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올해의 인물-국제] 취임 후에도 트럼프는 ‘럭비공’이었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7 13:46
  • 호수 147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생활 논란과 ‘러시아 스캔들’이 그의 발목 잡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진 세계적 영향력에 대해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불어온 ‘트럼프 신드롬’은 결국 이 대부호를 세계 권력의 정점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7년 1월20일을 기점으로 자신의 화려한 ‘스펙’에 ‘미국 대통령’이란 직함을 추가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더 그렇다. 그의 말 한마디, 그의 트윗(tweet) 한 줄은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불러오기도 하고 수습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19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가리켜 ‘로켓맨(rocket man)’이라 부르며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총회 직전에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경고를 날린 셈이었다. 당시 북한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김 위원장 명의를 내건 성명을 통해 “늙다리 미치광이가 나발을 불어댔다”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내놨다. 이후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 정권 사이에는 말폭탄 공방이 계속되며 한반도 안보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문제적 인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 사진=AP연합

 

트럼프의 입에서 촉발된 중동의 반미 물결

 

그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것은 안보의 영역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해 왔다.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하게 작성돼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 무역 적자가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9월 주변 참모들에게 FTA 폐기를 지시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알렸고, 결국 10월에 한국과 미국은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착수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흔들기’는 그가 줄곧 주창해 온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을 부각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은 전 세계에 걸쳐 있다. 지난 12월6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폭탄 발언을 했다. 이른바 ‘예루살렘 선언’이다. 이 발언은 전 세계에 즉각적인 파장을 불러왔다. 팔레스타인의 분노한 시위대들은 거리로 나와 트럼프 발언 철회와 반미주의를 외치며 연일 가두시위 중이다. 현재 중동국가들과 서방국가의 주요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반미 감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를 뒤흔드는 그도 자국 내에선 끝없는 추문과 정치적 시련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의혹을 정조준하며 다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과거에 성추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3명의 여성은 지난 12월11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하고 미 의회에 트럼프 성추문을 조사해 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이에 앞서 16명의 여성들은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부인과 묵살로 일관하고 있다.

 

 

럭비공 트럼프도 자국 내 스캔들에는 ‘잠잠’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싼 파문도 그의 정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진행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에 관한 수사까지 범위가 확장 중이다. 특히 12월초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불렸던 마이클 플린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뮬러 특검에 협조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정가에 ‘대통령 탄핵’이란 의제가 여전히 주효하게 오르내리는 이유다.

 

워싱턴에선 2018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선거 과정에서 뮬러 특검이 새로운 수사 사실을 밝힌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탄핵 국면에 휘몰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국제적 위기 상황을 조성해 국내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 할 위험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가장 유력한 가능성으로 거론되는 게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다. 더군다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2월18일 북한을 ‘불량정권’으로 규정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국’으로 명시하는 내용이 담긴 신(新)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는 북한의 침략에 맞서 압도적 힘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하기 위한 옵션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