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찾는 트럼프의 선택은?
  •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1 13:20
  • 호수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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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 트럼프, 북핵 사태 악용해 정치 위기 탈출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숨통(throat)을 향하는 뮬러 특검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2월1일(현지 시각)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불렸던 마이클 플린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법정에서 대선 승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인사로부터 러시아와 접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폭탄 발언’을 내놓자, 워싱턴 정가에 파다하게 퍼진 말이다. 플린 전 보좌관이 그 ‘핵심 인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의 실세로 알려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싼 파문은 일파만파를 일으키며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동안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수사는 별 진전이 없는 듯했으나, 11월말 갑자기 플린 측이 백악관 법률팀과 수사 상황에 대해 더 이상 소통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대 전환을 예고했다. 결국 플린 전 보좌관은 뮬러 특검과 수사에 협조하고 형량을 낮추는 이른바 ‘양형거래제도(플리바게닝)’에 합의하면서, 자신이 몸통이 아니라 쿠슈너가 핵심 인사라는 ‘폭탄 증언’을 내놨다. 백악관은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섰지만, 백악관 내부에 ‘경고등(red alert)’이 켜졌다고 언론들이 보도할 만큼 벌집 쑤신 듯 뒤집어지고 말았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새로운 증언을 내놓고 있다. © 사진=AP연합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새로운 증언을 내놓고 있다. © 사진=AP연합

 

 

美 민주당 “트럼프 탄핵, 아직은…”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내놓은 해명이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이 증언을 한 다음 날 트위터를 통해 “내가 플린을 해임해야 했던 것은 그가 부통령과 연방수사국(FBI)에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플린 전 보좌관이 FBI에 허위 진술을 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힌 셈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불법 행동을 알면서도 그냥 넘어간 것은 중대한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의 중범죄에 해당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법방해 혐의는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내통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과 함께 뮬러 특검이 수사하고 있는 중요한 핵심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 전 보좌관의 거짓 해명을 알고도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에게 조사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되면, 이는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바로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문이 커지자 뒤늦게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조 다우드는 문제의 트윗은 자신이 초고를 써서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수습에 나섰다. 그는 “대통령은 최고 법 집행자로 사법방해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의회에선 다시 법사위 조사에 나서는 등 이 문제가 다시 재점화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또다시 트위터를 통해 “나는 코미에게 플린 수사를 중단하라고 절대로 요구하지 않았다”며 모든 것은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미 플린의 ‘폭탄 증언’의 거대한 후폭풍에 휘말린 상황이다.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한 뮬러 특검 수사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 여부 혹은 사법방해 의혹을 밝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느냐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정황만으론 탄핵 상황까지 가긴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12월7일, 미국 하원에선 앨 그린 의원(텍사스)이 발의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 결의안이 364대 58로 부결됐다. 그린 의원이 그동안 여러 차례 표결 감행 의사를 밝혔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역풍을 우려해 이를 막아왔다. 이날 표결 결과는 아직 많은 민주당 의원도 대통령 탄핵엔 동의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날 탄핵 표결과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인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대표가 “아직은 탄핵안을 고려할 시기가 아니다”고 밝힌 것은 이를 잘 말해 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점점 더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관해 매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데다, 뮬러 특검의 수사 칼날이 결국은 쿠슈너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지만, 이는 곧바로 자신의 혐의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역풍으로 탄핵을 자초할 수 있다.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 사진=AP연합

 

‘국면 전환’ 위해 군사행동 감행할까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내년 상반기의 정치적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야권인 민주당도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그동안 의혹에 관해 탄핵에 버금가는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만약 뮬러 특검에 의해 또 다른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탄핵 국면에 휘몰릴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궁박한 국내 정치 상황을 국제관계로 돌리면서 이를 만회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는 데 거의 이론이 없다. 점점 더 고도화돼 가고 미 본토 타격 가능성까지 제기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선제공격 등 군사적 충돌을 감행해서라도 국내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고, 일거에 국면을 타개하려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위협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했다는 이른바 내년 초 ‘데드라인(deadline)’설이 워싱턴 정가에 퍼지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1차 심판이라고 할 수 있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내년 상반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뿐만 아니라 국제관계에서도 위기에 몰릴 경우, 군사적 해결이라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물론 휴전선을 사이에 둔 남북한의 대치 현실에서 미국의 어떠한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도 전면전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미국이 군사적인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북·미 간 대결이 ‘임계점’에 닿을 내년 초에 군 최고통수권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의 유혹과 함께 이러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일각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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