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올해의 인물-사회] 돌아온 칼잡이 윤석열, 적폐청산 선봉에 서다
  •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7 10:49
  • 호수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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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국정원 댓글 사건 이후 4년 만에 화려한 귀환

 

‘칼잡이의 귀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 5월19일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되는 등 검찰 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기수를 철저히 따지는 검찰 조직에서 전임 이영렬 지검장보다 5기수나 낮은 윤 지검장의 화려한 복귀는 검찰 권력 구도의 변화를 예고했다.

 

검찰 내 대표적 ‘칼잡이’로 꼽히는 윤 지검장은 대검 중수부 1·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거치며 굵직굵직한 수사를 전담해 왔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신중하면서도 예리한 칼잡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 때까지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국정원 댓글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하지만 이 수사가 잘나가던 윤 지검장의 발목을 잡았다.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 과정에 상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수뇌부에 제대로 찍혔기 때문이다.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은 윤 지검장은 이후 4년여 동안 지방을 돌며 사실상 좌천 생활을 했다.

 

윤 지검장이 화려하게 복귀한 것은 2016년 12월1일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박영수 특검의 ‘영입 1호’로 수사 일선에 다시 섰다. 이른바 ‘최순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2016년 11월18일 시사저널 기자가 윤 지검장에게 개인적으로 카카오톡을 보내자 전화가 왔다. 윤 지검장을 특검에 임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칠 때였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5월2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검사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댓글 수사 항명

 

윤 지검장은 여론을 전한 기자에게 “검사 그만두라고?”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당시 여론은 ‘15년 이상 판·검사 경력을 가진 변호사’가 특검 자격이라는 게 잘 알려지지 않아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이었지만, 그만큼 윤 지검장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특검에 파견 행태로 갈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아이고 내가 지금 이 연차에 그거 하라고? 나는 못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 윤 지검장이 특검에 합류하게 된 데는 윤 지검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박영수 특검의 설득이 주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이 자신과 특검보 사이에 ‘수사팀장’이라는 별도 직책을 만든 것도 윤 지검장에게 명분을 만들어준 측면이 있다. 국민의 비난을 받으며 신뢰가 무너진 검찰 조직에 대한 윤 지검장의 애정이 특검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은 윤 지검장은 매섭게 칼을 휘둘렀다.

 

윤 지검장이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수장으로 발탁 된 데는 ‘적폐청산’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윤 지검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한 ‘항명 파동’ 당시 “나는 검찰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물고문을 해서라도 자백을 받으라고 지시할 때처럼 위법을 지시하면 따르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당한 지시는 따르지 않겠다는 ‘강골 검사’를 새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적폐청산의 최전선에 배치한 것이다.

 

 

최순실 “윤석열 검사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최근 검찰로부터 25년을 구형받은 최순실씨의 최후변론이 화제가 됐다. 최씨는 “저를 정경유착으로 뒤집어씌우는 검찰의 발상은 그야말로 사기적인 발상”이라며 “윤석열 검사님, 정말 그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최씨는 재판 과정에서 “그동안 검찰이 몰아가는 식으로, 윤석열 지검장이 와서 더 심해졌지만, 너무나 심한 인격 침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윤 지검장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보수 야당에서는 윤 지검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1월27일 공식 논평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임관빈 전 국방정책실장 석방과 관련자들의 잇따른 자살에 대해 “스스로 보복을 통해 좌천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분노를 정치보복에 이용하려 한 문재인 정권이 만든 인사참사이자 수사참사”라고 주장하며 “윤 지검장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검찰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사랑한다면 청와대 하명수사와 자신의 한풀이로 얼룩진 총체적 수사참사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여전히 윤 지검장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 여론도 윤 지검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검찰수사는 박 전 대통령에 이어 MB를 겨냥하고 있다. 최근 검찰은 MB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다스(DAS)의 횡령 사건에 대해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윤 지검장은 지난 11월23일 국정감사에서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질문에 “그게 누구 것으로 보이느냐는 문제보다는 법률적으로 누구 것인지 확인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윤 지검장을 중심으로 한 검찰의 적폐 수사가 차츰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수뇌부 간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장인 문무일 총장은 지난 12월5일 “수사가 본래 그 기한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안에 주요 부분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총장의 이른바 ‘적폐 수사 연내 마무리’ 발언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검찰수사의 최종 지휘권자인 문 총장이 검찰 내 실세로 부상한 윤 지검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수사 복귀 1년을 맞은 윤 지검장의 활약이 새해에도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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