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우리를 전자제품처럼 수출했다”
  • 이석원 스웨덴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5 01:59
  • 호수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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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자격 잃은 스웨덴 한인 입양인들의 울분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으로부터 버려진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한민국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외국국적 동포’로서 ‘재외동포’가 돼야 한다.”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의 나라 스웨덴에서 21세기 ‘수잔 브링크’들이 한국 정부를 향해 항의하고 있다. “왜 우리는 대한민국의 끄트머리도 잡을 수 없는 것이냐”고. “대한민국 정부는 왜 우리를 자신들에게서 완전히 지워버리려고 하는 것이냐”고.

 

현재 스웨덴에 거주 중인 한인 입양인은 약 1만1000명. 인접국인 덴마크와 노르웨이에도 각각 9500명이 살고 있다. 유럽 전체 한국인 입양인 6만5000명 중 절반가량이 북유럽 3개 나라에 살고 있는 셈이다. 스웨덴의 1년 이상 장기 거주 대한민국 재외국민이 3100명 정도니 입양인은 그 3배, 재외국민 수가 1000명인 노르웨이는 9배가 넘고, 680명인 덴마크는 14배에 이른다.

 

그런 그들이 왜 한국 정부를 향해 울분을 토하고 있을까. 1977년 4월 스웨덴에 입양된 다니엘 리(한국 이름 이남원·40)는 “한국은 무책임하고, 우리는 억울하다”고 얘기한다. 이씨를 포함한 해외 입양인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재외동포’ 자격을 상실하고 완전한 ‘외국인’으로 분류된 것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들은 해외 입양인들이 광의(廣義)의 대한민국 국민의 범주에서도 배제됐다고 말한다.

 

12월2일 스톡홀름 시내에서 열린 스웨덴 한인입양인협회 2017년 송년회 © 이석원 제공

 

“우리에게서 ‘대한민국’ 흔적 지우려 한다”

 

2008년 3월 개정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약칭 재외동포법) 제2조 2항에는 ‘재외동포’ 중 대한민국 국적자인 ‘재외국민’ 외 대한민국 국적자는 아니지만 재외동포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외국국적동포’ 규정이 있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대한민국정부 수립 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를 포함한다)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외국국적동포’라고 한다.

 

같은 법의 시행령 제3조 2항에는 ‘부모의 일방 또는 조부모의 일방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라고 추가 규정을 해 이른바 3세까지 재외동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외국국적동포’는 선거권, 피선거권은 물론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를 지니지 않고 있지만, 재외동포법에 의해 체류 자격을 얻고 국내에 주거지를 정해 놓으면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또한 금융이나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도 대한민국 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누린다.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재입국 허가를 받는 불편함도 생략할 수 있다.

 

그런데 해외 입양인들은 이런 ‘재외동포’의 권리를 박탈당했다. 법 개정으로 더 이상 ‘재외동포’의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보니 한국 내에서도, 한국을 출입할 때도 다른 외국인들과 똑같은 제약을 받아야만 한다.

 

이들이 억울해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다니엘 리는 “우리는 스웨덴에 입양 올 때 분명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우리 중 한국 부모님을 찾은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서 다양한 경로로 대한민국을 스웨덴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얘기하며 “스웨덴 사람들은 우리에게서 ‘대한민국’의 흔적들을 분명히 보는데, 한국은 우리에게서 ‘대한민국’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려고 애쓰는 것 같다”며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을 숨기지 않는다.

 

2016년에 창립 30주년을 맞은 스웨덴 한인입양인협회 회장을 3차례 역임한 마틴 손은 “원래 우리 협회는 재외동포재단에서 지원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 복지부로 이관됐다. 그런 후 한국 정부는 점점 더 우리 협회와 멀어졌다. 스웨덴에 있는 입양인들을 한국 내에 있는 복지부에서 관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얘기한다. 그는 한국 정부가 국내 입양과 해외 입양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스웨덴 한인입양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다니엘 리(오른쪽)와 마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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