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가상화폐가 아니라 ‘거래소’다
  • 홍준영 (사)한국핀테크연합회 의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9 10:07
  • 호수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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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곧은 소리] ‘가상화폐 대란’, 문제 본질 간과한 정부의 늑장대응과 정교하지 못한 대책으로 인한 ‘인재’

 

인류의 편의성을 도모하는 ‘스마트시티’의 초연결 4차 산업혁명은 ‘IoT(사물인터넷) 보안관’ 부재라는 인류 최대의 위협적 요소에 직면하고 있다. 하물며 인류의 진화 속도는 느린 반면, 인공지능(AI)의 초연결 사회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 투기 논란, 즉 ‘가상화폐 대란’ 역시 이와 같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화해 가는 하이테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 당국의 늑장대응과 일관성 없는 혼선조치가 부른 인재(人災)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지금의 가상화폐 대란을 보면서, 10여 년 전 우리 사회를 큰 혼란에 빠트렸던 ‘바다이야기’ 사태가 문득 떠오른다.

 

뒤늦은 정부의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규제에 나서는 등 비트코인의 투기성 논란이 가중되면서, 가상화폐 거래를 아예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초강경 목소리도 등장했다. 그러면서 같이 등장한 용어가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과도한 중앙화 데이터를 P2P 네크워크로 분산·공개하고 투명화하는 역할을 한다. 가상화폐 거래 시 해킹 위협과 위변조를 방지하는 오픈소스의 신뢰 기술이다. 즉 가상화폐에 신뢰를 부여하는, 본질의 기술이나 다름없다. 그런 블록체인조차도 최근 가상화폐의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왜곡된 것이다. 이번 가상화폐 대란의 본질은 거래소의 문제이지,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 기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12월13일 서울 영등포구의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시세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지금 거래소는 사실상 유사수신 행위

 

초연결 사회, 공개·투명의 연결가치를 실현하는 위대한 블록체인의 분산·보안 기술은 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주력 기술과의 융합·연결을 통한 데이터 신뢰도 확보라는 강력한 보안성 강화를 담보해 준다. 블록체인은 안전성과 투명성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유엔 미래보고서 2050’에서 미래를 바꿀 10대 기술 중 하나로 선정됐다. 공공분야의 신뢰성 향상으로 정부 투명성 강화에도 기여하고, 산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만, 지금의 심각한 가상화폐 문제는 인류에게 공익적 가치를 부여하는 블록체인의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난, 오로지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가상화폐의 지나친 양적 팽창이다. 최근의 비트코인 광풍을 확실히 잠재울 묘안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

 

첫째, 문제의 본질은 ‘거래소’다. 현재의 중앙화된 거래소는 P2P 네트워크상에서 거래·운용되는 분산·공개·투명이라는 블록체인의 본질적 요소와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가상화폐 거래 시에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보관·관리해야 할 비밀번호(디지털 서명화된 암호화키), 즉 PK(공개키·개인키)를 이들 중앙화된 거래소가 대리 보관하고 수신·매도·매수를 대리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이러한 중앙화 방식의 거래는 정상적으로 당국에 신고돼 피해 발생 시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대형 금융 수신 기관만이 운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앙화 방식 거래소의 거래 대리 수신업무 행위는 사실상 유사수신 행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거래소가 개인키를 보관하지 않고, P2P 네트워크상의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PK를 보관·관리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P2P 방식의 거래소가 악의적인 해커들의 공격으로부터 보다 더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 환경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는 하루 거래량이 수조원에 달하는데도 대부분 유사수신 행위에 가까운 불법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막대한 거래 규모로 상시 내부 데이터 거래 조작은 물론, 이미 수많은 악의적인 해커들의 집중 공격 대상으로 노출돼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5100억원(5억 달러)이 단 몇 시간 만에 사라져 ‘해킹이냐 먹튀냐’라는 대형 사고를 낸 ‘마운트곡스’ 사례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 참여하는 ‘가상화폐 검증위’ 구성해야

 

둘째, 최근 중국과 일본 중심의 한정된 비트코인 채굴 독점 세력은 블록체인의 기본 정신을 상당부분 훼손·위배하고 있다. 최근의 가상화폐 가치 급등락 현상은 대부분 막대한 컴퓨팅과 전력을 소비하는 가공할 만한 수준의 해쉬파워(연산력을 크게 높여 수학문제 해독력을 독점하는 것)를 독점 소유해 수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중국·일본 등 해외 채굴업자들의 농간 세력들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세력들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작전 내지 정책·합의를 결정하는 최대의 보이지 않는 손인 셈이다. 따라서 가상화폐가 일상생활의 전자화폐 가치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채굴이 없고, 발행기관과 책임기관이 명시되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권장한다.

 

셋째, 공개된 비영리단체 중심의 민간·공공 합동 참가 방식의 ‘가상화폐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선제적으로 운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검증위 구성에서 현 사태의 직접 이해당사자이자 사익을 추구하는 거래소와 채굴 독점 세력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선행연구조차 부재한 상태에서 정부 당국의 정책 혼선이 계속 가중되고 늑장대응되는 데는 거래소 투기업자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래소 이해관계자의 사견이 제도에 반영되는 상황에서는 가상화폐 가격은 요동칠 수밖에 없고, 공정하고 신뢰를 확보한 정책과 제도의 무결성(정밀성 또는 정확성)은 힘을 잃게 된다.

 

넷째, 현재 대부분의 가상화폐 기술 등은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고, 오직 채굴업자와 거래소, 투기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사적 기능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국내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과 생태계가 육성될 수 있도록 투자금의 상당부분이 스타트업의 기술혁신을 위한 자금으로 전환될 수 있는 건전하고 선순환되는 투자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때 2500만원까지 치달은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의 긴급 규제로 1400만원까지 하락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12월14일 내놓은 정부의 대책이 사전 정보 누설과 정교하지 못한 정책으로 혼선을 초래해 또다시 가상화폐는 1800만원 이상으로 급반등하는 사태를 낳고 말았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우리가 이미 2006년 경험한 ‘바다이야기’ 사태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만약 예측하기 어려운 대폭락 등의 사태로 돈을 잃은 투자자들이 나온다면 이는 결국 정부 당국의 큰 부담으로 올 수밖에 없는 심각한 우려를 잠재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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