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언급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1 18:13
  • 호수 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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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사드 문제 다시 제기하는 까닭…“중국 內 여론 달래기용”

 

11월29일 새벽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나서기 불과 두어 시간 전 중국의 한 신문사도 사설을 통해 한국을 위협했다. 이 매체는 “한국 정부가 3불(三不)은 ‘약속’이 아닌 ‘입장 표명’이었을 뿐이었고, 1한(一限)은 그 입장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복해 주장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이제 와서 ‘3불1한’을 철회하려는가?”라고 비난했다.

 

이렇듯 원색적으로 한국을 공격한 매체는 환구시보다. 환구시보가 지적한 ‘3불’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등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한’은 이미 배치한 사드 사용을 중국의 안전을 위해 제한하는 것이다.

 

 

중국 언론이 만들어낸 ‘3불1한’

 

‘3불’은 10월31일 한·중 정부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직후부터 논란이 됐다. 중국 언론매체가 “한국 정부가 3불을 약속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즉각 “약속을 한 적이 없고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했을 뿐이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그 뒤 ‘3불’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수일 뒤 다시 표면으로 떠올랐다. 오히려 ‘1한’을 더한 채 중국 언론의 압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이때 ‘1한’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매체가 바로 환구시보였다.

 

이에 반해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항의를 받은 뒤 ‘3불1한’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11월11일 베트남 다낭에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선 리커창(李克強) 중국 총리와 회담을 순조롭게 진행했다. 비록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선 의제에 없었던 사드 문제가 제기되긴 했다. 하지만 중국은 종래의 입장을 반복했을 뿐 10·31 양국 합의 틀을 벗어나진 않았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할 말은 한다’는 기존 외교 방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11월22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기류는 사뭇 달랐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말은 신용이 있어야 하고, 행동은 결과가 따라야 한다(言必信, 行必果)”며 사드 문제 해결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런 왕 부장의 태도로 인해 10·31 합의에 어떤 이면 약속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한국에서 불거졌다. 중국에서도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가 분위기를 띄웠다. 11월23일과 24일 이틀 연속 사설과 논평을 통해 ‘3불’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11일 오후(현지 시각)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이런 행태는 고도로 계산된 성동격서(聲東擊西) 압박전략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외교부의 공식 발표문을 살펴보면, 왕 부장은 한국이 ‘3불’ 입장을 표명한 점을 중시한다고 나와 있을 뿐이다. 그동안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서도 한국 정부가 ‘3불’을 약속했다고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언론매체는 “한국이 표명한 입장이 곧 ‘약속’이다”며 “약속을 말했으면 실천하라”고 윽박질렀다. 여기서 왕 부장의 발언을 확대해 논쟁을 키웠던 매체가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다.

 

중국은 과거에도 협상, 합의, 조약 등의 문구에 꼬투리를 잡아 공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댜오위다오(釣魚島·센카쿠 열도), 남중국해 등의 영유권 분쟁에서도 중국어로 표기한 문구를 앞세워 상대방을 압박하는 공세를 취해 왔다. 특히 선전선동의 나팔수나 다름없는 언론매체를 앞세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데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이는 국공(國共)내전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1935년 대장정 직후 빈사상태에 빠진 공산당을 구한 건 국내외 언론을 교묘하게 이용했던 여론몰이였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는 왜 언론을 앞세워 ‘사드 몰이’를 계속하는 걸까. 그 이유는 10·31 합의가 너무나 갑작스러워 중국 내부에서 혼란이 왔기 때문이다. 본래 중국 정부는 정책기조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공산당 일당독재라는 체제 유지를 위해 정치와 외교에선 줄곧 점진적 변화를 추진해 왔다. 이는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중국을 파멸 직전까지 몰고 간 마오쩌둥(毛澤東)에 대한 평가에서 잘 드러난다. 마오 사후 집권한 덩샤오핑(鄧小平)은 “마오의 공은 7할, 잘못은 3할”이라며 국부(國父) 자리를 유지케 했다.

 

사실 사드 배치 후 경색된 한·중 관계는 10월에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가 개최될 때만 해도 풀릴 기미가 없었다. 전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신형 국제관계 구축’을 주창하며 향후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선언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한국 언론은 한·중 관계가 앞으로 더욱 암울해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10·31 합의가 갑자기 발표되면서 중국인들조차 어리둥절케 했다. 이는 정책기조가 대중에게 조석변(朝夕變)하는 듯한 인상을 주길 꺼리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대치된다. 또한 합의를 주도한 외교 당국에 대해 군부와 다른 부처의 불만이 일어났다. 왜냐하면 사드 배치는 시 주석이 직접 여러 차례 불가(不可)를 외쳤기에, 최고지도자의 체면과 위신에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언론을 앞세워 자국민들에게 결코 사드 문제를 내려놓지 않았음을 목소리 높여 보여주려는 것이다.

 

 

중국 공세 제압하는 외교전략 절실

 

따라서 우리는 중국 정부의 언급이나 조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중국이 10·31 합의에 나선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사드와 MD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중점을 두는 건 한·미·일 군사동맹이다. 왜냐하면 11월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서 ‘인도·태평양 라인’ 구축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라인은 인도-호주-일본-미국을 연결해 중국에 대항하려는 구상이다. 처음 인도에서 제기됐지만, 지난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새로운 안보동맹으로 본격 제안했다.


이에 호응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서 인도·태평양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중국은 인도·태평양 라인이 새로운 대중(對中) 고립정책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국정과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해양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에 따라 급작스러운 정책 전환이라는 내부 비판을 무릅쓰고 10·31 합의를 했던 것이다. 우리 정부도 중국의 속내를 간파해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라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우리의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중국의 공세를 제압하는 노련한 외교전략이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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