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재수’의 디딤돌 놓은 홍준표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2 13:52
  • 호수 147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준표, ‘당 장악→지방선거 선전→대권 재도전’ 3단계 전략 가동 모양새

 

보수진영의 ‘아웃사이더’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9대 대선과 대표 경선을 거치면서 ‘중심’으로 올라섰다. ‘한국당호(號)’의 키를 쥔 홍 대표는 당 혁신 작업을 통해 새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홍 대표의 주류 등극은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홍 대표가 ‘당 장악→지방선거 선전→대권 재도전’이란 ‘3단계 전략’을 가동한 모양새다.

 

그는 ‘홍준표당 만들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친박 청산’과 복당파 의원 ‘껴안기’를 통해서다. 낡은 보수를 청산하고 신보수주의로 한국당을 재건하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당 조직 정비를 통해 2018년 지방선거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만약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선전(善戰)할 경우 홍 대표는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홍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놓고 ‘대권 재수’의 디딤돌을 놓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홍 대표는 사당화(私黨化) 논란에도 노골적으로 ‘자기 사람’을 챙기고 있다. 당내 세력이 없어 2011년 당 대표에서 쫓겨났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정치는 결국 세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교훈을 되새기고 있는 셈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7년 12월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 발언을 듣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세력 없어 2011년 당 대표 쫓겨난 洪

 

홍 대표는 당내 인사를 통해 ‘친정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원외 대표’ 한계를 절감한 그는 친홍(친홍준표)계인 김성태 원내대표를 당선시켜 원내 업무에도 관여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정우택 전 원내대표 시절 홍 대표는 원내 활동을 놓고 정 전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었다. 홍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전에 “그간 원내 일엔 관여 안 했지만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관여하겠다”며 원내 전략에도 자신이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근 단행된 당직 인선에선 친홍·복당파 의원들이 전면 배치됐다. 지방선거 실무를 총괄하는 조직부총장에 홍 대표의 최측근인 윤한홍 의원이 임명됐다. 당 개헌특별위원장과 국가안보특별위·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장이 된 주광덕, 김영우 의원은 홍 대표의 고려대 후배다. 혁신위원장이 된 김용태 의원도 고려대를 다닌 적이 있다. 특히 두 김 의원은 복당파 출신이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염동열 의원은 홍 대표 비서실장 출신이다. 염 최고위원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또 한국당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열어 복당파 의원들에게 당협위원장직을 다시 부여키로 했다. 홍준표 체제를 떠받드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당내 주요 보직은 이미 친홍 인사가 차지하고 있다.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홍문표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를 이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홍 의원은 원래 친김무성계였으나 복당 이후 친홍으로 말을 갈아탄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식 동서대 교수는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차지했다. 강효상 의원은 당 대표 비서실장을, 전희경 의원은 당 대변인을 맡고 있다.

 

홍 대표는 이런 기세를 몰아 ‘여자 홍준표’로 불렸던 류여해 최고위원을 제명했다. 류 최고위원은 자신의 당협위원장직 박탈에 반발해 홍 대표를 원색적 언사로 비난해 왔다. 당내 반대 세력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기선제압용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당의 류 최고위원 제명은 사당화 증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류 최고위원의 행동이 튀었지만, 당 대표를 비난했다는 이유만으로 제명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대선 때의 돼지 발정제 발언 등 막말로 논란을 일으켜온 홍 대표가 다른 사람 막말을 탓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도 있다.

 

 

洪, 지방선거 초반 인재영입 차질

 

한국당은 당무감사에 이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와 지방선거기획단을 가동해 지방선거 체제로 본격 전환하고 있다. 홍 대표는 “당의 조직정비는 이제 거의 마쳤고 지방선거 체제로 당이 들어간다”며 “2018년 1월1일부턴 지방선거 총력체제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 선전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홍 대표는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무응답층을 분석했는데 중도, 보수가 각각 28%이고 진보가 14%였다”며 “제대로 혁신과 개혁해서 선거에 임하면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 인재영입에 나섰지만 초반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홍 대표가 영입에 공을 들였던 홍정욱 헤럴드 회장(서울시장 후보), 장제국 부산 동서대 총장(부산시장 후보), 안대희 전 대법관(경남지사 후보) 등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해서다. 이들의 불출마 배경엔 2018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후보로는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홍 대표가 친박 청산 등 당 혁신 작업에 나섰지만 홍 대표의 막말, 친박 핵심의 건재 등으로 당에 대한 이미지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복당파 의원들이 당의 전면에 나섰지만 역시 철새 정치 이미지가 강해 보수 혁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구인난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 파헤치고 뭔가 망신 주기, 이런 적폐라는 이름으로 쓸 만한 사람들은 전부 조금씩 건드리고 있는데 이런 데 끼지 않으려고 하는 분들이 사실 속으로 더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광역단체장 후보 영입도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경기지사 후보로는 당초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검토했다가 인지도가 너무 낮은 데다 구시대 인물인 탓에 새 인물 찾기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진다. 경남지사 후보에는 박완수(창원시 의창구) 의원이 추천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등 돌출변수도 야권 인사의 한국당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상황이니만큼 정치권의 추이를 지켜본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공천도 홍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다. 전략공천을 공언한 홍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이를 관철하려 할 경우 당내 반대세력이 결집해 갈등이 발생할 공산이 있다.

 

홍 대표와 전략적 동거 관계를 선택한 복당파의 향후 정치행보도 홍 대표의 정치적 미래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의 요직을 차지한 김영우·장제원 의원 등이 모두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당내 김무성계 의원은 20여 명에 달한다. 홍 대표가 당 장악력을 높이면서 사당화가 가시화할 경우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복당파가 당내 반발 세력과 연합해 홍 대표 축출에 나설 수 있다.

 

반대로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경우 정치적 경쟁자인 김무성 의원의 위상을 축소시키기 위해 친김무성계를 2선으로 후퇴시키고 친박 색채가 옅은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친정체제’를 재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