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 좋고 매부 좋았던’ 이재현·김승연 회장의 거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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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업 표방한 CJ그룹이 방독면 업체 인수 왜?…규제 피하고 승계 기반 마련 평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5년 9월 가족 회사인 C&I레저산업을 통해 방독면 생산업체인 SG생활안전을 인수했다. 그 동안 CJ그룹이 문화기업을 표방해왔던 만큼 재계에서는 방독면 사업 진출에 대한 의아한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의문은 곧 풀렸다. C&I레저산업은 한화그룹의 경비 및 시설관리 업체인 SNS에이스의 무인경비 사업부문을 30억원에 양도받아 SG생활안전과 합쳤다. SG생활안전은 방산업체에서 경비업체로 바뀌었고, CJ 계열사의 일감을 집중적으로 수주하면서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왼쪽)·CJ그룹 이재현 회장 © 사진공동취재단·시사저널 임준선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매출은 576억1000만원, 영업이익은 24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2.5%, 영업이익은 92.2% 증가했다. 2015년에는 20억원의 배당금까지 지급했다. 이런 이익이 모회사인 C&I레저산업을 거쳐 이 회장 일가에게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2015년 말 CJ·한화 오너일가 ‘빅딜’ 배경 주목

주목되는 사실은 SG생활안전 인수 이후 일감을 몰아준 CJ 계열사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2006년 설립된 C&I레저산업은 인천 옹진군에 위치한 굴업도 골프장 등 복합레저타운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환경 파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인허가권자인 인천시도 2009년 환경 문제를 이유로 심의보류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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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C&I레저산업은 경영난에 허덕였고,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였다. 2015년까지 C&I레저산업에 일감을 몰아준 계열사는 모두 12곳이다. CJ E&M이 86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CJ제일제당(27억5000만원), CJ건설(10억1000만원) 순이었다.  

하지만 이후 SG생활안전으로 사업의 축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감을 몰아준 계열사가 26곳으로 증가했다. CJ(주)와 CJ대한통운, CJ E&M,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이 새롭게 거래처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물류회사인 프레시원의 경우 인천과 중부, 강남, 대구·경북, 부산 등의 법인과 새롭게 거래를 텄다. CJ프레시웨이가 대주주로, 지난해 대부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곳이다. 오너일가의 사익을 위해 계열사를 동원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CJ그룹 측은 “보안 문제 때문에 경비 업무를 계열사에 맡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 경비 업무를 외부 업체에 맡겼는데, 보안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며 “SG생활안전을 인수하면서 계열사로 경비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내부 거래가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의 시각은 달랐다. 과거 삼성이나 현대차, SK그룹의 경우 SI(시스템통합)나 물류 계열사를 통해 오너일가의 배를 불렸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2세나 3세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덩치를 키우고, 또 다른 계열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그룹의 지배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회사 필요해도 오너일가에게 지분 주는 것은 문제”

해당 그룹들은 한결같이 ‘보안’이나 ‘업무 필요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이 경우 오너일가가 아니라 법인이 지분을 가지고 회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게 경영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국세청 등 사정기관도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회사의 지분을 오너 일가에게 주는 것은 편법 승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C&I레저산업은 2015년까지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재현 회장이 42%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였다. 뒤를 이어 이 회장의 장남 선호씨와 장녀 경후씨도 각각 38%와 2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4년 말 이 회사는 151억6200만원의 매출과 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과 CJ E&M, CJ건설 등 계열사들이 100% 일감을 몰아줬다. 

당시 공정위의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일정 기준(비상장사 20%) 이상이고, 내부거래가 200억원이거나 총매출의 12%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내부거래율을 낮출 필요가 있었다. 

이 회장은 2016년 초 문제가 된 자산관리 사업부문을 CJ건설 등 계열사에 넘겼다. 대신 SG생활안전을 인수해 C&I레저산업 자회사로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한 것이다. CJ그룹은 당시 언론에서 “무인경비업에 진출한 C&I레저산업이 CJ 계열사와 향후 거래할 계획은 없다”며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성장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자회사인 SG생활안전을 통해 계열사 일감을 받으면서 규제를 피하고 시세차익까지 냈다. 특히 이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회사가 정상궤도에 접어들자 자신의 지분을 모두 자녀들에게 증여했다. 이 회장은 12월 자신이 보유한 지분 42.11%를 전부 매각했다. 이 지분을 장남과 장녀가 모두 매입했다. 덕분에 이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C&I레저산업은 1년여 만에 선호씨(51%)와 경후씨(24)로 1, 2대 주주가 바뀌는 등 승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에 위치한 CJ본사. © 시사저널 포토

 

 

회사 정상화되자 이 회장 지분 전량 2세들에게 증여

CJ그룹 측에 무인경비 사업부문을 넘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김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경비 및 시설관리 업체인 SNS에이스도 매각을 앞두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다. 2014년 기준으로 SNS에이스는 877억2000만원의 매출과 7억원 상당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중 내부 거래액은 634억40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72.3%에 이르렀다. 

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두 총수는 경비사업 전담 자회사인 SNS영상정보(가칭)를 설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화가 51% 지분을, CJ가 49% 지분을 가져가는 조건이었다. 재계에서는 당시 두 그룹이 합작으로 경비업에 나설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사업은 ‘없었던 일’로 됐다. 

다급해진 김 회장은 2015년 8월 계열사인 한화63시티에 이 회사를 매각했다. 바로 다음 달에 한화63시티는 무인경비 사업부문을 CJ그룹에 양도하면서 규제를 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두 그룹 총수들의 거래로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며 “새 정부 들어 재계를 상대로 한 공정위 공격이 가속화되는 만큼 비슷한 형식의 거래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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