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난 코끼리’ 인도, 2018 최대 유망 투자처 부상
  • 홍준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3 17:09
  • 호수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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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차이나’ ① 인도] 탄탄한 경제 지표와 정치적 안정성 안고 고성장 이어가

 

많은 전문가들이 2018년 국외 유망 투자처로 신흥국, 특히 아시아 지역의 신흥국 증시를 꼽는다. 최근 수년간 선진국 위주로 진행됐던 경기 개선 효과가 신흥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곳이 바로 ‘잠에서 깨어난 코끼리’ 인도 시장이다. 탄탄한 거시경제 지표와 정치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인도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모디 총리 취임 후 인도 정치 안정, 경제 성장

 

인도 경제는 화폐 개혁과 세제 개혁 등 연이은 경제 개혁으로 큰 진통을 겪었다. 이에 따른 마찰적 경기 부진이 발생하며, 2017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7%에 그치면서 5분기 연속 GDP 성장률이 하락했다. 하지만 3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대비 6.3%로 반등하면서 개혁 피로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개혁은 인도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변화라는 긍정적 평가 속에 향후 인도 경제 성장의 큰 바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높은 국민적 지지에 따른 정치적 안정성은 모디 개혁의 강한 추진력 및 지속성을 의미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토지·노동 개혁까지도 이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인도 경제 성장을 기회로 삼는 외국인 투자금의 지속적 유입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모멘텀에 힘입어, 인프라 부족 등 고질적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인도 경제는 2018년에도 7%대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소비시장으로서,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투자처로서의 입지는 계속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4년 당선 이후부터 과감한 경제 개혁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 사진=EPA연합

2014년 모디 총리가 취임하기 전 3년간(2011~13년) 인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6.2%로 그리 높지 않았다(물론 이조차도 외국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임이 분명하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 동안에 2008년을 제외하면 8~9% 성장세를 보였던 것에 비해 눈에 띄게 둔화된 것이다. 하지만 2014년부터 인도 경제는 다시 7%대 성장률을 회복했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지만, 인플레 하락에 따른 구매력 개선 효과를 간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플레 하락 폭이 컸기 때문인데, 인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연 10% 전후로 움직이다가 2014년 하반기 이후로는 5% 내외로 뚝 떨어져 유지되고 있다.

 

특히 2017년은 인플레가 3%대에서 관리되며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GDP 성장률은 연 6~7%대를 회복했지만 인플레는 오히려 하향 안정됨에 따라, 현재 인도 경제에 대해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4년 모디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풍부한 강우량 등 나쁘지 않은 기상 여건 덕에 농산물 생산이 증가하고 식품 물가 상승이 제한되면서, 외부요인이 현 정부에 우호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의 인플레 안정이 단순히 유가 하락, 곡물 가격 안정에만 의거한 결과는 아니다. 농산물 유통체계 정비 및 저장창고 증설 등 인프라 시설이 만들어지며, 몬순 결과에 따라 물가가 널뛰는 모습이 줄어들었다. 또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소 높게 가져간 데 따른 인플레 기대심리 통제 효과라든지, 교통·통신 등 인프라 투자 증가로 경제적 효율성이 조금이나마 제고된 효과 등도 여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인플레는 낮게 유지되는데 연평균 임금 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이를 정도로 임금 상승 속도는 꽤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임금 상승세는 중국이 그러했듯이 큰 인구를 바탕으로 내수만으로 경제 성장을 장기간 일궈낼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다.

 

2017년 7월8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양자회담을 가졌다. ©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도 인도만 ‘훨훨’

 

2019년 상반기에 치러질 인도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의 다양한 경기 부양책 또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수 성장과 부양 여력이 높고 산업 및 교역 상대국도 고르게 분산되어 있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 또한 긍정적인 요소다. 또한 미·중의 대결 양상이 과열되면서 인도가 새로운 성장동력 대안으로 떠오르며,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러브콜이 인프라 투자 등 외국인 직접투자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환율 측면에서도 인도 루피화(貨)는 정부의 재정 적자 감소와 경상수지 적자가 완화되면서 과거보다 안정적인 움직임이 예상되고, 400억 달러에 이르는 인도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인도 루피화의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견조(堅調)한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우호적인 환율 측면은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타 ‘이머징 국가’(브릭스 5개국 등 선진국을 향해 나아가는 국가)와 다르게 인도의 성장 스토리는 원자재 의존도가 낮은 내수 기반형이다. 다시 말해, 글로벌 원자재 가격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는 중국·브라질 경제와 달리, GDP의 약 70%가 내수로 이뤄진 국가라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탄탄한 내수시장을 가진 인도가 앞으로 높은 성장 스토리를 가질 수 있는 이유다.

 

다만 한 가지, 2019년 선거를 앞두고 인도 정부가 포퓰리즘 성격의 지출 증가를 꾀한다면, 정부의 재정 부담과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한 인플레 상승 등이 2018년 인도 경제의 위험 요소라 할 수 있다. 이 점만 유의한다면 인도 경제의 앞날은 밝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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