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다오를 보이차왕으로 등극시킨 투기세력
  • 서영수 감독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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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 감독의 Tea Road(5)

 

해는 짧았다. 해발 1600m를 넘나드는 망징징마이차구(芒景景邁茶區)는 산악지대답게 오후가 되면 산마루에 해가 걸려 주변이 금방 어두워진다. 산길을 벗어나기 위해 차를 달렸다. 차산(茶山) 밤길은 낮과는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어둠이 내리기 전 하산해 일반도로에 진입해야 안전하다. 해 지기 전 다음 목적지인 빙다오(氷島)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빙다오와 인접한 산 아래 마을 멍쿠진(勐庫鎭)에 햇살이 남아있을 때 도착했다. 멍쿠진은 차생산량과 재배면적이 윈난성(雲南省) 제1위를 자랑하는 린창(臨滄)지역에서 생산된 모차(毛茶)가 모이는 대규모 집산지인데도 숙소는 여인숙 수준의 빈관(賓館)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관광지 처럼 마을 소개하는 벽화 © 사진=서영수 제공

여인숙 수준의 빈관 © 사진=서영수 제공


 

린창은 다른 지역에 비해 보이차 원료로 사용되는 1차 가공한 모차 가격이 아직은 저렴해서 돈 많은 차 상인이 직접 멍쿠진에 와서 체류하는 경우는 드물다. 외지에서 주문받은 차를 운송하러 오가는 물류트럭에 의존하는 빈약한 상권이어서 번듯한 호텔도 없고 식당도 시장 구석에 있는 국수집과 차를 운반하는 트럭기사들을 위한 마을 끝 선술집이 전부다. 시장 안 좌판에서 파는 꼬치구이와 역한 냄새로 악명 높은 취두부(臭豆腐)로 끼니를 해결했다. 시장에서 어른 주먹 2개보다 큰 유자와 중국 특유의 따끈한 맥주를 사들고 숙소로 왔다. 중국은 대도시와 유명관광지를 벗어나면 아직도 냉장된 맥주를 만나기 힘들다. 

 

음료전용 냉장고에 맥주와 콜라를 진열해놓고 더운 날씨에도 전원을 켜지 않은 이유를 가게주인에게 물었더니 “차갑게 마시면 배탈이 난다”며 생활지혜를 알려주듯 진지하게 답했다. 대도시에서 자란 젊은이가 아니면 대부분 상온상태로 음료와 맥주를 마시는 대륙의 습관을 보면 중국인이 따뜻한 차를 가까이하는 것이 쉽게 이해됐다. “중국은 물이 나빠서 차를 마셔야한다”는 속설도 있지만 중국에는 수질이 좋은 지역과 험한 지역이 골고루 공존하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차가운 물을 마시지 않는 관습이 차 마시는 문화를 발전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빙다오로 가는 새벽 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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