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보수의 텃밭’ 갈아엎나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9 16:26
  • 호수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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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광역단체장 격전지 8곳 집중분석-부산] 각종 여론조사 민주당 후보들 강세… 민주당 정당 지지율도 50% 육박

 

부산은 전통적인 ‘보수의 텃밭’이었다. 민선 부산시장을 선출하기 시작한 이래 보수 정당 인사가 늘 부산시장에 당선돼 왔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맹주였던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는 떨어졌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부산 지역 정계에선 “운동장이 반대로 기울었다”는 표현도 나온다.

 

입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의 면면도 그렇다. 여권엔 인물이 많고, 야권엔 인물이 부족하다. 머릿수뿐만 아니라 중량감도 상대적으로 높다. 자유한국당엔 현직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포진하고 있지만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는 등 내부 교통정리가 필요한 양상이다. 2014년 1%대의 접전을 벌였던 ‘서병수 대 오거돈’의 리턴매치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다음 날인 2017년 3월11일 오후 부산 서면 중앙대로에서 ‘촛불승리 시국집회’가 열렸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중량급 후보들 차고 넘친다”

 

부산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부산일보가 지난해 12월26~27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3.4%포인트)에 따르면,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49.6%에 달했다. 2위인 자유한국당(19.8%)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관계자가 “현 상황대로라면 승리는 이미 저쪽(민주당)에 있다. 운동장이 심하게 기운 상태”라고 말할 정도다.

 

부산시 내 지역별로 따져도 민주당은 고른 분포를 보였다. ‘낙동강 벨트’라 불리는 강서낙동권(북·사상·사하·강서)에서 52.0%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고, 중동부도심권(남·동래·수영·연제)과 금정해운대권(금정·해운대·기장)에서도 각각 51.6%, 50.8%로 고른 지지율을 기록했다. 자유한국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인 중서부도심권(동·서·중·영도·부산진)에선 가장 낮은 42.9%를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한국당의 지지율인 23.4%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높다.

 

연령별로는 19~29세 61.9%, 30대 68.5%, 40대 69.8%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50대에서도 44.7%로 자유한국당(24.7%)에 비해 크게 앞섰다. 60세 이상 조사에서는 21.9%의 지지율로 37.3%인 한국당에 뒤졌다.

 

부산에선 늘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이번에야말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민주당은 부산에서의 득표를 점점 늘려왔다.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출마했던 2010년 5대 지방선거에서 김 전 장관은 44.57%를 득표하며 민주당 후보로는 선전(善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55.42%를 받은 허남식 시장의 3선을 막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4년 뒤인 2014년엔 박빙의 차이까지 만들어냈다. 당시 야권 단일후보로 나온 오거돈 무소속 후보가 49.3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50.65%를 기록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를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오거돈·이호철·김영춘 등 여권 인물 많아

 

2014년으로부터 4년이 흘러 새로운 부산시장을 맞는 지금,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군은 ‘차고 넘칠 만큼’ 많다. 인물의 면면도 상당한 중량감이 있다. 높은 정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이들에 대한 지지도도 올라가는 추세다. 만약 이들이 모두 출마해 경선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당내 경선 승리=부산시장 당선’이라는 공식이 될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여권 후보군의 선두에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포진해 있다. 앞서 언급한 부산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전 장관과 현직인 서병수 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가상 대결에서 오 전 장관 선호도는 51.6%로 나타났다. 20.1%에 머무른 서 시장과 18.3%로 나타난 안 대표를 30%포인트 이상 따돌린 수치다. 오 전 장관이 나설 경우 ‘거의 확실한’ 승리가 엿보이는 셈이다.

 

문제는 공천 여부다. 오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30일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오 전 장관은 무소속으로 부산시장에 도전했다. 당시 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후보직을 자진 사퇴하면서 사실상 범민주 계열 단일후보로 출마했다. 당시엔 민주당 지지율이 낮아 오 전 장관을 밀어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오 전 장관 외에 민주당 내에서 거론되는 후보군 대다수가 부산시장에 도전할 경우 승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온다. 지역에서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우엔 36.5%의 지지를 받으며 서 서병수 시장(25.4%)과 안 대표(23.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4년 전 후보 자리에서 물러났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인기도 높다. 1월2일 발표한 중앙일보가 자사 여론조사팀을 통해 발표한 결과(12월26~27일, 95% 신뢰 수준에 ±3.5%포인트)에 따르면, 김 장관은 가상 5자 대결에서 28.5%의 지지율을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서병수 부산시장(18.2%)을 10%포인트가량 따돌렸다.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34.7%로, ‘한국당을 찍겠다’(16.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선 오 전 장관이 당내 경선에 나설 경우 공천 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 전 장관은 다른 인물들에 비해 민주당 내 세력이 약하다. 현재 민주당 단체장 선거 경선은 당원 50%와 시민여론 50%로 치러진다. 당원들이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오 전 장관을 지지할 수도 있지만, 당원 확보에 취약한 오 전 장관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지역에선 현재의 압도적인 지지세를 바탕으로 후보 추대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오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라는 변수가 사라진 게 반갑다”는 반응만 나올 뿐, 오 전 장관에 대한 추대 움직임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이호철 전 수석의 출마 여부는 부산 지역 정가의 큰 관심사다. 그는 지역 정가에서 출마 권유를 강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 지역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이 전 수석의 현재 상태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다. (출마 여부를) 확실히 대답하지 않는다. 그의 평소 성품대로라면 이미 가부를 결정했을 텐데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춘 장관은 출마 여부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에서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게 정직하다”고 말했지만 최근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그는 1월4일 세종시 인근 음식점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자 “출마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해수부에 전념하고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하는 일도 힘든데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며 “세상일이 어찌 될지 모르지만 저로선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무소속 출마 시사’ 서병수 앞길은…

 

야권의 문제는 상대적이다. 마땅히 치고 나갈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현재까진 서병수 부산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지지세가 좀 나오는 편이다. 서 시장은 부산일보 조사에서 오 전 장관을 포함한 대결에서 20.1%의 지지를 얻으며 2위를 차지했고 안 대표는 18.3%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오 전 장관과는 더블스코어 이상, 이 전 수석과 김 장관과의 대결에서도 큰 차이로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서 시장에게는 또 다른 난관이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불화가 그것이다. 한국당 내에선 서 시장의 재선 도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홍 대표는 그동안 공공연히 서 시장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울산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산이 걱정된다” “부산엔 똑똑한 사람이 많고 대안이 있다”고 말하며 친박계로 분류되는 서 시장에게 날을 세웠다.

 

서 시장 역시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12월20일 송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작심하고 공천 문제에 대한 말을 내놨다. 서 시장은 “공천 과정이 합리적이지 않고 납득할 수 없다면 제 나름대로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당 내에선 이종혁 전 한국당 최고위원에게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1월4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전 최고위원은 지역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야권에선 오히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잠재력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대표는 현재 부산시장 출마에 대한 답을 한 바 없다. 여론조사에선 2~3위권에 포진해 있다. 게다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경우 상당한 지지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산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선 자신의 부산시장 출마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일축하기도 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이 조만간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며 부산시장 후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 의원은 “(복당에 대한) 주민과 당원들의 요구가 매우 높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자유한국당에 복귀할 경우 자유한국당 내 부산시장 후보 경선이 ‘서병수·이종혁·김세연’ 구도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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