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올해의 인물-과학] 영웅과 간웅 사이에 섰던 이국종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8 14:01
  • 호수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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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병사 살린 ‘아덴만의 영웅’ “치료는 이벤트 아니다”

 

‘맥드리미(Mcdreamy).’ 워싱턴포스트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49)를 이렇게 묘사했다. 미국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 나오는 매력적인 주인공 의사의 애칭이다. 이 교수의 별명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인데, 그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하다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 ‘아덴만의 영웅’이라는 별명을 얻은 적이 있다.

 

이 교수가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 11월13일부터다. 이날 그의 손은 탈북 귀순 병사 오청성씨(25)의 생명줄이 됐다. 몸 다섯 군데에 총상을 입은 오씨는 이 교수에게 두 차례 대수술을 받았고, 11월20일 의식을 되찾았다.

 

비록 생명을 구했지만 이 교수는 곧 인권 침해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브리핑을 통해 오씨 몸 안에서 나온 기생충과 분변, 옥수수 등을 언급했다. 그러자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의료법을 위반한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자괴감이 든다”면서 “환자 치료는 이벤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료계와 네티즌도 이 교수를 지지하고 나섰다. 결국 김 의원은 고개를 숙였다.

 

© 시사저널 최준필

 

탈북 병사 목숨 구하고도 논란 휩싸인 명의

 

“이런 분이 대접받는 세상이 와야 한다. (이 교수가 이끄는) 중증외상센터 지원 예산을 늘려 달라.” 한 네티즌의 댓글이다. 곧 여론이 일었고, 국회가 화답했다. 여야는 지난 12월1일 중증외상센터 지원금을 212억원 늘리는 데 합의했고, 이에 따라 2018년 관련 예산으로 612억원이 편성됐다. 그런데 막상 이 교수의 반응은 담담했다. 그는 12월7일 국회 세미나에서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들에게까지는 안 내려온다”고 털어놨다. 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과 관련해 “피눈물이 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예방가능사망률(응급조치를 하면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죽을 확률)은 약 35%였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환자가 10명 중 3명이 넘는단 뜻이다. 선진국이 10%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 교수가 10여 년 전부터 외상전문 진료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각에선 이 교수를 ‘쇼닥터’라고 비판한다. 본인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자신의 성과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에 관해, 지난 8월 이 교수는 한 방송에서 “세상이 뒤에서 참 무섭다”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또 2010년 6월엔 한 언론에 이런 말도 남겼다.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만 외상 환자를 살릴 수 있다.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종이로 소나기를 막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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