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개방 요구, 우린 ‘쫄 거’ 없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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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차 국내시장 점유율 1.4%… “품질 개선 안 하면 선택 받기 힘들 것”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1월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개정협상에서 미국 측은 늘 그래왔듯 자동차 이슈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앞으로 자동차 분야에 대한 미국의 끈질긴 개방 요구가 점쳐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개방 수준과 상관없이 이미 미국차에 등을 돌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이번 FTA 1차 협상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자동차 분야가 미국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이슈”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자동차 지킴이를 자처한 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부터 자동차 분야의 적자를 근거로 한미 FTA를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해왔다. 

 

미국 측은 앞으로 이어질 FTA 협상에서 △국산차에 대한 수입관세 인상 △원산지 규정 강화 △노동 및 환경기준 강화 △환율조작 금지조항 추가 등을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개정협상에서 자동차 분야를 집중적으로 거론한 가운데 1월7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이 늘어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분야, 미국이 집중적으로 제기”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 적자액은 2016년 277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부품 포함) 품목에서 낸 적자가 201억 달러다. 전체의 72.5%다. 또 같은 해에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 액수는 154억 9000만 달러로, 미국차 수입액인 17억 3000만 달러의 9배가 넘는다. 

 

국내 시장 점유율에 있어서도 미국차의 입김은 약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 약 21만 2600대 중 미국 브랜드(포드, 캐딜락, 크라이슬러)는 총 1만 8000여대였다. 그 비중이 8.5%다. 국산차까지 포함하면 점유율은 1.4%로 떨어진다. 반면 2016년 기준 국산차 브랜드(현대, 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8.1%다. 

 

미국차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역시 저조하다. 국내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 브랜드는 수입차 가운데 구입의향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지난해 12월 뽑은 ‘2018 올해의 차’ 최종후보 10대 중 미국차는 한 대도 포함되지 못했다.

 

 

그 누구의 마음도 얻지 못한 ‘MADE IN US’

 

국내 시장이 미국차에 냉담한 게 과연 한미 FTA 때문일까. 자동차 리뷰 전문가 노은규씨는 1월8일 “우리나라는 미국차 시장에 문을 열만큼 열어줬다”면서 “그래도 안 팔리는 건 품질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씨는 “한국 사람들의 취향은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에 길들여져 있다. 이들의 품질을 따라갈 수 있는 브랜드는 미국차를 포함해 전 세계에 아직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의 환경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자동차 출신의 산업분석가 심정택씨는 “미국은 기름값이 싸니 배기량과 상관없이 자동차가 개발됐고, 짐을 많이 싣고 장거리를 자주 뛰다 보니 픽업트럭이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노은규씨는 ”우리나라의 좁고 짧은 도로는 미국차에 맞지 않는 환경”이라고 했다.  

 

포지셔닝에 있어서도 미국차의 위치는 애매한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동차를 고를 때 ‘품질은 독일, 실용성은 일본, 가격은 한국’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미국차는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6년 6월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드,링컨 전시장에서 고객이 자동차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품질 개선 없으면 선택도 없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FTA를 통해 미국차에 기회를 줬다. 미국차를 수입할 때 매기던 관세는 2016년에 사라졌다. 또 2020년까지 국산차는 주행거리 1km당 이산화탄소를 97g까지 줄이도록 했는데,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105g까지만 낮추면 된다. 이들 브랜드는 소규모 제작사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미국차 브랜드는 국내 안전기준도 무시하고 제품을 팔고 있다. 연간 판매량이 일정 기준(2만 5000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심정택씨는 “FTA에 상관없이 미국차는 이미 경쟁논리에서 도태됐다”며 “그런데도 미국 행정부는 예전부터 패권을 휘둘러 관련 산업을 키우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미국차는 가격이나 부품값, 편의성, 서비스 등의 측면에서 국산차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박 명장은 “미국차가 품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진입장벽을 더 낮춰줘도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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