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땅, 기자들의 ‘험지’가 되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5 18:05
  • 호수 147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중 외신기자 98%, “취재 여건 기준 미달”… 자국 기자도 예외 아냐

 

‘98%.’ 중국에서 일하는 외신기자들 112명 가운데 “취재 여건이 국제 기준에 못 미친다”고 답한 비율이다. 지난해 11월 주중외신기자협회(FCCC)가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략 2명을 빼곤 모두 중국 취재에 불만을 가진 셈이다. ​ 

 

FCCC는 중국 취재의 큰 어려움 중 하나로 ‘외신기자에 대한 중국 당국의 물리적 폭력과 방해’를 꼽았다. 실제로 외신기자 112명 중 8%(9명)는 “폭행을 당하거나 떠밀린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의 4%보다 늘어났다. FCCC 회원 중 한명인 조쉬 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웃는 얼굴 그림이 새겨진 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남자가 취재하러 온 나를 계속 거칠게 밀었다.”

 

2014년 1월22일 중국 공안으로 추정되는 사복 남성들에게 무력으로 제압당하는 CNN 데이비드 맥켄지 기자.

 

외신기자 10명 중 1명 “취재 도중 폭행당했다”

 

실제로 CNN의 데이비드 맥켄지 기자는 2014년 1월 카메라 기자와 함께 중국 인권변호사 쉬즈융(许志永)에 대한 재판을 취재하다 봉변을 당했다. 법원 주변에서 카메라를 보며 보도를 하다 중국 공안(公安․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이들은 맥켄지의 팔을 꺾어 승합차로 끌고 가 단체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은 CNN 카메라에 오롯이 담겼다.​ 맥켄지는 “이것이야말로 중국이 (외부로 나가는) 메시지를 어떻게 다루길 원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폭행으로 장애를 겪게 된 외신기자도 있다. ABC의 토드 캐럴 전 기자는 1992년 6월 톈안먼(天安門) 시위 3주년 현장을 취재하다 한 무리 남성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가해 남성들에 대해 “중국의 비밀 공안들”이라고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명예 연구원 스티븐 헤스는 주장했다. 그날 사건 이후 캐럴은 뇌에 수액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고이는 뇌수종에 걸렸다. 또 목에는 디스크가 왔고, 등뼈에도 손상을 입었다. 캐럴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허리를 잘 움직이지 못하는 걸로 알려졌다. 

 

중국은 자국 기자에게도 자비가 없었다. 작년 1월 현지 기자들 3명이 장쑤성 쑤첸(宿遷)의 한 고등학교를 찾았다. 근처 강가에서 한 학생의 시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공안은 기자들을 막고 차에 태우려했다. 기자들이 거부하자 공안은 폭력을 휘둘렀다. 

 

 

자국 기자들에게도 폭력 휘두른 중국 


공안은 주먹으로 기자의 머리를 때리기도, 발로 등을 걷어차기도 했다. 폭행당한 한 기자는 “공안이 나를 벽에 밀고 한참을 서있게 했는데, 자세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때렸다”고 증언했다. 당시 국제기자연맹(IFJ)은 공안의 사법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젠 우리나라 기자들도 피해자 명단에 오르게 됐다. 올 12월14일 낮 11시 50분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취재하러 간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카카오톡 단체방엔 “한국 기자들과 중국 경호원들. 피까지 났어요”란 문자가 떴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중국외교만행규탄시민행동모임 등 관계자들이 12월15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던 기자단이 중국측 경호원들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건은 베이징 시내에서 열린 한중 무역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일어났다. 당시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중앙복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기자들도 문 대통령을 따라 나오려 했다. 그런데 중국 측 경호원들이 갑자기 기자들을 막았다. 

  

이에 한국일보 고영권 사진기자가 항의했다. 그러자 경호원은 그의 멱살을 잡고 뒤로 넘어뜨렸다. 고 기자는 충격으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함께 있던 연합뉴스 사진기자가 이 상황을 촬영하려 했으나, 경호원들은 카메라를 빼앗아 던져버렸다. 사과는 없었다고 한다. 

 

 

결국 한국 기자들도 중국 주먹질 못 피해

그 사이 문 대통령은 맞은 편 홀로 이동했다. 사진기자들이 홀에 따라 들어가려 했으나 경호원들이 다시 제지했다. 취재비표를 거듭 보여줬지만 소용없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매일경제신문 이충우 사진기자와 경호원들 사이에서 시비가 일었다. 곧 주변의 경호원 10여명이 몰려들어 이 기자를 복도로 끌고 나가 구타하기 시작했다. 주먹질을 하고 발로 얼굴을 차기도 했다. 

 

당시 사진기자들과 함께 있던 취재기자들, 그리고 청와대 직원들이 폭행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경호원들은 힘으로 밀어냈다. 현장에 있던 청와대 경호팀은 모두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당한 두 기자는 베이징 시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청와대는 이들이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이번 사건에 대한 항의의 뜻을 중국 정부에 전달했다. 또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12월15일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사건의 심각성에 공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