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우현, 서청원 내세워 용인시장 공천헌금 받았다”
  • 조해수·안성모·이민우·조유빈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5 17:48
  • 호수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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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 조아무개씨 통화녹취 단독입수…조씨 “회장님이 7개(7억) 주신다고 했는데 3개(3억)를 받아가지고…”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최측근인 이우현 의원이 공천헌금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이 의원이 서 의원을 앞세워 용인시장 공천에서도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사업가 박아무개씨는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아무개 당시 용인시장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예비후보의 공천을 위해 경기도당 공천관리 심사위원을 맡고 있었던 이 의원에게 억대의 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씨는 “이 의원이 서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갖다 주겠다며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 의원에게 공천헌금 등의 명목으로 넘어간 돈이 2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 의원에게 건네진 돈은 차용증에 인감증명서까지 첨부했다”면서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쉽게 말해서, (이 의원이) 서 대표(서청원 의원)를 통해서 조○○에게 용인시장 공천을 준다고 가져간 돈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공천은 못 받았다. ○○○하고 붙어서 졌다”면서 “이 의원 말이 서 대표한테 (공천헌금을) 갖다 주고, 서 대표가 (조씨에게 공천을) 한다고 얘기를 했다. 이 의원이 서 대표라고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2014년 6·4 지방선거와 같은 해 7월에 열린 새누리당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서 의원 측에 거액의 불법 자금을 제공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박씨는 이 기간 동안 서 의원 측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이 내용을 모두 녹음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이 녹취 파일에는 서 의원과 이 의원을 비롯해 조씨, 서청원 캠프에서 총괄본부장 겸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이수담 전 의원의 목소리가 생생히 담겨 있다. 녹취 파일에는 박씨가 서 의원 측에 당 대표 불법 선거자금을 전달하고, 이 의원에게는 억대의 뇌물을 건넨 정황이 기록돼 있다. 이 의원에게 건네진 용인시장 공천헌금도 이 과정에서 건네진 것으로 보인다.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천헌금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의원이 1월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에게 공천헌금으로 20억원 건넸다”

 

박씨는 서청원 캠프에 불법 선거자금을 지원하면서 서 의원 측과 본격적인 커넥션을 형성했다.

 

박씨는 억대의 불법 자금을 이수담 전 의원과 조씨를 통해 서 의원 측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씨가 실무를 맡았고, 이수담 전 의원이 보고를 받았다(2017년 12월26일자 ‘[단독] 서청원 불법자금 수수 정황 녹취 공개’ 기사 참조). 다음은 조씨와 박씨의 통화 내용이다.

 

조씨: 처음에 회장님(박씨)이 ‘(나에게) 뭐하시냐’ 물어서 요번(2014년 새누리당 당 대표 선거)에 ‘서청원 대표 도와주게 됐다’ 그러니까 ‘내가 좀 돕겠습니다’ 회장님이 그랬잖아요. 회장님이 도와준다고 해서 내가 이수담 의원님한테 ‘(박씨가) 이렇게 해가지고 도와 드리겠습니다’라고 얘기했지. 서청원 대표도 (박씨를) 전에 알았던 사람이고. 그래가지고 내가 (소개)해 드린 거잖아요. 그래서 이수담 의원님이랑 저는 회장님 일이라면 도와주려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가지고 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박 회장님이 ‘세금 내느니 거저 준다’고 저한테 그러셨잖아요.

 

박씨: 솔직히 말해서 이수담 의원도 큰 거 한 건 해준다고 해서, 거기(서청원 캠프)도 한 개 반(1억5000만원) 주라고 해서, 솔직히 내가 가만히 있는데 돈 준다고 한 거 아니에요.   

 

이와 관련해 서 의원은 “박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지만, 녹취 파일에는 서 의원과 박씨의 통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 대표 선거 패배 후 가진 통화에서 서 의원이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이에요. 저기 여러 가지로 죄송합니다”고 말하자, 박씨는 “제가 좀 여유롭게 도와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고 대답했다. 서 의원도 박씨의 불법 정치자금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서 의원은 이 전 의원과 함께 박씨와 술자리를 가졌고,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이 의원에게는 두 가지 명목으로 돈이 건네졌다. 불법 취업알선, 부동산 매매 특혜, 대기업 관련 사업 특혜 등을 위한 뇌물과 공천헌금이다.

 

뇌물과 관련해 이 의원은 박씨의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대기업 사장을 압박하고 동료 국회의원은 물론 국정원과 금감원을 동원했다고 박씨에게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서 의원이 대기업 회장을 직접 만나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박씨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했다(2018년 1월4일자 ‘[단독]이우현 “이 XX, 안 되면 쳐버리든지”…뇌물 대가로 대기업 압력’ 기사 참조).

