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감독이 누군지 보고, 영화 선택한다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9 18:19
  • 호수 147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 기대되는 ‘흥행 보증수표’ 명장들의 귀환

 

2017년 연말 개봉한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강철비》 등 영화들이 새해에도 여전히 흥행 위력을 떨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영화계는 또 한 차례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작에서 크게 성공한 흥행 감독들, 그리고 내놓는 작품마다 한국영화계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우는 거장 감독들의 신작이 속속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탓이다. ‘천만 감독’ 연상호부터 8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이창동, 흥행 기복 없는 이준익까지, 새해에 기대되는 명장(名匠) 7명의 신작을 소개한다.

 

 

‘천만 감독’ 연상호부터 거장 이창동까지

 

첫 실사 연출작 《부산행》(2016)으로 단번에 ‘천만 감독’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연상호는 1월말 개봉하는 《염력》으로 돌아온다. 전작에서 ‘좀비가 창궐한 부산행 KTX’라는 독특한 무대를 떠올렸던 그가 이번에는 초능력의 세계를 그린다. 어느 날 평범한 은행 경비원 석헌(류승룡)에게 상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능력인 염력(念力)이 생긴다. 마침 딸 루미(심은경)는 열심히 운영하던 치킨집을 억울하게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석헌은 변호사 정현(박정민)과 힘을 합쳐 루미와 이웃을 괴롭히는 자들에 맞선다. 연 감독은 지난해 12월19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평범한 사람이 한국 사회에서 초인적 능력을 가졌을 때 생기는 일들을 상상했다는 점이 영화의 재미 요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감독의 만화적 상상력이 한껏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 영화는 티저 예고편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조회 수가 300만을 돌파하는 등 벌써부터 초반 반응이 심상치 않다.

 

© 사진=연합뉴스

2018년 여름 개봉하는 김지운 감독의 SF 액션 《인랑》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오시이 마모루가 원안(原案)과 제작을 맡았던 동명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감독의 전작 《밀정》에 이어 다시 한 번 워너브러더스가 투자와 배급에 나섰다. 시대 배경은 남한과 북한이 7년의 준비 기간을 거치는 통일에 합의했음을 선포한 가까운 미래. 반통일 무장 테러단체 섹트와 이에 대응하는 경찰 조직 특기대, 통일에 반대하는 권력기관 공안부 사이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진다.

 

김지운은 그간 《장화, 홍련》(200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과 할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스탠드》(2013) 등을 통해 호러와 누아르, 웨스턴 무비 등 다양한 장르적 장치를 자신만의 영화 문법으로 이야기해 온 감독이다. 그런 그가 만들어낼 묵시록적 SF는 어떤 결을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 초호화 캐스팅 또한 강력한 무기다. 임무와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최정예 특기대원 임중경 역에 강동원, 그의 마음에 동요를 불러오는 이윤희 역에 한효주, 임중경을 길러낸 특기대 훈련소장 장진태 역에는 정우성이 출연한다.

 

이창동 감독은 《시》(2010) 이후 무려 8년 만에 신작 《버닝》을 내놓는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바탕으로 새롭게 각색한 시나리오다. 유아인이 주인공 종수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큰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에는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재미교포 배우 스티븐 연도 출연한다. 영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온 종수(유아인), 벤(스티븐 연), 해미(전종서)의 만남과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오디션을 통해 해미 역에 낙점된 여주인공 전종서는 스크린 연기 경험이 없는 신예다. 해미는 종수의 고향 친구이자 그가 사랑하는 여인으로, 오디션 공고에 따르면 수위 높은 노출 연기가 요구되는 역할로 알려졌다. 영화는 2017년 9월 촬영을 시작했으며 2018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앞서 이창동 감독의 전작 《밀양》(2007)은 전도연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시》(2010)는 각본상을 받은 만큼 칸영화제 초청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 감독이 그간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 중 가장 젊은 세대와 호흡을 맞추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윤종빈-황정민, 우민호-송강호의 호흡에도 관심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군도: 민란의 시대》(2014)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오른 윤종빈은 오랜만에 연출작 《공작》으로 복귀한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핵개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북에 잠입한 남한 첩보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첩보전이다.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의 먹이사슬을 묘사하는 힘이 탁월한 윤 감독의 장기가 십분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황정민이 북으로 간 첩보원, 이성민이 북의 권력층 핵심 인사로 출연한다. 대북 공작전을 기획한 총책이자 첩보원의 실체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조진웅, 북한의 보위부 과장을 연기하는 주지훈까지 합세해 선 굵은 드라마를 펼친다.

 

데뷔작 《과속스캔들》(2008)부터 이후 《써니》(2011)와 《타짜-신의 손》(2014)에 이르기까지 손대는 작품마다 흥행을 보증했던 강형철 감독은 감동 드라마 《스윙키즈》로 관객을 찾는다. 한국전쟁 중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를 집단 수용했던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원작은 《로기수》라는 제목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창작 뮤지컬. 우연히 탭댄스에 빠진 북한군 로기수와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이야기다. 인기 아이돌 엑소의 멤버이자 영화 데뷔작 《카트》(2014) 이후 《순정》(2015), 《형》(2016), 그리고 최근 개봉한 《7호실》과 《신과 함께-죄와 벌》까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관객의 신뢰를 얻은 배우 도경수가 로기수를 연기한다.

 

《내부자들》(2015)의 우민호 감독은 송강호와 손잡고 《마약왕》을 선보인다. 197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마약 유통 사건의 배후이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두삼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작에서 한국 사회의 뒷면을 예리하게 들춰냈던 감독이 묘사하는 1970년대, 그리고 그 시절을 지배하던 어둠의 질서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모은다.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 송강호와 우 감독의 첫 번째 호흡이라는 점에서도 일찌감치 영화계 안팎의 관심을 받아온 프로젝트다. 부산지검과의 공조수사를 위해 서울에서 온 검사 김인구 역에는 조정석, 이두삼의 연인이자 로비스트 김정아 역에는 배두나가 합류하며 탄탄한 배우 라인업이 완성됐다.

 

최근 《동주》(2016)와 《박열》(2017)로 일제강점기에 저항하던 청춘들의 이야기를 잇달아 선보였던 이준익 감독은 차기작 《변산》에서 래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랩이 시대에 저항하는 정신을 담은 문화임을 생각할 때, 주제의식 면에서 전작(前作)들과 어느 정도 맥이 닿는 셈이다. 주인공이 아버지와의 갈등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 주요하게 담긴다는 점에서, 크게 보면 세대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는 무명 래퍼 학수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고향 변산으로 돌아가 초등학교 동창 선미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동주》에 출연하며 이 감독의 신뢰를 얻은 박정민이 학수를, 김고은이 선미를 연기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