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 ‘복원성’ 문제 없었다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7.12.01 19:42
  • 호수 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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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당시 평형수 760톤 실어 기준치보다 2배 이상 적재

 

세월호 과적만큼이나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중요하게 다뤄진 사안은 ‘복원성’이다. 검찰은 2014년 10월 세월호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무리한 증톤으로 세월호 복원력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조타 미숙이 발생했고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복원성을 잃고 침몰했다’고 봤다. 대법원이 인용했다고 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도 마찬가지였다. 화물과적 및 평형수 부족으로 복원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세월호를 운항했다고 밝혔다. 과적과 증축, 평형수 부족으로 인한 ‘복원성’ 상실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 질문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7개월.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고 그동안 정권도 바뀌었다. 사고 진상규명 앞에서 헤매는 점만 그대로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기존에 과적의 기준이 됐던 세월호 최대 적재화물량 987톤은 단순 운항 허가 기준에 맞춰 종이에 적힌 내용이었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시사저널 1467호 ‘세월호 사고 원인은 ‘과적’이 아니다’ 참조). 사고 당시 세월호의 최대 적재량도 새로 밝혀진 세월호 최대 적재량보다 적었다. 그러면 검찰 등에서 주장한 대로 과적에 의한 ‘복원성 악화’ 주장은 흔들린다. 복원성 악화로 사고 당시의 급격한 기울기를 설명하려면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기사로 과적에 대한 오해를 푸는 작업이 그만큼 중요했던 점도 여기에 있다. 이제 질문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의 복원성 악화만으로 세월호 침몰을 설명할 수 있느냐다.

 

대해선박설계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가 최대 적재량 2272톤을 싣고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평형수 기준은 370톤이다. 사고 당일 세월호는 761톤의 평형수를 적재하고 출항했다. © 해양경찰청 제공

 

‘평형수 제대로 채우지 않았다’ 주장 근거 없어

 

세월호 복원성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논란이 됐던 사안은 ‘평형수’다. 시사저널e가 단독으로 입수한 문건에 의하면, 세월호가 과적을 위해 평형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고 출항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연구기관과 언론 등에서는 세월호가 화물적재 허가 기준보다 2배 이상 초과 과적하기 위해 평형수 양을 빼거나 제대로 채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의 출처와 근거는 찾기 힘들었다. 대해선박설계가 10월25일 내놓은 세월호 ‘TRIM AND STABILITY’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평형수 기준은 370톤이다. 그런데 기존의 검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월호에는 사고 당시 출항 때 761톤의 평형수가 채워져 있었다. 청해진해운에서 내놓은 자료에도 당시 출항 때 채워진 평형수 양은 761.17톤으로 돼 있다. 다시 말해 최대 화물적재량인 2272톤을 싣고 370톤의 평형수만으로도 안전한 세월호가 사고 당시 761톤이나 평형수를 채워 출항했다는 것이다. 평형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았다는 것은 출처와 근거가 없는 주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연구기관 등에선 이 점을 간과했다. 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은 2014년 8월12일 “세월호가 허가 조건으로 명시한 화물적재량 및 평형수 적재조건 등을 위반해 화물을 과다적재하고 평형수를 과소적재함으로써 복원성 기준이 미달된 상태로 항해했다”고 추정했다. KRISO 또한 2014년 10월 “본 선박은 화물과적 및 평형수 부족으로 복원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운항했다”고 밝혔다. 해양안전심판원 특별조사부도 2014년 12월19일 “세월호는 출항 당시 선박 평형수를 적게 실었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는 인천항 출항 당시 선박 복원성 일부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고 이후 연료유, 청수 등의 사용 등으로 말미암아 사고 당시에는 선박 복원성이 더욱 악화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는 사고 당시 출항 때 과적도 평형수도 모두 기준치를 넘기지 않았다.

 

평형수가 해결된다 해도 세월호 복원성 계산과 관련해선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있다. 사고 당시 기준으로 세월호의 복원성을 봤을 때 실제 사고에서 일어난 급격한 기울기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증축이 완료된 세월호의 복원성이 사고를 설명할 정도로 나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세월호 출항 당시 CCTV를 모두 분석해 세월호 무게중심과 복원성을 계산한 김관묵 이화여대 교수는 “세월호 경하상태 무게중심(배 무게중심)을 최악으로 잡아 11.905m라고 할지라도 세월호 화물을 모두 분석해 보면 복원력(GoM)이 0.6~0.7이 나온다”며 “이 GoM 값이라면 세월호는 급전타가 발생해도 겨우 15도 정도밖에 기울지 않는다”고 말했다.

 

 

“복원성 따졌을 때 배 상태 나쁘다 볼 수 없다”

 

GoM은 선체 복원성의 척도다. 이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배가 기울었을 때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 강해진다. 결국 배의 복원성은 GoM을 기준으로 삼는다. 세월호 사고 당시 GoM은 특조위와 해양안전심판원(해심원)에서도 각각 다른 값을 제시했다. 특조위는 용역을 통해 이 값을 0.48로 잡았다. 해심원은 0.38로 가장 낮은 값을 불렀다. 다만 해심원 자료는 배의 화물칸인 C데크, D데크, E데크에 들어간 화물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값이라 복원성이 제대로 계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검찰과 해심원이 화물의 종류는 조사했지만 화물 배치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면 세월호 GoM을 제대로 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영빈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소위원장도 “해심원 발표는 잘못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쪽의 복원성 계산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3차 청문회 때 일부분 용역을 줬고 그 팀이 시뮬레이션한 자료가 있었다. 그것을 공개하면서 거기에서 (GoM 0.48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GoM을 0.48로 잡아도 선체의 기울기는 최대 17도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에 따르면, 검찰에서는 고박이 안 된 경우에 한해 화물이 미끄러지는 실험을 했다. 이 실험에 의하면 차량은 30도 이상일 때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컨테이너는 22도 이상을 때, 바닥화물은 17도 이상일 때 미끄러진다. 다시 말해 GoM이 0.48일 때 선체는 최대 17도 기울어지고 이때 나머지 차량과 화물은 가만히 있지만 바닥화물이 밀리면서 배가 한쪽으로 쏠렸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세월호 화물창 바닥엔 D-ring이라는 걸쇠가 굉장히 많다. 바닥화물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뿐 아니라 실제 적재된 바닥화물들을 보면 움직일 공간이 없을 정도로 붙어 있다. 한쪽으로 쏠릴 염려가 없는 상태였다”며 “GoM 0.48을 대입해도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자동차는 고박을 하지 않더라도 30도 기울기가 나와야 미끄러진다는 게 이미 실험으로 증명됐다. 선수갑판 컨테이너는 2개의 콘에 모두 고정돼 있었다”며 “콘이 없었어도 22도 이상 돼야만 미끄러진다. 하지만 배의 복원성만 따졌을 때 30도 이상 기울어질 정도로 배 상태가 나빴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세월호에서 각 층마다 화물들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 다시 복원성을 계산해야 한다”며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해) 많은 관심과 다양한 의견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단정적으로 나가면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과적과 평형수로 인한 복원성 악화로 세월호가 침몰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증거들이 제시됨에 따라 조타 실수, 기기 결함, 외력 등 다양한 관점에서 침몰 원인을 찾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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