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의 수성이냐, 친문의 탈환이냐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8 14:16
  • 호수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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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광역단체장 격전지 8곳 집중분석-인천] 더불어민주당 강세, 전통적 보수층 많은 점이 변수

 

유정복 인천시장은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까지 불린 친박계 핵심 정치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2016년 후반부터 불어닥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다른 친박계 의원들이 국정농단 사태에 엮여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릴 때도 유 시장은 ‘무풍지대’로 벗어나 있는 듯 보였다. 광역단체장으로 있으면서 중앙정치 무대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탓이 컸다.

 

하지만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그는 ‘친박계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여당 후보의 도전에 맞서야 한다. 현역 시장으로서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인천시는 송도국제도시와 청라신도시 조성으로 인한 젊은 층 유입이 늘어났다. 한국 정치지형상 젊은 층 유권자들이 느는 것은 보수 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유 시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해 12월19일부터 10일간 인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서 ±3.5%포인트) 결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교체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50%에 달했다. ‘유 시장이 다시 뽑혀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1.5%에 불과했다.

 

현재 시점에서 유 시장이 불리한 것은 맞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서울이나 경기 등 마땅한 후보조차 없는 인근 수도권 광역단체에 비하면 상황이 그리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일단 유 시장 개인에 대한 지지도는 나쁘지 않고 인천은 전통적으로 샤이 보수층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천은 자유한국당이 수도권에서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17일 이와 관련해 “인천시장은 여론이 좋다. 거기는 경선도 안 할 것이다”며 “지금 유정복 시장의 여론 추세대로라면 경선도 안 할 것이고 경선 부담도 안 줄 것이다”고 말했다. 유 시장의 전략공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인천 랜드마크로 떠오른 동북아트레이드타워와 송도국제신도시

 

與 누가 나와도 유정복 시장 여유 있게 앞서

 

여당은 상대적으로 당내 경선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는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과 박남춘·윤관석 의원 그리고 홍미영 부평구청장이다. 이 중에서도 친문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두 현역 의원이 눈에 띈다. 박남춘 의원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과 인사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당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다. 윤관석 의원 역시 2012년 대선 당시 캠프 대변인, 지난 대선 때는 선대위 공보단 단장을 역임한 친문계 핵심으로 분류된다. 이외에도 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송영길 시장 때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교흥 사무총장이 출마선언을 한 상태다. 역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홍미영 구청장도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하고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여당 내 변수는 박남춘 의원의 입각 여부다. 현재 여당 내에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부산시장 선거 차출설이 나오고 있다. 김 장관 출마 시 후임 장관 1순위 후보로 박 의원이 꼽히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선 유 시장 이외에 뚜렷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재선 인천시장을 지낸 안상수 의원과 윤상현 의원 등이 한때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홍 대표의 전략공천 발언 이후엔 이름이 쏙 들어갔다.

 

국민의당에선 문병호 전 의원이 출마선언을 했다. 인천 부평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문 전 의원은 지역 인지도가 높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전국적으로 5%에서 10% 사이 박스권에 머물고 있지만, 문 전 의원에 대한 인천 지역 여론조사는 적게는 8%에서 많게는 15%까지 나온다. 문 전 의원의 출마로 인해 인천시장 선거는 최소 3자 이상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문 전 의원의 낮지 않은 지지율은 향후 야당 후보 단일화 여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바른정당에선 이학재 의원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출마선언보다 자유한국당 복당 선언이 먼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했던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선 박남춘 의원, 유정복 시장, 문병호 전 의원이 3자 대결을 펼칠 경우 각각 36.8%, 21.9%, 8.2%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당 후보를 윤관석 의원으로 바꿔서 조사한 결과에서도 33.8%, 23.5%, 9.6%의 지지율로 여당 후보가 유 시장을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에서 넉넉하게 앞지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2014년 선거에서도 송영길 당시 시장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유 시장에게 패했다”면서 “인천은 전통적으로 보수 색깔이 짙은 지역이니만큼 현재의 여론조사만 가지고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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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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