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욱 칼럼] 걷는 것과 뛰는 것 뭐가 다르나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2 18: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걷는 것과 뛰는 것은 다른가?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한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없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몸 상태가 다르고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클리닉이나 스포츠센터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해서 본인에게 맞는 최적의 운동방법을 처방받는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람이라도 하루하루 컨디션이 같을 수는 없다. 어느 날은 조금만 걸어도 컨디션이 안 좋고, 피곤을 느끼고, 잘 다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조깅을 했을 때 활기찬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매일 바뀌는 개인의 컨디션을 현대 과학기술로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내 몸이 말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서 몸이 시키는 대로 몸이 좋아하는 대로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 사진=Pixabay

 

1) 걷는 것 vs  뛰는 것

 

“걷는 것이 무슨 운동이야? 뛰어서 땀도 좀 나고, 숨도 차야 운동이지.” 이는 잘못 생각한 거다. 실제로 걷는 것과 뛰는 것의 운동량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많은 엘리트 운동선수의 코치를 역임했던 필립 메피톤 박사는 같은 거리를 걷는 것과 뛰는 것은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운동량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뛰는 것은 숨이 차고 심장박동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심폐기능이 좋아지는 데는 도움이 된다.

 

한편으로 관절 건강 입장에서 보면 걷는 것이 낫고 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뛸 때 발과 무릎에 걸리는 충격은 몸무게의 7배 정도라고 한다. 뛰는 모습을 고속카메라로 촬영해서 슬로우 모션으로 보면 무릎과 발목이 휘청거리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충격은 주위 근육과 인대가 받아내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충격이 가해지면 근육과 인대의 기능이 떨어지고, 충격은 관절로 고스란히 전해져서 관절이 상하게 된다. 그러므로 꾸준히 하는 운동으로는 뛰는 것보다는 걷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늘려나가는 것이 좋다. 특히 중년이 되면 근육의 탄력성이나 발의 충격흡수기능이 떨어지므로 준비운동 없이 뛰었다가는 부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2) 파워워킹 vs 산책

 

공원에 가면 파워워킹을 하는 아주머니들이 있다. 파워워킹은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면서 보폭을 크게 해서 걷는 워킹으로 심폐지구력과 근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걷는 것과 뛰는 것의 중간 형태로 심폐지구력은 좋아지면서도 발에 미치는 충격은 줄여주는 워킹방법이다. 하지만 파워워킹도 무리하게 해서 보폭을 너무 넓게 하려고 하다 보면 보행의 메커니즘이 깨져서 골반이 틀어질 수 있다. 척추나 골반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일단 파워워킹보다는 산책 정도로 느리게 걷는 것이 좋다. 시속 4km 정도로 30분 정도 걸어보고 이상이 없으면 점차적으로 속도를 높여가는 것도 방법이다. 

 

 

3) 트레드밀 걷기 vs 야외 걷기

 

피트니스 센터에서 트레드밀 걷기를 많이 한다. 특히 요즘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에서 걷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많아서 실내 트레드밀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트레드밀 걷기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기계에 입력된 속도로 정속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몸이 균형을 잃거나 하면 다칠 수가 있다. 반면에 야외에서 걸으면 나의 몸 상태에 따라서 본능적으로 빨리 또는 느리게 조절하므로 좀 더 안전하게 걸을 수가 있다. 

 

 

4) 산길(트레킹)과 평평한 길 

 

산길은 단조롭지 않고 바닥에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발목이 지속적으로 균형을 잡으면서 걷게 된다. 이것은 발목에 있는 고유수용성 감각을 활성화하고, 뇌를 자극해 전신의 균형감각을 좋게 한다. 한편으로 발목인대가 다쳐있거나 해서 발목에 불안정성이 있는 사람은 자칫 발목을 다칠 수 있으므로 산길을 갈 때는 발목이 높은 트레킹화를 신는 것이 좋다. 

 

평평한 길도 바닥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다르다. 가장 편한 것은 흙길이나, 잔디밭처럼 푹신푹신한 길이 가장 좋고, 요즘에는 산책길에 우레탄이 깔려있는 곳도 많다. 시멘트 길은 딱딱해서 발에 충격을 많이 주므로 오랫동안 걸을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걷기는 각자의 몸 상태와 어떤 효과에 중점을 두는가에 따라 다르게 걸어야 한다. 걷기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것이 몸에 익혀지고 편안해지면 그다음에 점차 보폭을 넓힌다든지, 빠르게 걷는다든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