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공신(功臣)들을 어찌할까?”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2 14:49
  • 호수 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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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공공기관 인사 본격 시작…해묵은 ‘낙하산’ 논란 재현되나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인사는 ‘뜨거운 감자’였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의 자리’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것이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논란이었다. 정권 실세의 측근들에게 공공기관은 늘 ‘꿀 떨어지는 먹잇감’으로 인식돼 왔다. ‘적폐 중의 적폐’로 꼽는 이들도 많다.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있어 공공기관 인사는 쉽지 않은 문제다. 공공기관 문제는 최근 ‘채용비리’가 터지면서 극에 달했다. 정부가 12월8일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중간 결과’에 따르면,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 330개, 지방공공기관 824개, 기타 공직유관단체 272개에서 총 2234건의 채용 관련 문제가 적발됐다.

 

유형별로 분류하면 위원 구성 부적절이 527건으로 가장 많았고, 규정 미비(446건), 모집공고 위반(227건), 부당 평가(190건), 선발인원 변경(13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중대 범죄에 해당하는 부정한 지시, 서류조작 등도 다수 발견됐다. 정부는 143건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를 내리고, 23건은 검찰 등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정부 조사결과 다양한 유형의 채용비리가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관장이나 간부가 외부에서 채용 청탁을 받거나 전형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한 사례가 나왔다. 모집공고를 일부러 알리지 않아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하거나 채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지원자를 뽑은 경우도 있었다. 정부는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신고된 제보 등을 바탕으로 심층조사가 필요한 19개 기관을 선정해 12월22일까지 추가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이어 지방공공기관 824곳, 공직유관단체 272곳에 대한 특별점검을 올해 말까지 끝내기로 했다. 채용비리 관련 조사가 마무리되더라도 비리신고센터는 상설 운영된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태에서 촉발한 공공기관 채용 문제의 깊은 뿌리가 드러난 셈이다.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시사저널 미술팀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적폐 중 적폐’”

 

시사저널이 공공기관 공시 사이트 ‘알리오’를 토대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2월8일 현재까지 임명된 공공기관장은 12명이다. 이 중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신임 사장과 이미경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신임 이사장,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16대와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이강래 사장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과 김 장관은 각각 전북 남원과 전북 정읍 출신으로, 오랜 시간 같은 당에서 활동했다. 이미경 이사장은 15~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5선 의원 출신이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성주 이사장은 문재인 대선캠프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전문위원단장을 맡은 바 있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 이사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보건복지위원회 활동을 한 것이 관련 업무의 전부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전문위원단장을 맡아 공약 전반을 살펴봤는데, 이 때문에 ‘보은성 인사’가 아니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야당에서 “문재인 정부 최악의 인사 참사”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현재 공석 30석…“누가 앉을까” 관심

 

현재 공석인 공공기관장 및 감사 자리는 30석이다. 이미 몇몇 기관에 대해서는 “누가 된다더라”는 하마평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기관에선 정치인 내정설이 나오기도 한다. 조환익 사장이 12월7일 임기를 3개월 앞두고 전격 퇴진한 한국전력에선 이미 전직 민주당 의원이 차기 사장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자리에도 또 다른 전직 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많다. 실명이 나돌 정도다. 현재까지 확실히 정해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금융 관련 공공기관 관계자는 기자를 만나 “정권 초반 인사 논란 때문인지, 공공기관 인사에 대해선 엄청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몇몇 하마평이 돌긴 하지만, 결과가 소문대로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다만 여당 핵심 관계자들이 자신의 사람들을 꽂으려 소문을 퍼뜨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본적으로 전문성과 개혁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10년 동안 밀려 있는 인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전문성과 개혁성만 본다 해도 정권 창출의 ‘공신’들을 멀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도 여의도에선 공공기관장이나 감사 등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낙하산 인사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지난 9월 부산 지역 대표 금융사인 BNK그룹 회장으로 낙점된 김지완 신임 회장은 내정 소식 직후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김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이자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경제 고문을 지낸 바 있다. 이 때문에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금융지주 회장으로 꽂았다”는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내부에선 오히려 이를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BNK 그룹 관계자는 “BNK의 경우 부산 엘시티 의혹에 연루되면서 분위기가 엉망이다. 정권과 연이 잘 닿는 사람이 와서 회사를 바로잡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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