는 것은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지만 T회장은 몸이 요구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의지 하나로 무리하게 밀어붙여 몸이 골병들기 시작한 것이다. 땀을 주체할 수 없이 흘리는 것은 자율신경이 골병들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고, 이명은 뇌나 청신경이 골병드는 증상이다. 다시 약으로 회복한다 해도 골병이 들지 않은 경우보다 못하다. 골병이 자주 들면 뇌세포의 퇴화를 앞당길 수 있다. 즉 이명이 심해지거나 청각을 잃거나 시각이 나빠질 수도 있으며, 치매나 파킨슨증후군이 생길 수도 있다. T회장에게 골병을 치료할 뇌세포 재활 약을 다시 처방하면서 무리하게 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T회장의 건강 회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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