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재계 ‘적폐청산 1호’ 될까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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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警, 연초부터 경쟁적으로 부영과 대우건설 압수수색…적폐청산 1호 타깃 될까 ‘전전긍긍’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호는 ‘적폐 청산’이었다. 전 정부 때 관행처럼 묵인되고 자행됐던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는데 힘을 쏟았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터진 국정농단 사태나 국가정보원의 불법 정치공작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의 경우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현재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의혹과 다스 비자금 의혹 등 이명박 정부 때 발생한 비리 의혹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전 정권의 실세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관진 전 국방장관, 이병기 전 국정원 등이 연이어 검찰에 구속됐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이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1016년 10월5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연초부터 대기업 총수들 줄줄이 ‘검찰행’

 

재계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범’ 중 하나로 주요 대기업들이 지목되면서 연초부터 재계는 ‘적폐청산’의 대상이 됐다. 대기업 총수와 임원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검찰에 구속돼 실형을 선고 받았고,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과 경찰이 동시다발적으로 주요 건설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주목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9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 사옥과 부영주택 등 계열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부영그룹 탈세 및 횡령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국세청은 2017년 4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6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자료에 친인척이 소유한 회사를 누락해 허위 신고한 혐의로 이 회장을 고발했다. 검찰은 이들 고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회삿돈을 유용해 횡령한 혐의 등을 추가로 포착하고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그룹 측은 전직 검찰총장과 검사장이 포함된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속한 법무법인 서평을 포함,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출신인 오광수 변호사,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이 이 회장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주목되는 사실은 같은 날 경찰이 또 다른 건설사인 대우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등과 강남지사 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사업자 입찰 비리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시공권 확보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조합원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였다. 경찰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롯데건설 주택사업본부와 경영지원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새해 들어 들어서는 대우건설에 대한 입수수색까지 단행하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주요 건설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것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재벌 계열 주요 건설사들은 그 동안 오너일가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돼 왔다. 수주 비리도 끊이지 않으면서 ‘악의 축’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참에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 대상에 포함된 대형 건설사들의 묵은 관행에 철퇴를 가하는 것 불안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SK건설․롯데건설․효성건설 등도 검찰 수사 받아

 

실제로 검찰과 경찰은 지난해부터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SK건설, 효성건설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삼성물산의 경우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실시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 금액에 대한 회사공금 유용 혐의를 받고 있다. 효성그룹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SK건설은 평택 미군기지 수주를 위해 금품을 건넨 혐의로 관련 임직원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건설업계를 본격적으로 옥죄게 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된다. 한 건설업계의 임원은 “정부는 올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부활시켰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효과가 없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예고하기도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방위적인 사정 칼날까지 들이댈 경우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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