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로열티 축소 지급’ 논란에 빠진 해피랜드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6 11:26
  • 호수 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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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매출 고의로 줄여 로열티 축소 의혹…해피랜드 “마케팅 비용 해석차로 인한 오해”

 

국내 최대의 토종 유아복 제조업체인 해피랜드에프앤씨(해피랜드)가 회사 직원이 국내에 상표를 등록한 뒤 회사와 계약해 로열티를 받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거래는 회사의 조직적 비호를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며,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해피랜드·압소바·파코라반 등을 제조·판매하는 해피랜드는 골프웨어 브랜드 엠유 등을 갖고 있는 엠유에스앤씨와 해피랜드물류, 해피랜드몰, 해피랜드에프앤비 등을 관계사로 두고 있는 국내 대표적 유아·아동복 전문 업체다. 기업의 양대 축인 해피랜드와 엠유에스앤씨는 지난해 각각 1335억원과 78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토종 유아복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해피랜드에프앤씨 © 시사저널 임준선


 

글자 약간 바꿔 해외 유사 브랜드 개발

 

문제는 해피랜드가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해피랜드는 1997년 프랑스 포론사(社)와 브랜드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포론(Poron)은 유아복 브랜드 압소바를 갖고 있는 회사였다. 초창기 압소바는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에 모두 입점했다. 하지만 백화점 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할인점 전문 브랜드 개발에 나섰으며, 이때 만들어진 것이 ‘크리에이션에이에스비(Creation asb)’다. 포론은 2003년 5월 국내에 ‘크리에이션에이에스비’ 상표 등록을 추진했었다. 의류업계에 따르면, 지금도 크리에이션에이에스비는 프랑스 유아복 브랜드 압소바(absorba)와 같은 계열의 색깔에 압소바의 약자인 듯 ‘에이에스비(asb)’를 로고로 쓰고 있다. 당초 크리에이션에이에스비 상표권 등록은 프랑스 포론과 협의하에 진행됐다. 포론이 해피랜드가 기획한 크리에이션에이에스비라는 상표의 국내 등록을 주도했다는 것은 이 브랜드가 자사 소유인 압소바와 유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피랜드는 2004년 9월 특허청 심사에서 상표 거절 판정을 받게 된다. 당시 특허청의 거절 이유는 해피랜드보다 앞서 일본의 한 회사에서 이미 국내에 ‘알파 크리에이션(Alpha Creation)’이라는 상표를 등록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등록을 책임진 해피랜드 직원은 국내 상표권 심사의 허점을 파고드는 전략을 폈다. 포론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고, 상표를 재등록한 것이다. 당시 관련 업무를 주도한 사람은 현재 해피랜드에 재직 중인 고위 임원 김아무개씨다. 시사저널은 김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크리에이션에이에스비 상표 취득경위서를 입수했다. 뒤늦게 상표가 등록된 사실을 알자 포론은 국내 대리인을 통해 상표권 양도를 요청했지만, 김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후 김씨는 해피랜드와 전년 매출액의 1% 금액 중 90%(첫해는 매출의 1% 지급)를 사용료로 받는 계약을 체결한다. 요약하면, 직원이 사전에 상의도 없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상표를 만들어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상표권 사용 계약은 2006년 최종 체결됐다. 그랬던 상표권은 1년 뒤인 2007년 돌연 임용빈 해피랜드 대표이사(회장)의 아들인 임선희 해피랜드 전무에게 넘어간다. 임 전무는 임 회장(59.81%) 다음으로 해피랜드 지분(25.29%)이 많다. 현재 이 상표권의 소유권은 임 전무가 갖고 있다. 시사저널이 취재에 들어가자 해피랜드 관계자는 이 브랜드에 로열티를 주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기자의 거듭된 확인 요청이 있자, 이 브랜드가 로열티 계약을 체결한 라이선스 브랜드라는 것을 확인해 줬다.

 

현재 시사저널이 확보한 해피랜드 내부 자료에 따르면, 현직 임원 김씨는 임 전무에게 2008년 지분 50%를 넘겼으며, 2013년에는 보유 지분 100% 모두를 양도했다. 이로써 유사 브랜드에 회사가 매년 사용료를 내고 있으며, 이 돈이 결국 오너가로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만약 신규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었으면 회사 차원에서 상표권 등록을 하고 이를 지금도 회사가 보유하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회사 직원이 등록한 것을 회사가 사용했다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크리에이션에이에스비’는 전국 이마트 매장 60곳에 입점해 있다. 해피랜드는 이 브랜드를 올겨울까지만 판매할 계획이며, 내년 초부터는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는 방침이다. 로열티 논란에 대해 해피랜드 측은 “등록 절차에 문제가 생겨 제품 론칭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한 담당 직원이 잘못 판단한 것에 불과하며, 다만 그 과정에서 회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불법적으로 모은 돈, 오너 일가에게 갔다”

