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과세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목회활동비?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3 08:54
  • 호수 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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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활동비, 연간 수억원 사실상 본봉이지만 수입엔 안 잡혀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으나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의 거센 반대로 진통을 앓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두 달간 7개 종단 관계자들을 만나며 설득작업을 펼쳤으나 유독 기독교만 반대 또는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11월1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종교 간 조세 형평성을 잃은 특정 종교 타깃 과세를 국회는 시행 유예하고 제대로 준비토록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에서 한기총은 “기재부가 제시한 종교별 세부 과세 기준안은 형평성을 완전히 잃은, 기독교만 타깃으로 한 특정 과세”라며 “결국 기독교 종교인들을 탄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처음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추진했을 때 기독교 측은 “준비가 덜 됐고, 납세실효가 크지 않으며, 이중과세를 하는 것”이란 논리로 이를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추진한 것이 벌써 50년이 다 돼 가고, ‘납세실효를 따지기 전에 납세의무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얻으면서 사실상 내년 1월 과세를 목표로 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11월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종교인 소득 과세’ 긴급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사진=뉴스1

 

 

 

보수 기독교 “사이비도 세금혜택 주나” 반발

 

그러자 기독교계에선 또 다른 논리들을 들이대며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사이비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1월8일 ‘한국교회와 종교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 측은 “정부가 이달 중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비영리 법인이 아닌 곳까지 종교단체에 포함하면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인도 정부의 과세나 재정 지원 혜택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주로 대형 교회로 이뤄진 보수 기독교계가 종교인 과세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태스크포스(TF)다. 종교 간 형평성, 사이비 논란 등 갖가지 이유로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논란은 이미 10월20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감사에서 “사이비 종교단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람에게 혜택을 왜 주나. 이게 타당하다고 보나”라고 김 부총리를 질타했다. 그는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보수 기독교계 종교인 등)에게 혜택을 주는 건 타당하다”면서도 “하지만 가정을 파괴하고 윤리·도덕을 무너뜨리고 법질서를 파괴하는 등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이비 종교에 왜 이런 혜택을 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연 부총리는 당시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국회 내에서 대표적 기독교 신자 중 하나다. 그는 서울 서초구 사랑의 교회에 오랜 기간 출석하다, 최근 서초구 다른 교회로 옮겼다.

 

하지만 기독교 일각에선 보수 대형 교회 위주로 구성된 단체들이 이런저런 논리를 만들어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그동안 ‘성역’으로만 여겨졌던 목사들의 목회활동비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보수 기독교계는 최근 기재부가 제시한 과세 기준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재부가 작성한 세부 과세기준안을 보면, 기독교 목사들은 40여 가지 항목의 세금을 신고해야 한다. 여기에는 생활비와 사례비, 상여금, 격려금 등은 물론이고 사택공과금이나 이사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여기에 목회활동비와 전도심방비, 사역지원금과 더불어 도서비, 연구비, 휴가수양비, 자녀교육비, 차량유지비 등 40여 가지가 과세 대상이다.

 

생활비를 제외하면 소규모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사들이 대부분 받기 어려운 항목들이다. 대형 교회 목사들은 외부 강연을 가서 사례금을 받거나, 상여금을 받아도 지금까지 세금신고를 하지 않았다. 40개 과세 항목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목회활동비다. 목회활동비는 대부분 실비처리가 되지만, 사실상 목회자에게 주는 또 다른 형태의 월급이나 다름없다. 아예 교회 명의의 신용카드로 지급되는 경우도 많다. 목사 개인이 마음대로 사용하되 증빙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목사들의 ‘특수활동비’란 별칭까지 붙는 돈이다.

 

이 돈의 크기는 교회 규모에 따라 적게는 월간 수백만원, 많게는 연간 수십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는 “10년 전 소망교회에서 세습 관련 논란이 있을 때 한 장로가 기자들 앞에서 ‘우리 교회는 전체 예산의 20%는 담임목사가 알아서 쓰도록 책정해 놓는다’고 말했다”며 “그 돈이 10년 전에 80억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가 9월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을 찾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엄기호 목사와 종교인 과세 관련 면담을 하기 전에 인사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세 저항 운동까지 거론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대형 교회 목회자의 경우 교회 돈을 횡령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된 적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그의 목회활동비가 공개된 바 있다. 그는 뮤지컬 및 콘서트 티켓 구입, 양복 수선, 맞춤 와이셔츠, 골프 레슨 및 골프채를 목회활동비로 구입했으며, 안경 구입에도 160만원을 썼다. 또 일부 활동비는 수십만원짜리 샴푸, 화장품, 건강식품, 야쿠르트 주문, 공과금, 태블릿 PC 액세서리, 비데 설치 등에 사용됐다. 사실상 목회와는 관련 없는 돈으로 보이지만, 교회 내에서 담임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외부로 알려진 사례는 없다. 박 목사는 “기독교가 세금을 자발적으로 납부하겠다고 하는데, 세금을 자발적으로 낸다고 했을 때 그걸 자기 소득으로 잡겠느냐”고 반문하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활동비를 과세한다고 하니까 목사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는 목회활동비를 비롯해 40개 항목 중 상당수에 대해 비과세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종교계의 요구사항들을 반영해 시행령을 고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개신교 쪽을 설득하지 못하더라도 내년 1월1일부터 법안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남은 변수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2년 유예 법안’이다. 이 법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면 종교인 과세는 다시 2020년으로 미뤄진다. 이 법안은 아직 소위원회 심사도 통과하지 않아서 연말까지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독교계 내부에선 납득할 만한 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과세 시행을 앞두고 ‘조세 저항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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