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종현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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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극복조차 우울해져버린 27살 청년의 영원한 침묵

 

“연기자 중 40%가 자살 생각을 한다.” 배우 박진희씨가 2009년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학위 과제로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다. 이 결과는 그의 논문 ‘연기자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자살 생각에 관한 연구’에 실렸다. 여기에 따르면, 연기자 중 20%는 “자살 준비를 해 봤다”는 답변까지 내놓았다.

 

그리고 올 12월18일,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27·본명 김종현)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종현이 죽기 전 친누나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엔 “나 보내 달라. 고생했다고 말해 달라. 마지막 인사다”란 문자가 적혀 있었다. 누나는 신고하면서 “동생이 자살하려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샤이니 종현이 12월18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 사진=연합뉴스

 

연기자 10명 중 4명, “자살 생각 한다”

 

연예인들은 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걸까. 박진희씨는 논문에서 “자살은 우울증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종현이 남긴 노랫말에도 우울증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 그가 작사․작곡하고 가수 아이유가 부른 노래 ‘우울시계’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시간이 흐르면 힘들다 징징댔던 것도 / 한때란다 한때야 날카로운 감정의 기억이 / 무뎌진다 무뎌져 네모가 닳아져 원이 돼 / 우울하다 우울해 무뎌져 가는 게 우울하다” 

또 동료가수 나인은 12월19일 인스타그램에 종현의 유서를 올렸다. 다음은 그 일부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 번 물어봐도 날 위해서는 아니다. 널 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 지를 찾으라니. 몇 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우울하다 우울해”… 곳곳에 남겨진 종현의 우울증

 

종현에겐 우울증을 이겨내는 과정조차 우울증의 일부였을까. 이렇게까지 그를 우울증의 악순환으로 몰아넣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일반적으로 우울증의 주요 원인으론 스트레스가 꼽힌다. 2008년 탤런트 최진실씨가 목숨을 끊었을 때 경찰은 우울증과 연예계 스트레스를 자살 동기로 추정했다. 2년 뒤에 그의 동생 최진영씨가 자살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개그맨 정선희씨는 2010년 MBC ‘놀러와’에 출연해 “세상이 무섭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었다”며 “심적 압박에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양동근씨는 2012년 SBS ‘강심장’에서 “혼자 생각하고 해결하려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자살 충동이 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룹 샤이니 종현이 12월18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서 쓰러진채 발견,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종현이 옮겨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경찰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자살의 또 다른 원인, ‘사회적 지지’

 

조금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도 있다. KBS 방송작가 이주연씨는 연예인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스트레스보다 ‘사회적 지지’에 대해 눈여겨봤다. 2012년 발표한 숙명여대 박사 논문을 통해서다. 사회적 지지는 보통 ‘의미 있는 타인들로부터 받는 애정이나 모든 형태의 긍정적 자원’으로 정의된다.(2013년 계명대 석사논문)

 

이씨는 논문을 통해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주위에 사회적 지지를 기대하고, 이때 지각된 긍정적 지지는 스트레스에 대한 부적응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했다. 단 해당 논문에 따르면, 팬들의 지지는 연예인의 자살과 큰 관련이 없다고 한다. 대신 친구와 부모의 지지는 유의미한 연관성을 나타냈다.

 

 

“햇빛 자주 보지 못해서”란 분석도 있어

 

자본주의의 속성에 주목한 학자도 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0년 언론 기고문을 통해 “(연예인을 포함해) 셀레브리티화(Celebrity化)된 사람의 자살에는 전면적인 상품화로 인한 달콤함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상품화로 해결될 수 없는 인간본연의 번민 등이 범벅된 고통의 흔적이 남겨져 있다”고 분석했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12월19일 “연예인은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밤낮이 바뀌어 햇빛을 자주 보지 못하는 등 우울증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자살의 원인을 단편적으로 분석하는 건 자칫 위험할 수 있다”면서 “종현의 경우 직접 진단해보지 않아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연예인이란 특성상 일반인보다 사회적 압박을 심하게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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