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더니…‘같은 반 교실 안’ 학교폭력 많아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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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서울 지역 한 고등학교 2년에 재학 중인 최아무개군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졸업’만이 중학교 때부터 이어져 온 학교폭력으로부터의 해방구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군은 “매년 새 학급이 시작될 때마다 게임을 리셋하듯 (교우관계를)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고 털어놨다. 

 

중학교 입학 이후 줄곧 학교폭력에 노출돼온 최군은 물리적 폭력보단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카톡감옥(단체 채팅창에서 나간 학생을 계속 초대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일)’‘방폭(따돌림 대상인 학생 한 명만 놔두고 단체로 채팅창에서 빠져나가는 일)’ 등 채팅창에서의 따돌림과 일상에서의 언어폭력의 대상이 됐다. 최군은 “무엇보다 매일 마주치는 친구들이었지만 뒤로 하는 행동은(휴대폰을 통한 SNS활동) 살벌할 정도”라고 말했다. “주변에 알리면 괴롭힘이 더 심해질까 걱정돼 숨겼다”는 최군은 최근에야 이런 사실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고 현재 우울증 증상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서울지역 학생들은 신체폭력보다 언어폭력·집단따돌림·스토킹 등을 더 많이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학생들은 대부분 같은 학교,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12월8일 이 같은 조사결과를 담은 ‘2017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9월18일부터 10월27일까지 관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 62만98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다.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경험 및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 등을 살피기 위한 이번 조사엔 대상 학생의 92.8%인 58만4749명이 참여했다.

 

 

©Pixabay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은 학생의 응답 학생은 1.2%(6912명)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했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이 2.1%(4249명)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며, 중학교 0.9%(1880명), 고등학교 0.5%(752명)였다. 

 

 

‘같은 학교 내’, ‘교실 안’ 괴롭힘이 많아

피해학생들이 응답한 가해자 유형 가운데 ‘동학교 동학급’이 56.4%로 절반이 넘게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학교 타학급’ 역시 26.0%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학교 내 괴롭힘이 80%를 넘는 셈이다. ‘동학교 동급생’ 가해자 유형은 2015년에 이어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학교폭력은 주로 교내에서 많이 이뤄진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결과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학교폭력 피해 장소는 교실 안(32.6%)이었으며, 복도(13.4%), 급식실․매점 등(9.2%) 등의 순이었다. ‘학교 밖’이란 응답률은 25.6%로, 68.5%의 ‘학교 안’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학교폭력은 쉬는 시간(34.5%), 점심시간(16.7%), 하교 이후(14.4%),수업시간(10.8%) 등 학교폭력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존재했다. 

 

학교폭력의 피해 유형으론 ‘언어폭력’이 35.4%로 가장 많았다. 집단따돌림 및 괴롭힘(16.9%), 스토킹․신체폭행(각각 11.2%)이 뒤를 이었으며, 사이버 혹은 휴대전화를 통한 괴롭힘, 금품갈취, 강제추행 및 성폭력도 있었다.

 

학교폭력을 당해도 위의 최군의 사례처럼 오랜 기간 주변인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습적으로 당하는 폭력이 아닐 경우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30.7%), 스스로 해결하거나(15.8%), 어차피 알려도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15.8%) 알리길 포기하기도 한다. 최군의 사례처럼 ‘더 괴롭힘을 당할 것 같아서’(11.5%) 숨기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피해 사실을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했다고 답한 응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했다. 그 대상은 가족(41.2%), 학교(19.7%), 친구나 선배(12.5%)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하향 안정화 추세에 있으며, 단위학교 중심의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화 및 학교폭력 유형별 맞춤형 대책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학교급별, 유형별 맞춤형 대책을 강화하고 학교폭력 제도 개선 등을 통하여 학교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교 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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