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드라이비트’는 죄가 없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4 17:38
  • 호수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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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단열 공법에 쓰지 않는 자재가 원인”… ‘접착제’가 문제란 주장도 나와
12월22일 오전 네이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가 있다. 바로 ‘드라이비트’다. 이는 건축술의 하나로, 전날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주원인으로 언론에서 오르내렸다. 정말 드라이비트가 화마를 낳은 주범일까.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게다가 진짜 문제는 건설용 접착제라는 주장도 있다.  

드라이비트(dryvit)는 원래 한 미국 건설사의 이름이다. 1969년 드라이비트사(社)는 외단열(外斷熱·outsulation)이란 공법을 처음 선보였다. 이는 단열재를 건물 외벽 안쪽이 아닌 바깥쪽에 붙이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습기가 적어지고 내부 온기가 오래 간다는 장점이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나흘째인 24일 오후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의 주범이 ‘드라이비트’?

그 효율성 덕분에 외단열 공법은 1970년대 석유위기 때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드라이비트란 회사명은 ‘대일밴드’처럼 외단열 공법을 일컫는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 도입된 시기는 효성그룹이 드라이비트사와 합작사를 세운 1987년으로 알려져 있다. 

간혹 드라이비트란 단어는 건축 자재를 가리킬 때 혼동돼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한때 “드라이비트는 불에 약하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200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초대형 호텔 ‘몬테카를로’에서 큰 불이 난 적 있다. 당시 미국방화협회(NFPA) 등 소방단체는 화재 원인과 관련해 드라이비트를 지목했다. 

이에 드라이비트사는 “문제는 드라이비트가 아니다”라며 “방화성능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외단열 공법에 사용하지 않는 자재가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드라이비트와 거기에 쓰이는 재료는 엄연히 다름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방화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자재와 외단열 공법에 쓰이는 자재는 겉으로 비슷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진짜 문제는 ‘가연성 단열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소속 신현준 선임위원은 12월22일 시사저널에 “드라이비트도 정확한 기준에 맞춰 시공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화재의 불쏘시개는 드라이비트가 아닌 가연성(可燃性․불에 타기 쉬운) 단열재였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드라이비트용 단열재로 가연성 자재를 쓰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제한조건이 있다. 정부는 2015년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참사 이후로 그해 9월 건축법 시행령을 바꿨다. 이에 따라 6층 이상의 건물 외벽엔 가연성 단열재를 쓸 수 없다. 

반면 이번에 불이 난 제천의 9층짜리 스포츠센터는 예외였다. 시행령 개정 전인 2011년 7월에 완공됐기 때문이다. 해당 스포츠센터는 가연성 단열재인 스티로폼을 사용해 지어졌다고 한다. 미국 신시내티 대학이 2016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티로폼에 불이 붙었을 때 나오는 열기는 나무나 종이보다 3~5배 더 뜨겁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나흘째인 24일 오후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연성 단열재 써도 ‘접착제’ 문제 남아있다

그럼 드라이비트용 단열재로 불연성(不燃性․불에 타지 않는) 재료를 쓴 건물은 100% 안전할까. 단정 짓긴 어렵다. 불연성 재료와 상관없이, 접착제의 종류에 따라 화재 위험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산 소방안전본부는 올해 5월 똑같은 크기의 단열재 2개에 불을 붙이는 실험을 했다. 한 쪽은 합성수지 성분이 들어간 ‘유기접착제’로 붙였고, 다른 한 쪽은 시멘트 성분의 ‘무기접착제’를 썼다. 그 결과 유기접착제를 바른 단열재의 불길이 더 빠르게 번졌다. 소방안전본부는 “유기접착제가 무기접착제보다 더 싸고 접착 속도도 빨라 공사업자들이 많이 쓴다”고 했다.

문제는 현행 법령상 접착제에 대해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축법 시행령은 단열재 등 마감재를 불연성으로 쓰도록 했을 뿐, 접착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미국 연방정부는 접착제의 사용을 가연성 수준에 따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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