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집회, 경찰·고발인 맞고소…“적반하장”
  • 조해수․조유빈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2 12: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본, 피의사실 공표 혐의·명예훼손 혐의로 경찰·고발인 고소

 

기부금품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고발된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국본)’가 이번 수사를 맡았던 경찰과 고발인을 맞고소 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국본의 최대집 대표는 지난 1월4일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 수서경찰서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또한 최 대표는 기부금 불법 모금과 횡령 혐의로 자신을 고발한 정영모 정의로운시민행동 대표에 대해서도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함께 고소했다. 최 대표는 “경찰이 피의사실을 구체적으로 공표하며 태극기 집회에 누명을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18일 정 대표는 “기부금을 불법 모금하고 임의대로 사용했다”면서 최 대표와 국본 간부 2인을 경찰에 고발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 1월2일 이들을 기부금품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2017년 12월23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촉구 집회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최 대표 등 3인은 지난해 4월부터 서울 중구 대한문 앞 등에서 30여 차례에 걸쳐 집회를 진행하며 현장에서 불법으로 기부금 1억5000여만원을 모금했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기부금을 모집하려는 단체는 성금 목표액, 기간, 사용계획 등을 등록청에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모금행위를 할 수 있다. 모금 목표액이 1000만원에서 10억원 이하일 경우 광역지방자치단체, 10억원을 초과하면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국본은 지정 기부금 단체로 등록돼 있지 않다. 또한 국본의 일부 임원이 기부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특히, 이들 간부 중에는 국본의 전신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의 주요 임원으로 활동하며 25억여원의 기부금 불법 모금과 이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사용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도 포함돼 있다. 즉, 탄기국에서 국본으로 단체명은 바뀌었지만 기부금을 불법 모금하고, 이를 불법으로 유용한 방식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4월 “태극기집회 40억원대 기부금 불법 유용…새누리당 창당 자금으로도 사용” 단독기사를 통해 탄기국의 불법 기부금 문제를 고발했다. 수사에 착수한 서울 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1월 탄기국 대변인 정광용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고, 현재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경찰은 “정씨 등 탄기국 간부 4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7개월간 기부금 모금 등록을 하지 않은 채 25억5000여만원을 불법 모금하고, 기부금을 새누리당 대선 기탁금과 창당대회 비용 등으로 불법 기부했다”고 밝혔다. 불법 기부한 정치자금은 대선 기탁금 3억원 등 6억6000여만원에 이른다.

 

 

기부금의 출처는 어디?

 

경찰은 기부금을 낸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영장을 받아 정씨 등이 사용한 계좌 입출금 내역을 확인했다. 탄기국에 기부금을 송금한 인원은 2만여명으로, 기부금 총액 63억4000만원 중 탄기국 회원들이 낸 돈은 37억9000만원이다. 경찰은 이 부분을 제외한 액수를 불법 모금액으로 보고 있다. 전체 6만건 가까이 기부금이 송금됐는데, 이 가운데 회원이 아닌 이들이 송금한 액수는 전체의 약 67%에 해당하는 4만건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기부금의 정확한 출처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특히 시사저널은 탄기국에 1억여원의 뭉칫돈이 기부된 사실을 밝혀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탄기국의 수입·지출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행사분담금’이라는 명목으로 은행계좌에 9800여만원이 입금됐다. 이 금액은 두 번에 걸쳐 각각 5000만원, 4800만원씩 입금됐다. 이 ‘행사분담금’이라는 돈에 대해 탄기국 재정 담당자는 “탄기국 행사에 참여한 다른 단체가 부담한 금액”이라면서도 “큰 금액이 들어와서 (수뇌부 측에) 자금 출처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나 정확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본을 고발한 정 대표는 이보다 앞서 탄기국의 기부금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인물이다. 정 대표는 국본이 자신을 맞고소한 것과 관련해 “국본의 일부 간부는 탄기국 때부터 기부금을 불법 모금․사용한 인물이다. 탄기국 기부금 문제는 이미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면서 “반성을 하기는커녕 (나에게) 맞고소를 하는 것을 보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