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둑법 둘러싼 논란… “여당 표절 의심” vs “전혀 다른 법안”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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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진흥법안’ 발묶인 사이 유사법안 발의돼… 여당 의원은 “사실 무근”

여당이 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법안 통과를 가로막고 유사 법안을 다시 내놓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발목잡기”란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여당 의원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조훈현 의원은 지난해 8월 ‘바둑진흥법안’을 발의했다. 기존 법에 대한 개정안이 아니라 새로 만든 제정안이다. 그 핵심 내용은 바둑의 교육과 보급에 필요한 기본 계획을 세우고 시행하자는 것이다. 조 의원은 ‘바둑계의 전설’로 불리는 프로 바둑기사 출신이다. 작년 4월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바둑진흥법안’ 발의 뒤 나온 ‘바둑문화산업 진흥법안’

 

바둑진흥법안은 올 9월25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심사소위에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의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바둑만 진흥하면 관련 종목마다 진흥법을 다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조승래 의원과 김민기 의원은 “형해화(形骸化․내용 없이 형태만 남은)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은 “법의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개정법안이 아니라 제정법이란 취지에 맞게 바로 통과시키기 보다는 법의 취지를 제대로 담을 수 있도록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법안은 심사소위에서 발이 묶이게 됐다. 

 

진짜 갈등은 이때부터였다. 심사소위가 열린 지 약 한 달 뒤인 11월6일, 전재수 의원이 바둑진흥법안의 명칭을 바꿔 ‘바둑문화산업 진흥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 해당 법안에는 전 의원 외에도 노웅래․조승래․김민기 의원 등 민주당 소속 14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이 10월1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국장학재단·한국사학진흥재단·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사 법안 발의해 발목 잡으려는 건 아닌지 우려돼”

 

바둑진흥법안(조훈현 의원)과 바둑문화산업 진흥법안(전재수 의원)의 차이가 뭘까. 시사저널이 각 법안의 원문을 살펴봤다. 두 법안의 조항 가운데 13개는 똑같았다. 다만 조 의원 법안에서 ‘바둑’이라고 적힌 부분은 전 의원 법안에서 모두 ‘바둑문화산업’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외에 조 의원 법안에 없는 △바둑·바둑문화산업 정의 △기술개발 △바둑문화 기반조성 △창업 △바둑문화산업 융합·연계 △기보의 상업적 활용 등에 대한 조항이 전 의원 법안에 추가됐다. 반면 전 의원 법안엔 조 의원 법안에 나와 있는 ‘한국기원 설립’에 관한 내용이 모두 빠져있다.  

 

조 의원실 김종열 비서관은 12월5일 시사저널에 “전 의원측은 바둑 자체를 문화산업에 편입시키려는 것”이라며 “이는 마치 핵심인 바둑은 제쳐두고 산업 진흥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법안이 계속심사를 받고 있는 사이 유사한 법안을 발의해 발목을 잡으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조 의원실 생산문건에는, 전 의원 법안과 관련해 ‘표절 및 졸속 입법안’이란 표현이 나온다. ​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10월1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한국장학재단·한국사학진흥재단·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혀 사실 아냐… 법제실 검토 마쳤다”

이에 대해 전 의원실 신지혜 비서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12월6일 이메일을 통해 “우리 법안은 ‘산업’ 관련 조항을 신설해 바둑진흥을 위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것”이라며 “바둑진흥이란 목적은 동일하나 실현하는 방식엔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법제실에서 검토도 마쳤다”고 덧붙였다.

신 비서관은 “해당 법안(조 의원 법안)이 통과되기까진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고, 통과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또 “법안 제정 과정에서 다수의 의원실이 유사한 법안을 발의하고, 이 속에서 국회와 행정부의 검토를 포함해 각 의원실 간 조율을 거쳐, 하나의 완성된 법안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했다. 

전재수 의원, “표절 의혹 결코 동의 못 해”

이와 관련해 “제정법안의 경우 베끼거나 재활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의견이 나온다. 음선필 한국입법학회장(홍익대 법대 교수)은 12월6일 이와 같이 말하며 “같은 상임위 내에서 법안 표절이 종종 있어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전재수 의원은 12월7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관련 법안은 병합심사가 원칙”이라며 “(바둑문화산업 진흥법안은) 바둑진흥법과 내용이 완전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은 “조훈현 의원과도 합의가 된 내용”이라며 “표절이란 의혹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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