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설익은 가상화폐 대책…경제부처 ‘멘붕’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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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기를 막기 위해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안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그러나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유관부처와의 협의 없이 내놓은 설익은 대책이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법무부가 내놓은 안(案)이 집행되기 위해선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당장 여야에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1월12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가상화폐 거래를 ‘도박’이라고 단정 짓고, 가상화페 거래소의 폐지와 기존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모두 폐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정부 차원의 입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 상위 검색어는 ‘박상기’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등이 올라있었다.

 

하지만 박 장관이 언급한 대책이 청와대와 관계기관 협의 없이 내놓은 정황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경제 관련 부처도 혼란을 겪었다. 법무부 발표에 대해 입장을 묻는 질문에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법무부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12월 기재부는 ‘2018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2018년 상반기 중으로 가상화폐 과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인세, 양도소득세 과세 방안 검토를 통해 거래를 인정해 주되 소득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경제정책 기조를 밝힌 것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4차산업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의 말씀은 부처간 조율된 말씀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월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수사권 조정 등 현안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도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한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다음날인 1월12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가상화폐) 투기 광풍을 잠재우는 것은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거래소를 폐쇄하고 싹을 자르는 건 아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박 의원은 “과거 경제부 기자로 활동하며 흐름을 봤는데 1980년대에는 주식 광풍, 2000년대 초반엔 닷컴 광풍을 거쳤다”며 “2020년이 돼 가는 이 시점에선 어떻게 보면 가상화폐에 대한 광풍이 불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남경필 경기지사 또한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규제하고 국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민주국가냐”며 “정부의 가상화폐 전문가가 법무부에 있냐”고 지적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국내에서 금지하면 온라인 외국거래소 가서 다 거래한다. 이건 21세기 쇄국정책”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가상화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은 2017년 7월 거래소 인가제를 내용으로 하는 단 1건의 법안밖에 없으며, 아직 상임위도 거치지 않은 상태라는 글이 급속도로 전파됐다. 즉 법무부 안이 실행되려면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국회에서부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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