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치기 식’ 셀프 연임 더 이상 안 된다”
  • 이준영 시사저널e. 기자 (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7.12.27 16:54
  • 호수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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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내부서도 반발 거세…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시급

 

얼마 전 마무리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놓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KB노조)는 ‘셀프 연임’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윤 회장이 임기가 끝난 사외이사들을 유임시켜, 이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연임됐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지주도 내년 3월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김정태 회장의 재연임 여부가 관심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는 김 회장의 연임을 KB노조와 같은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으로, 자신의 인사까지 스스로 결정하는 회장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금융 당국이 총대를 메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상황이다.

 

2017년 11월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윤종규 회장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주주들은 윤 회장의 재선임을 결정했다. © 사진=연합뉴스

 

노조 “회장은 회추위·사추위서 배제돼야”

 

대부분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위원으로 들어가 있다. 다만 본인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들어가면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특히 사추위는 회장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또 다른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보니 회장 중심의 ‘회전문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추위와 회추위의 근간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자체도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 추천 내용을 보면 김정태 회장이 송기진 사외이사를 추천했고 송 이사가 양원근·차은영 이사를 추천했다. 다시 양 이사가 윤종남 이사를 천거했다. 이후 윤종남 이사가 김인배·박문규 이사를, 박 이사는 윤성복 이사를 추천했다. 사외이사 독립성이 훼손되는 구조다.

 

김정태 회장은 현재 회장직을 이미 연임하고 있다. 윤종남, 양원근, 송기진, 윤성복, 김인배, 박문규 사외이사는 김정태 회장의 첫 회장 임기 또는 첫 연임 때부터 함께해 왔다. 이들은 모두 회추위원들이다. 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일 경우 회추위에서 배제돼도 근본적으로 회전문 인사에 따른 사외이사들이 회추위 구성원이므로 회장의 영향력이 미친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이 회추위 자체에서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이에 경영진과 경영활동을 감시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은 거수기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1~7월 이사회 주요 의결 16건 중 부결된 것은 한 건뿐이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올해 상반기 이사회와 위원회 안건 모두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은 정부 조직의 수장들이며 대책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월12일 KB와 하나금융지주에 행정지도 성격의 경영유의 조치를 했다. 주 내용은 회장 후보군을 선정해 관리하는 지배구조위원회와 회추위에서 현 회장을 배제하라는 것이다.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누가 누굴 추천했는지 제안 경로를 명확히 하고, 회장의 사외이사 평가를 제외하라는 조치도 포함했다. 금융사 지배구조를 연구하는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주인이 없는 경우가 많기에 최고경영자(CEO) 인사 투명성과 낙하산 문제가 이어져왔다”며 “회장은 근본적으로 사추위와 회추위에서 빠져야 한다. 회장이 친분 있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 그 이사가 다시 회장의 연임을 돕는 고리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지주 회장은 본인이 차기 회장 후보일 경우 회추위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으나 후보 추천군을 검토하는 회추위 이사들은 회장의 눈치를 봐야 한다”며 “회장이 사추위에 속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017년 6월20일 인천시 서구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근로자추천이사제 등 회추위 구성원 다양해야

 

전문가들은 사외이사에 대한 금융지주 회장 영향력을 낮추기 위해 회추위 및 지배구조위원회 구성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이사회가 견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현 체제에서 회장의 권한은 더욱 막강해졌다”며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행 이사회 내 회추위 체제를 유지할 경우 근로자추천이사제나 우리사주조합 추천 이사제도를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며 “회추위 구성원을 이사회에 한정시키지 않는다면 노사 전문가로 회추위원을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추위 구성원 다양화는 주주권한 강화와 연결된다. 지난 12월20일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의 주주제안권을 활성화해 주주가 추천한 회장과 사외이사 후보를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검토해 낙하산을 막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KB노조 관계자도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소수 주주권을 가진 주주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한과 요건을 명시해야 한다”며 “회장 후보군 검증의견 제시권한과 사외이사 후보 인선자문위원 추천권도 보장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못하면 주주가 움직여야 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해 주요 주주들이 회사 경영진을 견제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뿐 아니라 금융지주에 회장의 사추위 배제 등 의견을 낼 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30일 기준 하나금융 지분 9.64%, KB금융 지분 9.79%를 가진 최대주주다. 신한금융과 DGB금융, BNK금융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금융지주 회장의 무제한 연임을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득의 대표는 “제왕적 회장을 막기 위해 3연임 이상의 무제한 연임 제한을 법제화해야 한다”며 “러시아 대통령제와 같이 3년 중임제로의 개선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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