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에 결국 김영춘…오거돈 양보"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0 10: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춘 장관 선거 불출마 공식 발언에도 민주당 내부서 '이호철 작품설' 퍼져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이 부산시장 선거에 나서고, 입당 신청한 오거돈 전 장관은 향후 교육부총리로 입각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혀온 김영춘 장관이​ 결국 공천 경쟁에 뛰어들고, 대신 오 전 장관은 입각을 전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백의종군할 것이란 구체적 시나리오가 민주당 핵심 관계자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은 추측성 얘기가 부산시장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민주당 복당을 신청한 시점에 나돌고 있다는 점에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이호철 전 민정수석의 작품이란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김 장관의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공식 언급과 무관하게 그의 비선 조직인 '인문사회연구소'를 중심으로 부산시장 선거 출마 준비를 위한 조직 재건 작업이 활발한 것도 이같은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2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시무식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 해수부 제공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오거돈 교육부청리 '교통정리'"

 

김 장관은 1월9일 부산지역 언론사 기자와 만나 "이호철 전 민정수석과 통화를 자주하는 편이다. 시장 출마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며 '이호철 부산시장론'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는 속내와 다른 여론 떠보기라는 것이 민주당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6월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 "지금으로써는 전혀 생각 없다"고 말하는 등 부산시장 출마에 선을 그어왔으나, 문재인 정부의 지역 세력화에 앞장선다는 취지에서 시장 출마를 이미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 당시 옛 YS(김영삼 전 대통령) 민주당계 인사들을 끌어들이며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큰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YS의 차남 김현철씨를 비롯해 홍인길 전 의원과 문정수 전 부산시장 등이 문재인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지지층 외연을 확대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했다.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80년대 중반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이던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 정계에 입문한 김 장관은 서울광진구갑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된 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 당적을 옮겨 같은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 부산으로 출마지역을 옮긴 김 장관은 재수 끝에 지난해 부산진구갑에서 당선된 인물이다.

 

특히 지난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당시 무소속으로 나온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야권 단일화를 위해 민주당 후보직을 사퇴, 오 전 장관과 서병수 시장이 초 박빙의 승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경선 부담' 오거돈 입당 신청은 각본에 따른 행보?

 

그런 그가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를 바탕으로 오 전 장관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을 지 주목거리다. 이와 관련,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주당 당내 경선을 꺼리던 오 전 장관이 지난해말 전격적으로 입당을 신청한 것은 청와대와 입각을 조율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오 전 장관은 동명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3월말 더불어민주당 대선 부산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나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으나 정작 민주당 입당을 망설여 민주당원 사이에서는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인물로 인식돼 왔다. 

 

특히 대선 직후 오 전 장관은 부산시당의 당원심사위원회를 통과한 뒤 최고 의결기구인 상무위원회 회의 시작 10분을 앞두고 입당 신청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그만큼 당조직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오 전 장관이 민주당 복당으로 마음을 돌린 것은 이호철 전 민정수석의 작품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난해 추석 이후부터 급부상한 이호철 전 민정수석의 부산시장 출마설은 오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 여지를 없애고 민주당으로 흡수하기 위한 '군불 때기'용이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역학 관계 속에서 오 전 장관은 알려진 것과 달리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향후 교육부총리로 입각할 것이란 구체적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공천 경쟁을 할 경우 당원 지지면에서 절대적 열세를 면치 못할 오 전 장관이 입당 신청을 한 것은 이미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른 행보라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은 시나리오 대로라면 김 장관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6.4 지방선거일 90일 이전에 장관직에서 물려난 뒤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박재호 의원 등과 공천을 놓고 경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부산시당 한 관계자는 "오 전 장관은 오는 6월 선거 출마 대신 민주당에 입당한 뒤 부산시장 후보 등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앞장서는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 부산시당은 지난해말 오 전 장관이 복당 신청한 것과 관련, 오는 1월11일 당원심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복당을 결정할 예정이다. 부산시당의 복당 결정은 중앙당의 추인으로 최종 확정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