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트럼프 움직이는 진짜 실세 ‘이방카’
  •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4 10:45
  • 호수 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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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1년 맞은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의 파워 엘리트

 

“켈리가 쿠슈너야 막을 수 있지만, 이방카를 무슨 수로 막겠는가?” 워싱턴의 한 정치분석가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는 실세가 누구냐”는 질문을 던지자, 뜬금없이 나온 답변이다. 오합지졸이던 백악관 내부를 거의 완전하게 장악한 것으로 관측되는 존 켈리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들어가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야 막을 수 있지만, 트럼프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는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이자 쿠슈너의 아내인 이방카를 “숨은(shadow) 실세가 아니라 진짜(real) 실세”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사위’ 쿠슈너 ‘모든 것의 장관’

 

쿠슈너-이방카 부부가 백악관의 실세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해 점점 직접 국무를 관장하면서 이들 부부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 전문가는 이방카를 “흔들리지 않는(unwavering) 백악관의 실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중국 고위 관계자는 물론 일본의 고위 관계자도 바로 뉴욕으로 날아가 이방카 부부를 만났다. 이들 부부가 올해 초 미·일 정상회담은 물론 미·중 정상회담의 밑그림까지 다 그리고 직접 행사장에 등장해 실세임을 과시한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쿠슈너가 ‘모든 것의 장관(secretary of everything)’이라는 별칭을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트럼프 대통령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바로 대화를 통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인물은 쿠슈너를 움직이기도 하는 그의 아내 이방카 트럼프라는 것이다.

 

1월20일 미국 제4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선서하고 있다. © 사진=AP연합

하지만 외형적으론 이들 부부의 권력은 조금씩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언론이나 여론의 비판이다. 이들 부부가 트럼프 취임 직후부터 백악관의 권력을 장악하자 정상적인 행정 체계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백악관 내부로부터도 나왔다.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이방카가 직접 중국과의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그의 사업체가 중국 진출을 강화하면서 비판적인 여론은 극에 달했다.

 

그래서 등장한 카드가 바로 존 켈리 비서실장의 임명이다. 해병대 장군 출신인 켈리의 백악관 ‘군기 잡기’는 일단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진짜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쫓아내고 불과 3주도 지나지 않아 백악관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켈리 비서실장도 유일하게 이방카 부부는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켈리의 등장 이후 쿠슈너 선임고문이 몸을 부쩍 낮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 만큼 “대통령을 위해서도 절차와 질서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위계질서를 잡아가고 있다. 이후 각종 회의나 회담에서 쿠슈너의 등장이 많이 사라진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 그가 켈리 비서실장을 무시하고 바로 백악관 집무실로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앞서 언급한 전문가의 말이다. 하지만 이방카는 아직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는 어쩌면 쿠슈너의 트럼프 접근권이 제한돼도 얼마든지 쿠슈너는 그의 아내 이방카를 통해 트럼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방카에 올인하는 눈치 빠른 일본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이방카는 동행하지 않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한 쿠슈너도 눈에 띄지 않는 저자세를 취하면서 미국 언론들은 그의 백악관 권력이 많이 약화되고 있는 징표라고 잇따라 보도했다. 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아직 이방카 부부의 권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를 미국에 남게 한 것은 이른바 세제 개혁(Tax Reform) 등 산적한 국내 현안을 맡아서 처리하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감세 등 세제 개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각 주(州) 단위로 돌아다니면서 캠페인 등을 통해 트럼프의 세제 개편안을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다. 여기서 가장 핵심 역할을 하는 사람도 다름 아닌 이방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백 마디 말보다 화려한 미모와 말솜씨를 가지고 있는 이방카가 등장해 청중을 사로잡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이방카가 이번 아시아 순방에 동행하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도착하기에 앞서 일본을 방문했다. 이방카는 일본 열도가 떠들썩할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은 분위기 조성이 아니라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실세가 이방카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환대에 올인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왼쪽)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 사진=연합뉴스

이에 반해 쿠슈너는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했지만, 나름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까지만 동행하고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실제로 이번 아시아 순방엔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과 존 켈리 비서실장이 전면에 나서 일정을 챙기고 모든 회담을 주선했다. 그만큼 외형적으론 쿠슈너의 입지가 약화된 셈이다. 하지만 쿠슈너는 원래 중동 해결사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가 그만큼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친밀성이 약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핵심을 아직도 쿠슈너가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트럼프는 떨어져 있는 딸 이방카와 하루에도 많게는 수십 차례 통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방카의 남편인 쿠슈너가 굳이 언론에 노출되며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심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다. 우선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노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바로 이방카 부부가 흔들리지 않는 핵심 자산이다. 철두철미한 계산가인 트럼프가 지난 대선 과정을 떠올리며 행정 관료는 관료일 뿐이고, 과연 누가 지지층의 표를 모아 올 것인지를 생각하면 답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방카 부부에 드리워진 ‘스캔들’ 그림자

 

하지만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는 말처럼 트럼프를 움직이는 핵심 실세인 이방카 부부에게도 짙은 스캔들의 그림자가 몰려오고 있다. 역설적으로 트럼프가 대통령 권력을 잡은 이후가 아니라 대선후보 시절의 스캔들이 불거지고 있다. 가장 핵심이 바로 ‘러시아 공모 스캔들’이다. 쿠슈너는 트럼프의 대선후보 시절에 러시아 관계자들과 여러 번 모임을 가졌다는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공모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 기간엔 쿠슈너의 뉴욕 부동산벤처 동업자가 러시아 국영 은행과 기업의 수조원대 자금을 2016년 미 대선 개입에 이용된 트위터와 페이스북 지분에 투자한 것이 폭로됐다. 이미 러시아 접촉 의혹과 올해 5월엔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에 관여한 의혹으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는 쿠슈너가 점점 사면초가에 몰리는 형국이다.

 

백악관 ‘군기반장’으로 나선 존 켈리 비서실장 © 사진=AP연합

더구나 쿠슈너는 10월25일, 이른바 사우디아라비아판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대규모 숙청 사건 직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밀리에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32)와 이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아직도 백악관의 실권자라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사례지만, 이 역시 비판적인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미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방카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아버지가 대통령이고 자신이 핵심 측근으로 백악관 선임고문 자리를 꿰차고 있는 이상 언제 정경유착의 불똥이 그녀에게 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이방카에 대해 중국 당국마저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괜히 불거질 수 있는 스캔들에 중국이 휘말리지 않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장 이후 백악관을 중심으로 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정도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이방카 부부의 백악관 독주체제가 어느 정도는 제어되고 있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그러한 평가는 아직 외형적으로 드러난 것에 대한 분석일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쿠슈너는 각종 스캔들이 불거지자 몸만 저자세로 낮췄을 뿐, 그의 실권은 아직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도 쿠슈너의 배경이 되고 있는 이방카는 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한다. 최소한 내년 중간선거 이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을 좌지우지하는 실세인 이방카 부부의 권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정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자신의 딸과 사위이기도 하지만, 핵심 조언자이자 지지층에게도 광범위한 인기를 받고 있는 이방카 부부를 쉽게 내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이 다가올수록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방카 부부를 정치권에서 떠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뮬러 특검의 칼날이 점점 더 쿠슈너에게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은 의외로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성급한 분석도 나온다. 권력의 핵심인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패밀리를 잘라내야 한다는 권력 세계의 현실이 트럼프 대통령이 거닐고 있는 백악관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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