 

로열티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해피랜드는 고의로 매출을 줄여 해외 로열티를 적게 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피랜드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전직 임원들은 관련 사실을 근거로 회사 대표인 임용빈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해피랜드 측도 2013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전직 임원들을 160여억원 횡령 및 배임, 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현재 로열티 축소 납부 의혹을 받고 있는 브랜드는 유아복 브랜드 파코라반·압소바와 아동복 브랜드 리바이스키즈다. 이 중 파코라반과 압소바는 프랑스 포론, 리바이스키즈는 미국 리바이스트라우스앤코(Levi strauss & Co)와 각각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최근 시사저널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매출 축소로 의심되는 해피랜드 내부 회계자료를 입수했다. 보통 의류업체들이 해외 유명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때는 순매출(Net sales)이 판단 기준이 된다. 2010년의 경우, 손익계산서에 나타난 리바이스키즈의 실제 매출은 266억9000여만원이었는데, 계약서에 적힌 대로 순매출의 6%를 로열티라고 본다면 해피랜드가 지급해야 할 돈은 16억여원이다. 그런데 해피랜드는 각종 비용을 임의대로 뺀 뒤 151억여원으로 매출을 낮게 잡아 실제로는 11억여원을 로열티로 냈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손익계산서에는 임 회장의 확인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압소바와 파코라반도 로열티가 축소 지급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담당자와 중역실, 회장 직인란에 모두 도장이 찍혀 있는 2012년 압소바 넷세일 통보예정액 자료를 보면, 해피랜드는 당해연도에 297억여원의 순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를 148억8000여만원으로 축소했고, 이 중 13억여원을 로열티로 보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피랜드는 리바이스·파코라반·압소바 등 3개 브랜드에서 2010~13년까지 3년간 60여억원의 로열티를 덜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허위매출 작성과 로열티 축소 지급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속된 로열티를 내지 않은 것과 회사 경영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응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로열티를 적게 준 것은 해외 상표권 보유자와의 채권·채무 관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단순 이 사실만 갖고 처벌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이렇게 모은 돈을 다른 용도로 썼거나, 비자금 조성 등 다른 목적에 쓰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2015년 해피랜드 전직 임원들은 이 회사 임용빈 회장 등 경영진들을 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은 회사 경영진들이 지난 수년간 의류 등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편법을 써가며 로열티를 적게 준 것이나 비정상적인 상표권 등록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 전직 직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불법적으로 모은 돈은 임 회장 자녀에게 자산이 증여되는 데 쓰였다”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은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다.

 

해피랜드에프앤씨가 로열티를 적게 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매출을 축소했다고 의심받는 내부 자료


 

사실 판명 시 지적재산권 위반 소송 가능성

 

시사저널은 해피랜드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불법 행위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해피랜드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는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해피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리바이스트라우스앤코와 포론은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외국계 회계법인 ‘LS&Co 라이센스’ ‘IS 인사이트’를 각각 독립된 감사기관으로 지정해 놓았다. 이들은 통상 3년에 한 번씩 감사를 벌여 그동안의 판매 상황을 점검한다. 해피랜드 관계자는 “2013년 4월 회계감사에서 LS&Co 라이센스가 2010~12년 회계 자료를 확인한 뒤 우리 쪽(해피랜드)에 17만8000여 달러(약 193억원)의 매출이 누락됐다고 했는데, 이는 마케팅 비용을 순매출(Net Sales)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해석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압소바 회계감사 결과에서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112만 달러(약 12억원)의 누락 금액이 나왔다.

 

당시 해피랜드는 매장 인테리어비, 판매원 인건비 등이 포함된 마케팅 비용은 순매출(Net sales)에서 빼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 반면, 해당 라이선스 보유 기업은 포함시켜야 한다고 팽팽히 맞섰다. 결국 해피랜드는 리바이스트라우스앤코와 2013년 10월 “순매출은 위탁 판매점 임대료(인테리어 비용 포함), 직원(판매인의 수수료 또는 상점 방문 비용 포함) 및 소매점, 백화점 수수료 등을 제외하며 이들 비용은 최대 50%를 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다시 썼다. 현재로선 조직적인 로열티 축소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 상표권을 가진 해외 업체들이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해피랜드 주장처럼 로열티와 관련해 해외 업체들과 사전에 협의하고 재계약을 맺었다면 문제는 없다.

 

한편 이를 문제 삼고 있는 전직 임원 등 관계자들은 해당 사실을 미국 리바이스트라우스앤코와 프랑스 포론에 공식적으로 알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 위반 논란이 예상된다. 또 크리에이션에이에스비가 유사 상표로 확인될 경우, 지적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상공회의소는 11월13일 발간된 백서에서 “지적재산권 침해 사범에 대한 한국의 처벌 수위가 낮다”며 “법률이 허용하는 최대치 형량에 가까운 정도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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