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두고 벌이는 지구촌의 총성 없는 전쟁
  • 강천구 영진회계법인 고문․ 前 한국광물자원공사 본부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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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의 자원이야기]

 

2006년과 2009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선 두 차례에 걸쳐 가스분쟁이 일어났다.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의 중요 수송로인 우크라이나가 중간에 가스를 사용하고 그 대금을 체불한 것이 분쟁의 원인이었다. 결국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가스 수송을 중단함으로써 국제적인 문제로 확대됐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은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연료 공급이 전면 중단되자, 해당 국가의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겼으며 겨울철 난방 대란까지 일어났다. EU는 매년 가스 수요의 약 2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28개 EU회원국 가운데 핀란드와 슬로바키아 등 7개국은 자국에서 사용하는 가스의 100%를 러시아에서 공급받을 만큼 EU국가들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이 사건은 자원의 중요성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자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더 최근의 사건은 우리 이웃국가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발생했다. 2010년 9월 중국어선 한 척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해에서 조업하다 일본 측에 나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은 이에 반발해 일본의 전자제품 제조에 꼭 필요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고 깜짝 놀란 일본 정부는 총리 특사를 파견하고 동시에 관방장관의 공개 사과로 갈등을 무마했다.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 제한을 감행한 이 사건 역시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일본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0%를 사용하고 있는 최대 소비국으로서 수입이 중단되면 첨단제품의 부품 공급망이 타격을 입는 산업구조다. 이러한 일본에 대해 희토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전략적 목적으로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국가 간 관계에서 자원이 갖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오래 전부터 자원부국들은 자원을 활용해 국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들은 자원국유화, 국영기업 우선배분, 조세부과, 수출 및 생산제한 등을 통해 자국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2015년 3월25일 짐바브웨의 한 광산에서 광부들이 희토금속을 채굴하고 있다. © 사진=EPA연합

 

中, 6년 간 자원외교에 776억 달러 투자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자원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공격적이고 적극적 해외 자원개발 정책은 세계의 자원시장 질서를 단시간에 변화시켰으며 앞으로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자원 확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정부 주요 인사들이 수차례 아프리카를 순방했고 상하이 협력기구,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등 다자간 협력 채널을 통해 아프리카 자원에 대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 국영석유기업(National Oil Company)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가격이 저렴해진 해외 광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석유 및 가스광구 지분 매입에 약 776억 달러를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2002년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43개 회사의 지분을 M&A를 통해 매입했다. 2009년 중국 기업의 해외기업 M&A규모는 182억 달로 전 세계 M&A규모(300억 달러)의 61%를 차지했다. 이러한 지분 매입 대상 기업은 전 세계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최근 각광받고 있는 비전통 석유 및 가스개발기업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자원빈국인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 정부는 자원개발 전문기업과 함께 해외 자원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의 석유 및 가스의 자주개발률은 2004년 이후 22%에서 정체됐다가 2010년 에너지 기본계획을 개정한 후 적극적 자원 확보 정책을 펼쳐 53%(2015년 기준)까지 끌어 올렸다. 일본의  2030년 자주개발률 목표는 40%를 넘기는 것이다. 일본은 공기업과 민간기업 합병으로 탄생한 인펙스(Inpex, 일본국제석유개발주식회사)를 일일 생산규모 70만 배럴의 지역 메이저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집중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구리, 아연, 희유금속 등 광물자원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한 민간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비중을 투자금의 50%에서 75%로 상향 조정하고, 자원에너지 종합보험을 통해 리스크를 보전하는 등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4차 산업 시대에 희토류 희소성 더욱 높아져 

 

우리나라 자원개발 역사는 30년 남짓하다 기술, 경험, 인력 등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메이저기업, 거대 국영기업과의 경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대응책은 자원외교를 통한 자원 확보다. 이를 위해 우선 정상 간 자원외교로 큰 물꼬를 트고 장관급 협의, 각종 자원협력 위원회, 해외공관 등을 활용해 전략적 파트너로서 신뢰를 쌓는 것이 관건이다. 자원외교는 우리 기업들이 더 유리한 조건으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96%,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4위의 에너지 수입국이다. 해외 의존형 자원 수급 구조로 인해 에너지와 광물자원이 정세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자원이 국민경제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대표적 예로 최근 우리산업 내 고부가가치 첨단제품 생산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핵심 자원으로 떠오른 희유금속을 들 수 있다. 희유금속은 대체재가 없는 자원인 만큼 그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우리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4차 산업 시대의 필수 광물자원으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텅스텐 등 5가지를 꼽았다 이들 자원 모두가 희유금속이다.

 

자원전쟁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에너지와 광물자원을 해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서 에너지 및 광물 수급의 급격한 변화와 가격 상승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가장 경제적인 해법은 바로 해외에서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게 되면 국지적 요인에 따라 자원공급이 제한될 경우 직․간접적 자원 도입을 통해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자원수급의 불균형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도 해외자원개발 투자수익을 확보함으로써 국제수지 악화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따라서 해외자원개발은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에도 흔들림 없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해외자원개발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며 단순히 금전관계만으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자원이 많은 국가와 오랫동안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가능하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의 성과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라도 해외자원개발은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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