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규모 주택단지 정전피해…정신적 피해 보상 놓고 '마찰'
  • 정하균 기자 (sisa514@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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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에너지 측 "법적 근거 없어 보상 어려워"

 

부산시 기장군 정관읍 모전리와 방곡리 일원에 조성된 정관신도시는 동부산권의 핵심 주거지로 젊은 부부층으로부터 각광받으면서 2010년대부터 입주민이 크게 늘고 있는 지역이다. 

 

아파트단지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밤에는 화려한 신도시 문화를 연출할 정도로 발전상을 과시하고 있지만, 도시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고는 겉만 번지르르한 신도시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당국의 부실관리 허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2017년 2월9일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에 정전사고가 발생해 교차로에 있는 신호등이 기능을 못 하자 경찰이 수신호로 차량을 소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2만3000여 가구 정전...설치업체 관계자 9명 입건

  

한파가 몰아친 2017년 2월9일 오전 10시24분께 정관신도시 2만3000여 가구에 전력과 난방을 공급하는 정관에너지의 변압기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정관신도시 주민이 9시간 동안 추위에 떠는 등 많은 불편을 겪었다.

정관신도시에 있는 건물에서 운행하던 승강기가 갑자기 멈춰 주민이 갇혔다는 신고 9건이 부산시 소방본부에 접수됐다. 교통 신호등도 먹통이 돼 경찰이 수신호로 통제하는 등 주민들이 고통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154㎸ 변압기에 연결된 전선에 대한 점검·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정전사고를 일으킨 혐의(집단에너지사업법 위반 등)로 정관신도시의 민간 전기공급 사업자인 '정관에너지' 전·현직 대표와 법인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관에너지의 154㎸ 변압기와 연결된 전선 끝부분 절연체가 시공과정에서 손상됐고, 이후 점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절연체가 파괴되면서 전력이 누출돼 변압기 폭발로 인한 정전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7월과 10월에도 정전이 발생해 정관신도시가 '정전도시'라는 언론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신적 피해 놓고 여전히 주민들과 '마찰'

 

하지만 정관신도시 대규모 정전사고로 인한 피해 접수가 완료돼 단체보상은 마무리됐지만,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갈등이 예상된다.

사고 직후 기장군은 정전 피해보상 신고를 접수했다. 결과 2013건에 18억여 원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 피해액이 13억여 원(10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소기업 3억4000여 만원(59건), 개인 2억여 원(932건)이다.

민간전력회사인 정관에너지는 정전으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는 증빙자료를 추가로 접수하고 외부 전문기관에 손해액 산정을 의뢰해 보상기준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피해보상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시 승강기에 갇힌 사람들에 대한 피해 보상 기준이 없어 해당 주민들과 정관에너지 측이 마찰을 빚고 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정관에너지와 주민 대표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한 피해보상 차원에서 월 전기요금 5만원 기준으로 6500원을 보상하는 방안을 두고 협의했지만 어린 학생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선 그 기준(피해 보상)이 없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017년 7월13일 오후 부산 기장군 정관면 정관신도시에 정전이 발생해 한 상가 건물에 승강기가 멈춰서 소방대원이 학생들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 주민들 "어이 없어" vs 정관에너지 "법적 근거 없다​"

 

업체 측이 법적 근거 없어 정신적 피해를 보상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피해 주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승강기에 갇힌 딸과 통화하며 가슴을 쓸어내린 정모씨(39·여·정관읍)는 "셋째 딸이 발레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정전이 돼 급하게 학원으로 전화를 걸어 딸의 안부를 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엄마, 나 엘리베이터에 갇혔어, 지금 친구들도 같이 있어, 무서워"라며 말한 딸의 목소리에 아직도 가슴이 철렁인다고 했다.

문제는 단체 보상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그것도 이장 단에서 3년간 정관에너지 측에서 행사때 물품을 지원받는 걸로 합의해 정신적 피해 보상을 주장하는 주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정관읍 주민 윤모씨(44)는 "개별적 보상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정관에너지 측의 말도 이제는 믿을 수가 없다"며 "올해 이사를 가는데 아직도 피해 보상에 대해 전혀 말이 없다"고 정관에너지 측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면서 "당시 보상문제로 피해보상대책위원회에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문제를 제기했지만 이 사안은 실손보상으로 손해사정사가 피해 여부를 판단해 처리한다"면서 "대책위에서는 딱히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별적 보상은 정관에너지 측과 협의하라고 말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정관에너지 관계자는 "현재로선 승강기에 갇혀 정신적으로 피해을 입은 사람들에 대한 보상기준(법적 근거)이 없어 피해 보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전피해보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금은 대책위가 해체가 된 상황"이라면서 "이장단에서 현재 개별적으로 보상여부에 대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10월6일 낮 12시 30분께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 일부 지역에서 3차 정전이 발생했지만 정관에너지 측은 정확한 정전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핑계로 주민들의 문의전화를 받지 않는 등 무성의로 일관해 비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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