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중국이 한국한테 이러는 까닭은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1 13:44
  • 호수 147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 주제로 다른 걸 생각하고 있다가 12월14일 중국에서 한국 기자 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주제를 이걸로 바꿨습니다.

지난 호에 ‘제대로 된 한·중 관계를 맺으려면’이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다뤘습니다. 제 예상이 틀리길 바라면서 글을 썼지만 결과적으로 예상대로 흘러갔습니다. 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사드 압박에 대한 유감 표명을 받아내기는커녕, 청와대는 시진핑이 사드 언급을 최소화했다며 이걸 성과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보기드문 기자 폭행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더 충격적인 게 있습니다. 맞은 기자들을 비난하는 한국인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걸핏하면 대한민국을 조롱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라는 중국 매체는 “한국 인터넷 사용자들은 기자들이 규정을 무시했다고 의심한다”면서 한 통신 기사 밑에 달린 1만여 개 댓글 중 일부를 인용했습니다. 이 신문이 인용한 댓글 중에는 “미국에서도 규정을 어겼던 기자들이 또 이런 일을 저질러 중국이 행동을 바로잡았다”는 것도 있습니다.

 

12월14일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해 쓰러져 있다. © 사진=뉴시스

이런 댓글을 보고 1992년 4월29일에 발생한 LA폭동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흑인들이 코리아타운을 집중 습격하는 바람에 한인들의 피해가 막대했습니다. 백인 경찰관들이 흑인을 상대로 집단구타를 했는데 우리가 언걸먹은 꼴입니다. 당시 한인 상점들이 공격 대상이 된 것에 대해 “한인들의 현지화 노력이 부족했고 흑인을 멸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그럴듯하게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입니다. 같은 LA에 있지만 우리보다 더 배타적인 차이나타운은 흑인들의 공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기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흑인들 사이엔 차이나타운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차이나 갱들은 자기들이 보호세를 받는 중국인 가게가 털리는 일이 생기면 상대방이 흑인이든 누구든 끝까지 추적해 보복을 했습니다. 수법도 여기 언급하지 못할 만큼 잔인하기 짝이 없어 당해 본 상대방은 몸서리를 치게 됩니다. 이런 소문은 금세 퍼지게 마련이죠.

 

반면 코리아 갱들은 평소 보호비는 꼬박꼬박 받아먹으면서도 한인 가게에 강도가 들어도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고 친 경험이 많았던 흑인들 사이에 “코리아타운은 건드려도 탈이 없다”는 말이 나돌았습니다. 평소 사정이 이러니 LA폭동이 터지자 흑인들이 코리아타운을 덮쳤던 것입니다.

 

기자 폭행 사건은 중국 당국이 수사 중이어서 아직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통령을 따라간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중국인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신분이 뭐든 간에 한국인이 중국인에게 맞았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인들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중국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방법은 베트남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갱을 예로 들면 베트남 갱들은 차이나 갱들이 잘 건드리지 않습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골치가 아프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갱들은 차이나 갱들에 맞서 결사항전도 불사합니다. 그래서 미국, 독일 등지에서 차이나 갱들은 베트남 갱들에게 일부 구역을 ‘나와바리’로 떼주고 사이좋게 공존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가진 나랍니다. 세계 2위인 중국에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 수준의 나라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작금의 상황은 우리가 자초한 성격이 강합니다. 우리가 중국을 대국이니 G2니 하면서 떠받들고 알아서 기는 한, 우리를 대하는 중국의 오만불손은 불식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왜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집니까. 고조선과 고구려 등 조상들께 부끄럽지 않습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TOP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