 

녹취 파일에는 박씨가 이 의원의 3억5000만원 상당의 빚을 대납한 정황이 나온다. 박씨는 이 의원과의 통화에서 “조씨가 이 의원님 꺼 차용증 3억5000(만원) 갖고 있는 걸 내가 다 뺏었습니다. 내가 걔들(조씨)한테 준 게 한 9억이 되기 때문에 그걸로 없는 걸로 하자. 딱, 어저께 퉁쳤습니다. 그렇게 알고 계십쇼”라고 말했다.

 

박씨는 조씨에게 9억원을 줬다고 말하고 있다. 이 돈 중 일부는 조씨가 공천헌금 명목으로  이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박씨: 근데 한 가지 물어봅시다. 이우현이 각서 틀림없이 받았습니까?

 

조씨: 그게 회장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박씨: 그런 식으로 하면 당신한테 내일 돈 달라고 하면 주실 거예요?

 

조씨: 회장님, 제가 돈이 있는데 안 드리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 돈도 지금 따지자면 내가 회장님 그동안 도와준 게 너무 감사해가지고 이런 찬스가 있으니까 ‘용인시장 한번 도전해볼까요?’ 하니까 회장님이 ‘내가 도와주겠다’ 하신 거 아니에요. 그래서 내가 ‘어려운 상황인데 한번 해보겠습니다’ 해가지고 회장님이 7개(7억) 주신다고 했는데 그중에 3개(3억)를 받아가지고 어떻게 하려다 안 돼서 ‘그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된 거잖아요.

2011년 3월21일 미래희망연대 창당 3주년 기념식에서 서청원 대표(오른쪽)가 건배하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미스터 리 만나게 해주겠다”

 

녹취 파일에는 이 밖에도 용인시장 공천을 위해 박씨·조씨가 이 의원과 접촉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조씨: 만약에 (공천을) 받으면 되는 거고 안 받으면 받아 오는 거니까. 근데 그거는 일단 좀 사활이 걸린 문제거든요. ‘미스터 리’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얘기예요. 나하고 만나면 이상하니까, 회장님하고 ‘미스터 리’를 만나게 해준단 얘기예요.

 

박씨: 그럼 내주 월화에 만나게 해달라고 하세요. 요새 배지들 큰일 없잖아요. 지금 ‘미스터 리’ 상임위가 어디입니까.

 

조씨: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거기입니다. 3월 안에는 우리가 필요하면 회장님이 챙겨주시는 걸로 (하시죠).

 

박씨: 예, 그렇게 할게요.

 

2014년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씨 성(姓)을 가진 의원은 모두 3명인데, 이 중 지방선거 공천심사에서 역할을 맡았던 인물은 이우현 의원이 유일하다.

그러나 조씨는 새누리당 용인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박씨는 분개했지만, 그럼에도 조씨는 이 의원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박씨: 아니 (선거)사무실 차리고 명함 찍고 죽어라 하다가.

 

조씨: 제가 못나서 그런 거지.

 

박씨: 뭘 못나. 그 XX가 (공천을) 준다니까 한 거지. 공천 준다는 말을 안 했으면 당신이 했겠어? 감옥 가서 푹 썩다 나와야지. 더 이상 피해자 양산 안 되게.

 

조씨: 그건 어쩔 수 없는 거고.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벌 받는 거고, 그 XX가 잘못한 건 벌 받는 거고.

 

박씨: 당신이 잘못한 게 뭐가 있어. 정치자금법은 오래가요.

 

조씨: 에이, 또 정치자금법은 무슨 정치자금법이야.

 

박씨: 정치인이니까 정치자금법이지. 공천 준다고 했으면 죄 지은 거지.

 

박씨는 이 의원이 공천헌금을 받을 때 서 의원을 거론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씨의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서 의원이 대기업 회장을 직접 만나 압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과 박씨가 당 대표 불법 선거자금과 관련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이는 통화 파일도 존재한다.

 

그러나 서 의원은 여전히 “박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용인시장 공천헌금과 당 대표 선거 불법자금과 관련해 조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조씨는 끝내 답변을 주지 않았다. 

 

 

녹취 파일에 등장한 조씨는 누구인가

 

녹취 파일에 따르면, 조아무개씨는 2014년 새누리당 당 대표 선거 당시 서청원 캠프에 박씨의 불법 선거자금을 전달한 실무자인 동시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우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건넨 뇌물 공여자다.

 

조씨는 1984년 자유한국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민정당의 국책연구소 간사를 시작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한나라당 전략기획국장·정책조정실장, 한나라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새누리당 18대 대선 선대위 당무지원단 부단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용인시장에 도전할 당시에는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건설분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조씨는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도 용인시장으로 출마했다. 당시 미래희망연대 경기도당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이 의원도 용인시장에 출마한 바 있다.

 

미래희망연대는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친박’(친박근혜)이 공천학살을 당하자, 서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친박연대의 후신이다. 서청원 캠프에서 총괄본부장 겸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이수담 전 의원은 “조씨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당 대표 선거에서 조씨가 서청원 캠프를 외곽에서 지원했다”면서 “조씨가 박씨와 밀접한 관계인 것은 맞다. 당시 조씨가 박씨와 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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